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해배상 · 의료
이 사건은 원고 A가 E중학교 3학년 재학 중이던 2009년 11월 18일, 피고 대한민국 산하 보건소에서 신종플루 예방접종을 받은 후 왼팔에 극심한 통증과 부종 등 상완신경총신경염 증상이 발생하자, 원고 A와 그의 부모인 원고 B, C가 피고 보건소 의료진의 의료 과실 및 설명의무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입니다. 원고들은 의료진이 부적절한 방법으로 주사바늘을 재삽입하여 신경손상을 일으켰고, 예방접종의 부작용 가능성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예방접종으로 인한 신경염 발생은 인정하면서도, 의료진의 과실로 인한 것이라고 추정하기 어렵고, 당시 의료수준으로는 상완신경총신경염 발생을 예견하여 설명할 의무가 없었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원고들이 이미 2010년 4월경부터 보상금을 수령했으므로,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또는 불법행위일로부터 5년의 소멸시효가 이미 완성되었다고 보아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원고 A는 2009년 11월 18일 E중학교에서 피고 산하 보건소 의료진으로부터 신종플루 예방접종을 받았습니다. 접종 과정에서 극심한 통증을 호소하자, 의료진은 주사바늘을 뺐다가 다시 같은 바늘을 재삽입했습니다. 접종 후 약 1시간 뒤부터 원고 A의 왼팔이 붓고 저리는 등 상완신경총신경염 증상이 나타났고, 이로 인해 오랜 기간 치료를 받았습니다. 원고 A는 2010년 3월 27일 예방접종피해보상청구를 하여 2010년 4월경부터 2014년 4월경까지 피고로부터 총 9,254,770원의 보상금을 지급받았습니다. 그러나 2018년 6월 26일, 원고들은 해당 보상금과는 별개로 의료진의 과실과 설명의무 위반을 주장하며 피고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세 가지였습니다. 첫째, 피고 보건소 의료진이 신종플루 예방접종 과정에서 주사바늘 재삽입 등으로 인해 의료상 과실을 저질렀는지 여부입니다. 둘째, 의료진이 예방접종으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 특히 상완신경총신경염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지 않아 설명의무를 위반했는지 여부입니다. 셋째, 원고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이 법정 소멸시효 기간을 도과하여 이미 소멸했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은 원고들의 피고에 대한 모든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원고들에게 발생한 상완신경총신경염이 예방접종과 관련이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의료진의 의료 과실로 인한 것이라고 추정하기는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당시의 의료수준에 비추어 상완신경총신경염 발생 가능성은 예견하기 어려운 극히 드문 사례였으므로 설명의무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원고들이 손해와 가해자를 알게 된 시점(2010년 4월경 보상금 수령 시점)으로부터 3년 또는 불법행위일(2009년 11월 18일)로부터 5년의 소멸시효가 모두 완성되었다고 보아, 원고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법원은 원고들의 의료 과실 및 설명의무 위반 주장을 모두 인정하지 않았고, 손해배상청구권이 소멸시효 완성으로 이미 소멸하였다고 판단하여 원고들의 청구를 전부 기각했습니다. 이에 따라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하게 되었습니다.
이 사건 판결에는 다음과 같은 법령과 법리들이 적용되었습니다.
의료과실의 추정 법리 (대법원 2015. 10. 15. 선고 2015다21295 판결 등 참조) 의료행위는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므로, 일반인이 의료 과실과 인과관계를 밝히기 어렵다는 특수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수술 중 또는 후에 중한 결과가 발생하고, 그 증상 발생에 의료 과실 외 다른 원인이 없다고 보기 어려운 간접 사실들이 증명되면 의료 과실을 추정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단순히 중한 결과가 발생했다는 이유만으로 의사에게 무과실 증명 책임을 지우는 것은 허용되지 않으며, 과실로 인한 결과 발생을 추정할 수 있을 정도의 개연성이 담보되어야 합니다. 본 사건에서 법원은 예방접종 후 신경염이 발생했음을 인정하면서도, 백신 자체의 인과성이 더 크고 주사바늘 오염으로 인한 것이라는 증거가 없어 의료진의 과실로 인한 것이라고 추정하기는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의료진의 설명의무 법리 (대법원 2015. 1. 29. 선고 2012다41069 판결 등 참조) 의사는 수술 등 침습적 의료행위를 할 경우 환자나 법정대리인에게 질병의 증상, 치료 방법의 내용과 필요성, 예상되는 위험 등에 대해 당시의 의료수준에 비추어 상당하다고 생각되는 사항을 설명하여 환자가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러나 의사에게 해당 의료행위로 인해 예상되는 위험이 아니거나, 당시의 의료수준에 비추어 예견할 수 없는 위험에 대한 설명의무까지 부담하게 할 수는 없습니다. 본 사건에서 법원은 상완신경총신경염 발생이 당시 의료수준으로는 전 세계적으로도 극히 드문 사례로 예견할 수 없는 위험이었으므로, 피고 보건소 의료진에게 이에 대한 설명의무가 있었다고 보지 않았습니다.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 (국가재정법 제96조 제2항, 제1항, 국가배상법 제8조, 민법 제766조 제1항) 국가에 대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국가배상법 제8조 및 민법 제766조 제1항에 따라 피해자가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이내에 행사해야 합니다. 또한, 국가재정법 제96조 제2항, 제1항에 따라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로부터 5년 이내에 행사하지 않으면 시효로 소멸합니다. 본 사건에서 법원은 원고들이 피해보상금을 지급받기 시작한 2010년 4월경에는 손해 및 가해자를 알았다고 보았고, 예방접종일인 2009년 11월 18일부터 5년, 또는 2010년 4월경부터 3년이 지난 2018년 6월 26일에 소송이 제기되었으므로,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판단했습니다.
유사한 의료 관련 손해배상 문제 상황에 처했을 때, 다음 사항들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첫째, 의료행위로 인한 피해가 발생했을 경우, 해당 피해가 의료행위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 그리고 의료진의 구체적인 과실이 무엇이었는지를 객관적인 증거를 통해 입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본 사건의 경우, 예방접종과 신경염 발생 간의 인과성은 인정되었으나, 의료진의 과실로 인한 것이라는 증거는 부족하다고 판단되었습니다. 둘째, 의료행위 전 부작용이나 위험성에 대한 설명을 들었는지 여부가 중요하므로, 의료진과의 상담 내용이나 동의서 등을 잘 보관해야 합니다. 다만, 의사에게 당시 의료수준으로 예견하기 어려운 극히 드문 부작용까지 설명할 의무는 없다는 점을 인지해야 합니다. 셋째, 손해배상청구권에는 소멸시효가 있으므로, 피해 사실과 가해자를 알게 된 시점으로부터 정해진 기간(국가배상의 경우 3년 또는 5년) 내에 소송을 제기해야 합니다. 피해에 대한 국가 보상금을 수령하기 시작한 시점 등이 소멸시효 기산점이 될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