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0년 의약분업 이후 꽤 오랜 시간 약국은 국민 건강의 최전선 역할을 해왔어요.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동안엔 마스크와 자가진단키트 대란 속에서도 묵묵히 자리를 지켰죠. 그런데 지금, 약국은 사상 최대의 변곡점에 서 있습니다. 눈앞에 닥친 경쟁이 과거와 확연히 다르거든요.
팬데믹 이후 건강 관심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건강기능식품 시장이 크게 성장했어요. 벌써 6조 원에 달하는 시장에 다이소 같은 생활용품점부터 CU, GS25 같은 편의점까지 뛰어들었죠. 아무리 그래도 약국이 빠져나갈 곳이 없을 줄 알았는데, 이젠 약국 전유물이었던 건강기능식품마저 밖으로 새어나가는 상황입니다. 단순히 가격 싸움이 아니라 약국 신뢰와 상담이라는 강점이 얼마나 버틸 수 있냐가 승부처가 됐고요.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경기 성남에서 첫선 보인 창고형 약국 모델은 전국적으로 확산 중인데요. 대량구매 할인과 저렴한 가격을 장점으로 내세우지만, 과도한 약물 오남용 우려가 크고 의원급 의료기관과 결합해 전문의약품까지 취급하는 꼼수가 동네 약국의 숨통을 조입니다. 의약분업 체계 자체를 흔드는 도발적인 변화라 볼 수 있어요.
현장 약사들의 목소리는 절실합니다. “가격 경쟁만으론 답 없다. 상담과 신뢰가 마지막 보루다.”라며 복약지도와 맞춤형 상담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하죠. 전문의약품은 처방 없인 판매 불가하고 일반의약품도 약국에서만 살 수 있어 같은 약 사업 생태계 내에서도 고유 영역이 있습니다. 이 틈새가 더욱 빛나야 할 때예요.
최근 국회가 성분명 처방 의무화를 추진하는 걸 두고 의사협회와 약사회가 서로 맞붙었는데요. 환자 안전과 편의성이라는 본질이 희미해질까 우려되는 지점입니다. 그러나 이 갈등 중에서 약사의 전문성을 부각시킬 기회도 엿보입니다.
약국이 단순 판매처에서 진정한 건강 플랫폼으로 도약하는 게 선택이 아닌 필수인 시대입니다. 디지털 헬스케어 연계, 상담 기능 강화, 전문성 내세우기, 이 세 가지를 잡으면 지금의 위기가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어요. 과연 약국은 이 변화의 파도를 주도할까요 아니면 조용히 밀려날까요? 정답 없는 선택의 시간이 코앞에 다가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