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채무
두 장애인생산품 생산시설이 국방부에 군용 운동복을 납품하였는데 이후 국방부 측이 완제품이 원단 품질 기준에 미달한다고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청구하자 생산시설들이 손해배상 채무가 존재하지 않음을 확인해달라고 소송을 제기한 사건입니다. 법원은 원단 품질 기준이 완제품에는 적용되지 않고 생산시설들이 계약상 완제품 품질 기준을 모두 충족했으므로 손해배상 채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원고 사단법인 A와 B는 중증장애인생산품 우선구매 특별법에 따라 중증장애인생산품 생산시설로 지정되어 피고 대한민국(방위사업청)과 육군 하운동복 및 춘추운동복 제조 및 납품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원고들은 계약에 따라 원단 품질 기준을 충족하는 원단을 사용해 운동복을 제작했고, 국방기술품질원으로부터 검사 합격을 받아 총 49,292벌(사단법인 A) 및 34,456벌(사단법인 B)의 운동복 납품을 완료했습니다. 그러나 피고 측 국방기술진흥연구소는 납품 완료 후 완제품 운동복 샘플을 추출하여 추가 검사를 의뢰했고, 그 결과 완제품 운동복이 구매요구서에 명시된 원단 품질 기준(예: 수분제어특성, 땀견뢰도 등)에 미달한다는 검사결과가 나왔습니다. 이에 피고는 원고들에게 하자보수 조치를 요구하고, 특수조건에 따라 계약금액의 30%에 해당하는 하자지연배상금 및 손해배상금(사단법인 A에 464,493,300원, 사단법인 B에 329,240,070원)을 청구했습니다. 원고들은 자신들이 납품한 운동복은 원단 품질 기준을 충족하는 원단으로 제작되었고, 완제품에 대한 품질보증 형태는 육안검사, 치수검사 및 유해물질 안전요건에 대한 품질검사만 규정되어 있었으므로, 완제품에 원단 품질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하며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군납 계약에 명시된 '원단 품질 기준'이 가공 전의 원단에만 적용되는 것인지 혹은 가공을 거친 완제품 운동복에도 적용되는 것인지 여부입니다. 또한 원고들이 납품한 운동복이 계약 내용과 달리 하자가 있다고 볼 수 있는지에 대한 판단이 필요했습니다.
피고 대한민국에 대한 원고 사단법인 A의 464,493,302원 손해배상채무 및 원고 사단법인 B의 329,240,074원 손해배상채무가 각 존재하지 아니함을 확인한다.
법원은 계약 내용과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 거래의 경험칙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이 사건 '원단 품질 기준'이 완제품 운동복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원고들은 공인인증기관으로부터 품질 기준을 충족하는 원단으로 운동복을 제조하였고, 납품 시 국방기술진흥연구소의 검사에도 합격했으므로 계약상 완성품에 대한 품질 기준을 모두 충족했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납품된 운동복에 하자가 있다고 볼 수 없어 피고가 주장하는 손해배상채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최종 판결했습니다.
이 사건은 주로 '계약 해석의 원칙'에 따라 판단되었습니다. 법원은 당사자 사이에 계약의 해석을 둘러싸고 이견이 있을 경우, 문언의 내용, 약정의 동기와 경위, 달성하려는 목적,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논리와 경험칙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대법원 2002다23482, 93다3103 판결 등). 특히 당사자 일방에게 중대한 책임을 부과하는 경우에는 문언의 내용을 더욱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러한 원칙에 따라, 이 사건 운동복 구매요구서의 문언과 체계, 제조 공정에서의 원단 특성 변화 가능성, 기존의 검사 관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원단 품질 기준'이 완제품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해석했습니다. 원고들이 납품받은 원단이 공인인증기관 시험에서 품질 기준을 충족했고, 납품된 완제품은 국방기술진흥연구소의 육안, 치수, 포장 검사에 합격했으므로, 계약상 완제품에 대한 품질 기준을 모두 충족했다고 판단했습니다. 결과적으로 피고가 주장하는 손해배상채권의 발생 요건인 '납품된 물품의 품질이 계약 내용과 상이한지 여부'를 충족하지 못했다고 보아, 원고들의 채무부존재확인 청구를 인용했습니다. '중증장애인생산품 우선구매 특별법 제9조 제1항'은 원고들의 지위를 규정하지만, 이 사건 품질 분쟁의 직접적인 법리는 아니었습니다.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국가계약법) 제27조 제1항'은 피고가 원고들에게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을 내렸던 근거였으나, 해당 처분은 행정소송에서 취소되거나 소멸되어 이 사건 손해배상채무의 유무 판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았습니다.
물품 납품 계약 시에는 '품질 기준'의 적용 범위를 명확히 규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계약서에 원자재 단계의 품질 기준과 완제품 단계의 품질 기준을 구분하여 명시해야 하며, 만약 완제품의 특정 기능적 특성이 중요할 경우 이를 완제품 검사 기준으로 명확히 설정해야 합니다. 특히 제조 공정에서 원자재의 물리·화학적 특성이 변할 수 있다면, 원자재와 완제품에 대한 별도의 품질 기준을 수립하고 이에 대한 당사자 간 합의를 통해 계약에 반영해야 합니다. 품질 보증 책임의 범위를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각 단계별 검사 및 합격 절차를 철저히 문서화하여 향후 분쟁 발생 시 근거 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대비해야 합니다. 또한 계약 당사자 일방에게 중대한 책임을 부과하는 조항은 문언을 더욱 엄격하게 해석한다는 법원의 입장을 고려하여, 계약서 작성 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