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시술 전 설명 부족으로 인한 사망 위자료 청구 사건

망인 F은 D의료원에서 좌측 동정맥루 수술 후 감염 증상으로 재입원하여 항생제 치료를 받던 중 감염성 심내막염 의심 진단을 받았습니다. 이에 리팜핀 등 항생제 투약을 위해 인턴 의사 E가 엘 튜브 삽입을 시도했으나 망인은 호흡정지 및 심장마비를 겪었고 결국 약 18일 후 사망했습니다. 망인의 유가족은 의료진의 과실 및 설명의무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법원은 엘 튜브 삽입 과정에서의 의료상 과실은 인정하지 않았으나 환자 및 보호자에게 시술의 위험성 등을 설명하지 않은 설명의무 위반은 인정하여 자기결정권 침해에 대한 위자료 1,400만 원(원고 A에게 600만 원, B와 C에게 각 4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 A: 사망한 망인 F의 배우자
• 원고 B, C: 사망한 망인 F의 자녀
• 피고 D의료원: 망인 F이 치료를 받은 의료기관이자 의사 E의 사용자
• 피고 E: D의료원에 고용된 인턴 의사로 망인 F에게 엘 튜브 삽입 시술을 시도함

분쟁 상황

망인 F은 2012년 8월 좌측 동정맥루 수술 후 2013년 1월 좌측 동정맥루 출혈 및 감염으로 D의료원에 재입원했습니다. 열이 지속되고 혈액에서 균이 발견되는 등 상태가 좋지 않아 감염성 심내막염이 의심되었고 담당 외과의는 감염내과 협의 진료를 의뢰하여 리팜핀 등 항생제 추가 투여 및 중환자실 이동 지시를 받았습니다. 같은 날 저녁 피고 인턴 의사 E는 항생제 투약을 위해 망인에게 엘 튜브 삽입을 시도했습니다. 망인은 수술 후 진정제 영향으로 의식이 완전치 않은 상태였으며 엘 튜브 삽입 시도 중 호흡 정지 및 심장 마비가 발생하여 심폐소생술을 받았습니다. 이후 응급수술과 중환자실 치료에도 불구하고 약 18일 뒤 감염성 심내막염을 직접 사인으로 사망했습니다. 이에 망인의 배우자와 자녀들은 의료진의 과실과 설명의무 위반을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핵심 쟁점

1. 인턴 의사 E가 망인 F에게 엘 튜브를 삽입하는 과정에서 의료상 과실이 있었는지 여부
2. 의사 E의 의료상 과실 또는 피고 의료원의 사용자 책임과 망인 F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존재하는지 여부
3. 피고 D의료원과 의사 E가 망인 F 또는 그 보호자에게 엘 튜브 삽입 시술에 대한 설명의무를 위반했는지 여부
4. 설명의무 위반이 인정될 경우 망인 F의 사망이라는 결과에 대한 모든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되는지 아니면 자기결정권 침해에 대한 위자료만 인정되는지 여부

법원의 판단

피고들은 각자 원고 A에게 6,000,000원, 원고 B와 원고 C에게 각 4,000,000원 및 이에 대해 2013년 2월 18일부터 2016년 4월 20일까지 연 5%의,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 합니다. 원고들의 피고들에 대한 나머지 청구는 기각되었습니다. 소송비용은 각자 부담합니다.

결론

법원은 피고 E의 엘 튜브 삽입 시술 과정에서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의료상 과실)은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망인의 상태가 불안정했으나 환자감시장치를 장착할 의학적 필요는 없었고 무리한 시술이나 엘 튜브가 기관 내에 삽입되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의사의 과실과 망인의 사망 사이에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피고들이 엘 튜브 삽입술의 위험성과 부작용에 대해 환자나 보호자에게 설명하지 않은 '설명의무 위반'은 인정했습니다. 비록 설명의무 위반과 망인의 사망 사이에 직접적인 인과관계는 부정되었지만 망인이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기회를 상실한 점을 인정하여 이에 대한 위자료 1,400만 원을 지급하도록 판결했습니다. 피고 의료원의 사용자로서의 감독의무를 다했다는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1. 의료행위상 주의의무 위반과 인과관계 추정 (대법원 1995. 2. 10. 선고 93다52402 판결 참조)​: 의료행위는 고도의 전문성을 띠므로 환자 측이 의료상 과실과 손해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를 의학적으로 완벽하게 입증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따라서 환자가 의료상의 과실 있는 행위를 입증하고 그 결과와 사이에 다른 원인이 개재될 수 없다는 사정을 증명하면 의료행위를 한 측이 다른 원인으로 인한 것임을 입증하지 못하는 한 의료상 과실과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를 추정하여 손해배상 책임을 지울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망인이 입원 당시 이미 패혈증을 가지고 있었고 심내막염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아 엘 튜브 시술 외에 사망의 다른 원인이 개재될 여지가 충분하다고 보아 인과관계 추정이 부정되었습니다.
2. 의사의 설명의무 (대법원 1995. 4. 25. 선고 94다27151 판결 참조)​: 의사의 환자에 대한 설명의무는 수술뿐 아니라 검사, 진단, 치료 등 진료의 모든 단계에서 발생할 수 있습니다. 특히 환자에게 자기결정에 의한 선택이 요구되는 경우, 즉 수술 등 침습적인 의료행위나 중대한 결과 발생이 예상되는 경우에 설명의무가 더욱 중요합니다. 설명의무 위반은 환자가 의료행위를 받을지 여부를 선택할 기회(자기결정권)를 상실하게 된 데 따른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지급의 근거가 됩니다. 엘 튜브 삽입술 역시 취약한 환자에게 호흡마비나 심장마비 등의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망인과 같이 의식이 완전치 않은 환자에게는 설명의무의 대상이 됩니다.
3. 설명의무 위반과 손해배상 범위 (대법원 1995. 2. 10. 선고 93다52402 판결 참조)​: 설명의무 위반으로 인한 위자료는 환자가 선택의 기회를 잃고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된 데 대한 정신적 고통을 위로하는 것입니다. 이때 환자 측은 설명을 듣지 못하여 선택 기회를 상실했다는 사실만 입증하면 됩니다. 그러나 설명의무 위반으로 인해 사망 등의 모든 손해를 청구하려면 그 중대한 결과와 설명의무 위반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존재해야 하며 이때 설명의무 위반은 구체적인 치료 과정에서 요구되는 의사의 주의의무 위반과 동일시할 정도여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설명의무 위반과 사망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는 인정되지 않았지만 엘 튜브 삽입술이 최소한 갑작스러운 호흡정지 및 심장정지와의 인과관계는 인정되어 자기결정권 침해에 대한 위자료가 인정되었습니다.

참고 사항

1. 의료 시술 전 환자나 보호자는 의료진에게 시술의 목적, 방법, 예상되는 효과, 발생 가능한 부작용 및 위험성, 다른 치료 대안 등에 대해 충분히 질문하고 설명을 요구해야 합니다.
2. 환자의 의식이 불완전하거나 불안정한 상태에서는 보호자가 적극적으로 의료진과의 소통에 참여하고 중요한 의사결정 과정에서 설명을 충분히 들었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3. 사소해 보이는 시술이라도 환자의 건강 상태나 다른 치료 과정과 연관되어 예상치 못한 위험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의료진의 상세한 설명은 필수적입니다.
4. 의료사고 발생 시 의료행위 자체의 과실 입증은 매우 어렵지만 의료진의 설명의무 위반은 환자의 자기결정권 침해로 인정될 수 있으며 이는 위자료 청구의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5. 의료 기록은 의료 분쟁 시 중요한 증거가 되므로 진료 기록을 잘 보관하고 필요시 사본을 요청하여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