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정
이라크 국적의 한 가족(부 A, 모 B, 자녀 C, D)이 대한민국에 입국하여 난민 인정을 신청했으나, 서울출입국·외국인청장으로부터 난민불인정 결정을 받았습니다. 이들은 아버지 A가 과거 정치 활동으로 인해 이라크 내 시아파 민병대로부터 박해를 받을 것이라는 근거 있는 공포가 있다고 주장하며 난민 인정을 요청했습니다. 법무부장관에게 이의신청을 했으나 기각되었고, 결국 난민불인정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원고 A가 주장하는 박해에 대한 공포를 뒷받침할 객관적인 상황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이라크 국적의 원고 A는 수니파 무슬림으로 이라크에서 E당에 가입하여 활동했습니다. 2005년경 이라크 전쟁 이후 시아파 중심의 정부가 조직되고 E당 활동이 금지되자, 친정부 성향의 민병대들이 E당원들에 대한 보복 및 학살을 시작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2015년 7월경 원고들의 바그다드 집에 군복을 입은 사람들이 찾아와 물건을 약탈하고 'G 민병대, 피가 요구된다'는 협박 문구를 남겼다고 했습니다. 이후 원고들은 터키로 피신했고, 2016년 1월 대한민국에 입국하여 난민 인정을 신청했습니다. 원고 A는 이라크로 돌아가면 'G 민병대'로부터 정치적 견해를 이유로 살해 위협 등 박해를 받을 충분한 근거 있는 공포가 있다고 주장하며, 가족들(원고 B, C, D) 역시 가족결합의 원칙에 따라 난민으로 인정되어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이라크 국적의 원고 A가 본국에서 '정치적 견해'를 이유로 '박해를 받을 충분히 근거 있는 공포'가 있는지 여부와, 이에 따라 원고 가족 전체가 난민으로 인정될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은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이는 피고의 난민불인정처분이 적법하다는 의미입니다.
법원은 원고 A의 진술이 완전히 일관성이 없거나 믿기 어렵지는 않지만, 이라크 내 'G 민병대'로부터 박해를 받을 것이라는 '충분히 근거 있는 공포'를 객관적으로 뒷받침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직접적인 위협이나 폭행을 당한 바 없으며, 집 파괴 주장은 추측에 불과하고, 원고 A가 위협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민병대는 소규모이며 E당 지지자를 상대로 생명을 위협하는 수준의 행위를 한 사실이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또한 원고 A가 터키로 떠난 후 다시 이라크에 귀국하여 일정 기간 머물렀다가 안전하게 출국한 사실도 박해 공포의 객관적 근거를 약화시키는 요소로 작용했습니다. 따라서 주된 신청자인 원고 A가 난민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므로, 그 가족들도 난민으로 인정될 수 없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이 사건에서 주로 적용된 법령과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난민법 제2조 제1호 (난민의 정의): 이 조항은 난민을 '인종, 종교, 국적, 특정 사회집단의 구성원인 신분 또는 정치적 견해를 이유로 박해를 받을 수 있다고 인정할 충분히 근거 있는 공포로 인하여 국적국의 보호를 받을 수 없거나 보호받기를 원하지 아니하는 외국인'으로 정의합니다. 이 사건의 핵심은 원고 A가 '정치적 견해를 이유로 박해를 받을 충분히 근거 있는 공포'를 가지고 있는지 여부였습니다. 법원은 단순히 공포를 느끼는 것을 넘어, 그 공포가 객관적인 상황에 의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박해'의 의미 및 증명책임: 법원은 '박해'를 '생명, 신체 또는 자유에 대한 위협을 비롯하여 인간의 본질적 존엄성에 대한 중대한 침해나 차별을 야기하는 행위'로 보고 있습니다. 또한, 이러한 박해를 받을 '충분한 근거 있는 공포'가 있다는 점은 난민 인정을 신청하는 외국인이 직접 증명해야 합니다(대법원 2017. 7. 11. 선고 2016두56080 판결 등). 이 사건에서 원고들은 'G 민병대'로부터의 살해 위협과 집 파괴 등을 주장했지만, 법원은 위협이 직접적이지 않고 추측에 불과하며, 원고 A가 이라크를 다시 방문했을 때 특별한 문제가 없었던 점 등을 들어 객관적인 박해 공포의 근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는 신청인이 주장하는 사실을 뒷받침할 객관적인 정황 증거가 충분해야 한다는 법리에 기반합니다.
난민 인정 시 진술의 신빙성 판단 기준: 대법원 판례(대법원 2016. 7. 22. 선고 2015두59129 판결 취지 등)에 따르면, 난민의 특수한 사정상 모든 주장을 객관적인 증거로 증명하기는 어렵지만, 난민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진술에 일관성과 설득력이 있고 입국 경로, 난민 신청 경위, 국적국의 상황, 주관적 공포의 정도 등을 고려할 때 전체적인 진술의 신빙성이 인정되어 합리적인 경우'여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원고 A의 진술 자체는 일관성이 없다고 보이지 않았지만, 해당 민병대의 활동 범위와 성격, 과거 활동 이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원고가 주장하는 공포를 객관적인 박해 위험으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가족결합의 원칙: 이 원칙은 주된 난민 신청자가 난민으로 인정되면 그 배우자나 미성년 자녀 등 가족 구성원도 함께 난민으로 인정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주된 신청자인 원고 A가 난민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에, 법원은 가족결합의 원칙을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난민 신청 시에는 본인이 '박해를 받을 충분히 근거 있는 공포'를 느끼고 있다는 점을 객관적으로 증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단순히 개인적인 두려움을 넘어서, 해당 국가의 정치적, 사회적 상황과 관련하여 실제 박해의 위험이 있다는 명확한 근거와 증거를 제시해야 합니다. 위협의 구체적인 경위, 시기, 누가 어떤 위협을 가했는지 등을 일관성 있고 설득력 있게 진술해야 하며,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서류, 사진, 목격자 진술 등 가능한 모든 증거를 준비해야 합니다. 본국 방문 이력이 있다면, 방문 기간 동안의 안전 확보 경위와 구체적인 활동 내용을 명확히 설명해야 합니다. 유엔난민기구(UNHCR)나 인권 단체 등의 객관적인 본국 상황 보고서도 중요한 참고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가족 구성원 중 한 명이 난민으로 인정되지 않으면, 다른 가족 구성원들도 가족결합의 원칙에 따라 난민으로 인정받기 어렵다는 점을 유념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