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통사고/도주
2021년 10월 23일 새벽, 택시 기사 B는 시속 50km 제한 도로에서 약 81km의 속도로 운전하던 중 보행자 적색 신호에 횡단보도를 건너던 E를 충격하여 사망하게 했습니다. 택시 회사 A와 기사 B는 망인의 무단횡단 과실이 커 자신들에게 손해배상 책임이 없음을 주장하며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에 대해 망인의 부모인 C와 D는 택시 기사의 과속과 전방주시 태만으로 사고가 발생했다며 손해배상 반소를 제기했습니다.
사고 가해자인 택시 기사와 택시 회사는 망인이 보행자 적색 신호에 무단횡단했으므로 자신들에게는 사고의 책임이 없거나 매우 적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망인의 유족들은 택시 기사가 과속하고 전방주시 의무를 다하지 않아 사고가 발생했다며 망인의 사망으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이처럼 사고 발생의 책임 소재와 과실 비율, 그리고 손해배상액 산정에 대한 의견 차이로 소송이 진행되었습니다.
택시 기사가 제한속도를 초과하여 과속 운전한 경우, 보행자가 적색 신호에 무단횡단하여 발생한 사고에 대해 운전자의 과실과 책임이 인정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또한, 사고 발생에 기여한 보행자의 과실 정도를 어떻게 산정하여 손해배상액을 제한할 것인지, 그리고 형사합의금 명목으로 지급된 금액을 민사상 손해배상액에서 공제해야 하는지 여부가 주요 쟁점으로 다뤄졌습니다.
법원은 택시 기사 B가 제한속도 50km/h인 도로에서 약 31km/h를 초과한 과속으로 운전했고, 전방주시 의무를 게을리한 과실로 사고가 발생했다고 판단하여 원고들에게 불법행위 책임을 인정했습니다. 다만 망인이 야간에 보행자 적색 신호에 횡단보도를 건넌 과실을 인정하여 원고들의 손해배상 책임을 70%로 제한했습니다. 망인의 일실수입 386,361,198원, 장례비 500만 원, 망인의 위자료 8,000만 원 및 피고들 각 고유 위자료 1,000만 원을 인정했고, 피고 D가 원고 B으로부터 받은 형사합의금 3,000만 원은 형사 위로금 명목으로 지급된 것으로 보아 민사상 손해배상액에서 공제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원고들은 피고 C에게 228,000,592원, 피고 D에게 231,500,592원 및 각 지연손해금을 공동하여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원고들(택시회사 및 기사)의 채무부존재확인 본소 청구는 인정된 손해배상 금액을 초과하는 범위 내에서만 인용하고, 피고들(망인의 부모)의 손해배상 반소 청구는 전부 인용했습니다. 이에 따라 원고들은 피고들에게 법원에서 산정한 손해배상금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 하며, 소송 비용 또한 원고들이 부담하도록 결정되었습니다.
이 사건은 민법 제750조(불법행위의 내용) 및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제3조(자동차손해배상책임)에 따라 운행자의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되었습니다. 운전자가 고의 또는 과실로 위법행위를 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으며, 자동차 운행자는 그 운행으로 인한 다른 사람의 사망에 대해 손해배상 책임을 집니다. 또한, 손해 발생에 피해자의 과실이 있는 경우 법원은 과실상계 원칙에 따라 이를 참작하여 손해배상액을 정할 수 있습니다. 본 사건에서는 망인의 적색신호 무단횡단 과실이 30%로 인정되어 운전자의 책임이 제한되었습니다. 형사합의금에 대해서는 대법원 판례(2001. 2. 23. 선고 2000다46894 판결 등)에 따라 형사 위로금 명목으로 지급된 경우에는 손해배상액에서 공제하지 않는다는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지연손해금의 경우, 사고 발생일로부터 소장 부본 송달일까지는 민법상 연 5%의 이율이,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의 이율이 적용됩니다.
운전자는 교통법규를 철저히 준수하고 전방주시 의무를 다해야 합니다. 제한 속도 준수는 물론, 보행자 보호 의무는 상황과 상관없이 중요하게 고려됩니다. 특히 야간이나 시야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는 더욱 주의해야 합니다. 보행자 또한 신호와 보행자 통행 규칙을 준수하여 사고를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며, 무단횡단은 자신의 과실을 높여 손해배상액이 크게 감액될 수 있습니다. 형사합의금은 그 지급의 목적에 따라 민사상 손해배상액에서 공제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으므로, 합의 시 그 성격을 명확히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일반적으로 가해자의 형사처벌 감경을 위한 위로금 명목인 경우 민사상 손해배상액과 별도로 취급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