행정
콜센터 상담원 A씨는 텔레마케팅 회사 소속으로 무인주차장 통합관제센터에서 전화상담 업무를 수행하던 중 뇌출혈로 쓰러져 병원 진단을 받았습니다. 이후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했으나, 공단은 A씨의 업무시간이 고용노동부 고시의 과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고 업무상 과로나 스트레스가 질병을 유발할 정도가 아니라는 이유로 요양 불승인 처분을 내렸습니다. 이에 A씨는 자신의 업무가 감정노동으로 인한 극심한 스트레스, 불규칙한 근무일, 악성 고객 응대 등의 특징을 가지며, 이로 인해 상병이 발생했거나 악화되었다고 주장하며 요양불승인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원고 A씨는 2018년 2월부터 콜센터 상담원으로 무인주차 정산 관련 전화 상담 업무를 해왔습니다. 그녀는 2018년 9월 15일 토요일 저녁 근무를 마친 후 식사 중 쓰러져 뇌출혈 진단을 받았습니다. 이후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했으나, 공단은 A씨의 발병 전 1주일 업무시간이 41시간 30분, 4주 평균 39시간 25분, 12주 평균 37시간 49분으로 고용노동부 고시의 단기 및 만성 과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고, 급격한 업무 환경 변화도 없었다는 이유로 요양불승인 처분을 내렸습니다. A씨는 이 처분에 불복하여 재심사청구를 거쳐 행정소송을 제기했으며, 자신의 업무가 높은 감정노동 강도, 불규칙한 근무, 악성 민원 응대, 부족한 휴식 등으로 인한 극심한 스트레스를 수반했다고 주장하며 뇌출혈이 업무상 재해임을 주장했습니다.
감정노동에 따른 정신적 스트레스와 업무 강도가, 고용노동부 고시의 정량적인 업무시간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더라도, 콜센터 상담원의 뇌출혈 발생과 업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여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있는지 여부
피고(근로복지공단)가 원고(A씨)에게 내린 요양불승인처분을 취소한다.
재판부는 원고의 업무시간이 고용노동부 고시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더라도, 해당 고시는 법규명령이 아닌 참고사항에 불과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원고가 감정노동자로서 상시적으로 감정 표현을 강요받고, 저녁 식사 외 별도의 휴게시간이나 휴게시설 없이 다음 전화를 대기해야 하는 등 업무의 질적 측면에서 노동 강도가 높았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악성 민원 응대 매뉴얼이 있었음에도 실제 현장에서는 상담원이 불이익을 우려해 직접 처리하는 경향이 있었던 점, 민원이 집중되고 악성 고객이 많은 석간조 근무 특성, 주 4일 연속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야간 근무의 부담, 그리고 육아 및 가사 업무로 인한 개인적 요인이 업무로 인해 가중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습니다. 이러한 요소들이 원고의 상병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킬 정도의 업무 부담 및 누적된 스트레스로 작용했다고 추단하여,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하고 피고의 처분이 위법하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이 사건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업무상의 재해' 인정 여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조 제1호 (업무상의 재해의 정의): 이 조항은 업무상의 재해를 '업무상 사고'와 '업무상 질병'으로 구분하며, 근로자의 업무수행 중 발생한 부상·질병·장해 또는 사망을 의미한다고 규정합니다. 이 판결에서는 원고의 '뇌기저핵출혈'이 업무상 질병에 해당하는지가 핵심입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업무상의 재해의 인정 기준): 이 조항은 업무상 재해의 구체적인 인정 기준을 정하고 있습니다. 특히 질병의 경우,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판결에서 중요한 법리는 이 인과관계가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될 필요는 없으며,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면 증명이 있다고 본다는 것입니다. 또한 질병의 주된 발생 원인이 업무와 직접 관련이 없더라도, 업무상의 과로나 스트레스가 질병을 유발하거나 악화시켰다면 인과관계를 인정하며, 기존 질병이 업무로 인해 급격히 악화된 경우도 포함됩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제34조 제3항: 이 시행령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에 따른 업무상 질병의 인정 기준에 관한 세부적인 사항을 고용노동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하도록 위임하고 있습니다. 근로복지공단은 이 위임에 따른 고용노동부 고시(뇌혈관 질병 등의 업무상 질병 인정 여부 결정에 필요한 사항)의 업무시간 기준을 근거로 원고의 요양급여 신청을 불승인했습니다.
적용된 핵심 법리: 재판부는 고용노동부 고시가 법규명령이 아닌 행정규칙에 불과하여 대외적 구속력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고시의 업무시간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더라도, 근로자의 업무 환경, 감정노동 강도, 스트레스 요인, 휴게 여건, 개인적 건강 상태 및 업무로 인해 가중된 개인적 요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업무와 질병 간의 '상당인과관계'를 판단해야 한다고 명시했습니다. 이는 업무상 재해 인정에서 단순히 정량적 기준에 얽매이지 않고, 근로자의 구체적인 노동 환경과 질병 발생의 개연성을 폭넓게 인정하는 진보적인 판단으로 볼 수 있습니다.
비슷한 문제 상황에 직면했을 때 다음 사항들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