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 · 의료
원고는 우측 다리 통증으로 피고 병원에서 '대퇴동맥-무릎 아래 슬와동맥간 우회술'을 받았습니다. 수술 직후부터 다리 통증과 감각 이상이 발생했고, 이후 복재신경 손상에 의한 복합부위통증증후군 제2형(CRPS Type II) 진단을 받았습니다. 원고는 피고 병원 의료진이 수술 과정에서 신경을 손상시켰고, 수술 전 발생 가능한 합병증 및 다른 치료 방법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지 않아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법원은 피고 병원 의료진의 수술상 과실과 설명의무 위반을 인정했으나,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피고의 책임을 60%로 제한하고 원고에게 총 93,942,244원 및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원고 A는 2016년 3월 10일 우측 다리 통증으로 피고 병원 외래 진료를 받은 후, 3월 17일 CT 검사에서 '우측 슬와동맥의 약 2.7cm 완전 폐색' 소견을 확인하고 '대퇴동맥-무릎 아래 슬와동맥간 우회술'(이 사건 수술)을 시행하기로 결정했습니다. 2016년 3월 25일 수술 후 원고는 곧바로 다리 통증 및 감각 이상을 호소했으며, 이후 근전도 및 MRI 검사에서 우측 복재신경병증이 의심되었습니다. 2016년 8월 3일 퇴원 후, 원고는 서울대학교병원에서 복재신경 손상에 의한 복합부위통증증후군 제2형 진단을 받았습니다. 이에 원고는 피고 병원 의료진이 수술 과정에서 복재신경을 손상시킨 과실이 있고, 수술 전 합병증 및 다른 치료 방법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지 않아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며 2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피고 병원 측은 수술 전후 주의의무를 다했고 신경손상은 불가피한 합병증이며, 환자의 병변에 비추어 동맥우회술이 유일한 치료법이었으므로 설명의무 위반도 없었다고 반박하며 소송이 제기되었습니다.
피고 병원 의료진이 우측 슬와동맥 우회술 과정에서 복재신경을 손상시킨 의료상 과실이 있는지, 수술 전 합병증과 다른 치료법에 대한 설명의무를 위반하여 원고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는지, 그리고 이러한 과실과 위반이 인정될 경우 피고가 원고에게 배상해야 할 손해의 범위와 책임 제한 비율은 어느 정도인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법원은 피고가 원고에게 93,942,244원 및 이에 대하여 2016년 3월 25일부터 2020년 6월 11일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원고의 나머지 청구는 기각되었으며, 소송비용은 원고와 피고가 각각 50%씩 부담하도록 결정되었습니다.
법원은 피고 병원 의료진의 수술상 과실과 설명의무 위반을 인정하여 원고에게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복합부위통증증후군 발생의 예측 불가능성 등을 고려하여 피고의 책임을 60%로 제한하고, 최종적으로 총 93,942,244원 및 지연손해금을 원고에게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 사건은 의사의 주의의무, 의료 과실의 추정 및 입증책임 완화, 의사의 설명의무, 그리고 책임 제한의 법리와 관련 법령인 민법 및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적용되었습니다.
1. 의사의 주의의무 (민법 제750조 불법행위): 의사는 환자의 생명, 신체, 건강을 관리하는 업무의 특성상 환자의 구체적인 증상과 상황에 맞춰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최선의 조치를 취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이는 의료행위 당시 임상의학 분야에서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의료 수준을 기준으로 판단됩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의료진이 대복재정맥 채취 및 우회술 과정에서 신경손상 가능성을 인지하고도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 기록이 없고, 불가피한 특별한 요인도 없었으며, 신경손상 발생 비율이 약 5%라고 하여 불가피한 합병증으로 보기 어렵다는 점 등을 들어 수술상 과실을 인정했습니다.
2. 의료 과실의 추정 및 입증책임 완화: 의료행위는 전문성이 높아 일반인이 과실이나 인과관계를 밝히기 어렵기 때문에, 수술 후 환자에게 중대한 결과가 발생했고 그 원인이 의료상의 과실 외에 다른 원인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간접 사실들이 증명되면 의료상의 과실에 기인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 2000다66328 판결 등). 또한, 환자 측이 일반인의 상식에 바탕을 둔 의료상의 과실 있는 행위를 입증하고 다른 원인이 개재될 수 없음을 증명하면 인과관계를 추정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지울 수 있도록 입증책임이 완화됩니다 (대법원 93다52402 판결). 이 사건에서 법원은 피고 병원 의료진의 기록 부재, 특별한 유발 요인 없음, 수술 전후 검사의 한계 등을 들어 수술상 과실을 추정했습니다.
3. 의사의 설명의무 (자기결정권 침해): 의사는 환자에게 수술 등 침습적 의료행위를 시행할 때, 질병의 증상, 치료 방법의 내용과 필요성, 예상되는 위험, 부작용 등에 대해 당시 의료 수준에 비추어 상당하다고 생각되는 사항을 충분히 설명하여 환자가 치료 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할 의무가 있습니다 (대법원 2007다5867 판결 등). 이는 위험 발생 가능성이 희소하더라도 회복 불가능한 중대한 후유증이나 부작용일 경우 반드시 설명해야 합니다. 설명의무 이행에 대한 증명책임은 의사 측에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원고의 병변이 동맥우회술 외에 다른 치료 방법(혈관중재술, 스텐트 삽입술)도 고려될 수 있는 경우였음에도 피고 병원 의료진이 다른 치료 방법의 가능성, 동맥우회술이 필요한 이유, 복재신경 손상 가능성 등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으므로 설명의무를 위반하여 원고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습니다.
4. 책임 제한의 법리: 의료사고로 인한 손해배상액을 산정할 때, 의료진의 과실 외에 환자에게 발생한 결과의 특수성(예: 예측 불가능한 합병증 발생 가능성)을 고려하여 의료기관의 책임을 일정 부분 제한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이 신경손상이 있다고 항상 발생하는 것이 아니며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 등을 참작하여 피고의 책임 범위를 60%로 제한했습니다.
5. 지연손해금 (민법 제379조,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조):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무는 그 발생과 동시에 이행기가 도래하므로 불법행위일(이 사건에서는 수술일인 2016년 3월 25일)부터 지연손해금이 발생합니다.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판결 선고일 이후부터는 연 12%의 높은 이율이 적용됩니다.
침습적 수술을 앞두고 있다면, 수술의 필요성과 함께 대체 가능한 다른 치료 방법,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이나 부작용(특히 신경 손상과 같이 회복 불가능한 중대한 결과)에 대해 의료진에게 상세히 문의하고 설명을 충분히 듣는 것이 중요합니다. 진료기록, 검사 결과, 수술 기록 등 모든 의료 기록을 보관하고 필요시 사본을 요청하여 확보하는 것이 추후 의료분쟁 발생 시 중요한 증거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수술 후 예상치 못한 통증, 감각 이상, 운동 능력 저하 등 이상 증상이 발생하면 이를 구체적으로 기록하고 의료진에게 즉시 알리며, 관련된 검사 및 진단 내용을 기록으로 남겨두어야 합니다. 또한, 수술 후 합병증이 의심될 경우, 다른 의료기관에서 추가적인 진단 및 소견을 받아보는 것도 중요합니다. 의료행위는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므로 일반인이 과실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지만, 의료행위 외에 다른 원인을 찾기 어려운 중대한 결과가 발생했을 경우 의료상의 과실이 추정될 수 있음을 인지하고 필요한 경우 법률 전문가의 도움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의료사고로 인한 손해배상은 일실수입(일을 할 수 없어 잃게 되는 소득), 치료비(기존 치료비 및 향후 치료비), 위자료 등으로 구성될 수 있음을 알아두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