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
원고는 온라인 쇼핑몰을 가장한 사기 수법에 속아 거액의 돈을 송금하여 피해를 입었습니다. 이 돈은 피고 명의의 계좌로 입금되었는데, 피고는 대출을 받기 위해 자신의 계좌 정보와 공인인증서 등을 알 수 없는 사람에게 제공한 사실이 있었으며, 이로 인해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으로 처벌받았습니다. 원고는 피고가 사기범의 불법행위를 방조했다고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피고가 계좌 정보를 제공할 당시 구체적인 사기 범행을 예견할 수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피고의 행위와 원고의 손해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없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2024년 10월 4일, 원고 A는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C 실장이라는 사람으로부터 D 쇼핑몰 신규 입점 마케팅 이벤트를 제안받았습니다. 이 이벤트는 포인트를 지원받아 제품을 주문하고 후기를 작성하면 원하는 상품을 보내준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원고 A는 E라는 사람의 카카오톡으로 연락하여 안내받은 쇼핑몰 사이트에 가입하고, 담당 매니저 G가 배정한 상품을 주문하는 방식으로 참여했습니다. 초기에는 지원받은 포인트로 주문한 뒤 40,000원과 50,000원을 돌려받았으나, 이후 G는 원고가 직접 입금하여 포인트를 충전하면 구매대금과 수익금을 합하여 돌려주겠다고 제안했습니다. 원고 A는 피고 B 명의의 계좌로 50,000원을 송금한 후 80,000원을 돌려받았습니다. 이후 G의 권유로 단체 공동구매 미션에 참여하게 되었고, 이 과정에서 돈이 부족해 대출까지 받아 피고 B의 계좌로 총 55,780,000원을 15차례에 걸쳐 송금했습니다. 팀 미션이 종료된 후 출금 신청을 했지만, 관세 및 세금 명목으로 23,466,000원을 추가 납부하라는 안내만 받았을 뿐 돈은 돌려받지 못했습니다. 원고 A는 총 55,830,000원을 피고 B 명의의 계좌로 송금하였고, 그중 150,000원만 돌려받은 상태였습니다. 한편, 피고 B는 2024년 10월경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된 대출업자에게 자신의 대출을 받기 위해 계좌 정보와 공인인증서, OTP 등을 제공한 사실이 있었고, 이로 인해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으로 약식명령이 확정된 상태였습니다.
피고 B가 자신의 계좌를 알 수 없는 사람에게 제공한 행위가 원고 A가 입은 사기 피해에 대한 과실에 의한 방조에 해당하여 손해배상 책임이 있는지 여부. 특히 계좌 명의인이 계좌를 타인에게 제공한 행위와 구체적인 사기 피해 발생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될 수 있는지 여부.
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이는 피고 B에게 원고 A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없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합니다.
법원은 피고가 자신의 계좌 정보를 성명불상자에게 제공할 당시 원고 주장과 같은 구체적인 범죄 행위가 발생할 것이라고 예견할 수 있었다거나, 피고의 행위와 원고의 손해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피고에게 민법 제760조 제3항에 따른 과실에 의한 방조자로서의 책임이 없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공동불법행위 책임과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이 주요 법률 쟁점이 되었습니다.
민법 제760조 제3항 (공동불법행위 책임) 이 조항은 여러 사람이 함께 불법행위를 저질러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각자는 연대하여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합니다. 여기서 '방조'는 불법행위를 용이하게 하는 직접적, 간접적 모든 행위를 가리키며, 과실에 의한 방조도 인정될 수 있습니다. 법원은 과실에 의한 방조 책임을 인정하려면 방조 행위와 피해자의 손해 발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이는 해당 행위로 불법행위가 용이해질 것을 예견할 수 있었는지, 그 행위가 피해 발생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 피해자 스스로 쉽게 피해를 막을 수 있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합니다.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 제3항 제1호 (접근매체 양도 금지) 이 조항은 현금카드, 비밀번호 등 전자금융거래에 사용되는 '접근매체'를 대가를 받고 다른 사람에게 양도하거나 보관, 전달, 유통하는 행위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예금주 명의와 다른 사람이 전자금융거래를 함으로써 투명하지 못한 거래가 이루어지는 것을 방지하여 전자금융거래의 안정성과 신뢰를 확보하기 위함입니다. 이 사건에서 피고 B는 대출을 받기 위해 자신의 계좌 정보 등을 알 수 없는 사람에게 제공하여 이 법을 위반한 사실이 인정되어 약식명령으로 처벌받았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단순히 접근매체를 양도한 사실만으로 그 계좌를 이용한 모든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지게 되는 것은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손해배상 책임을 지우기 위해서는 접근매체를 양도할 당시 구체적인 불법행위를 예견할 수 있었고, 그 불법행위에 접근매체를 이용하게 함으로써 그 불법행위를 용이하게 했다는 점, 즉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어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이와 같은 예견 가능성은 접근매체 양도의 목적과 경위, 대가 여부, 양수인 신원, 불법행위의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됩니다. 본 사건에서 법원은 피고 B가 계좌를 넘겨줄 당시 대출을 받으려는 목적이었고 금전적 대가를 받은 증거가 없으며, 원고 A 주장과 같은 구체적인 사기 범죄를 예견하기 어려웠다고 보아 상당인과관계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불법적인 대출을 받으려 알 수 없는 사람에게 자신의 계좌 정보를 제공하는 행위는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으로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알 수 없는 사람에게 자신의 계좌 정보를 넘겨주는 것은 본인의 계좌가 보이스피싱 등 각종 범죄에 이용될 위험이 매우 크므로 절대 삼가야 합니다. 본인이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자신의 계좌가 범죄에 사용되어 타인에게 피해를 입히게 되면, 사법 기관의 수사를 받거나 민사상 손해배상 소송에 휘말릴 수 있습니다. 다만, 범죄에 이용된 계좌 명의인이라 할지라도, 해당 범죄에 대한 구체적인 예견 가능성이나 직접적인 공모, 방조의 증거가 없으면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정상적인 금융기관이 아닌 곳에서 터무니없는 대출 조건을 제시하거나 계좌 정보, 공인인증서, OTP 등을 요구하는 경우 100% 사기일 가능성이 높으므로 각별히 주의해야 합니다. 온라인 쇼핑몰 마케팅이나 후기 작성 등의 명목으로 선입금이나 추가적인 대출을 요구하는 경우 사기일 확률이 높으므로 유의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