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해배상 · 의료
원고는 2018. 6. 23. 우측 팔다리 힘 빠짐, 어지럼증, 구음장애, 안면마비 등 뇌경색이 의심되는 증상으로 피고 병원 응급실에 내원했습니다. 피고 병원 의료진은 진찰과 함께 기본적인 혈액검사, X-ray, 뇌CT 검사 등을 실시했으나 특별한 이상 소견이 없다고 하여 원고를 귀가시켰습니다. 이후 원고의 상태는 호전되지 않았고, 다음날인 2018. 6. 24. 다른 병원 응급실에 내원하여 뇌CT 검사 결과 좌측 전대뇌동맥 영역의 급성 경색이 진단되었습니다. 원고는 급성기 치료 및 재활치료를 받았으나 우측하지 위약, 좌측 손 조절장애, 인지기능 저하 등의 장애가 남게 되었습니다. 원고는 피고 병원 의료진이 뇌경색을 의심할 만한 증상이 있었음에도 이를 진단하지 못하고 뇌CT 판독을 잘못하여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쳤다며, 피고에게 약 1억 2천만 원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원고는 우측 팔다리 마비, 어지럼증 등의 증상으로 응급실을 찾았으나, 병원에서 뇌경색 진단 없이 귀가 조치되었습니다. 다음날 다른 병원에서 뇌경색을 진단받았으나 이미 치료 시기를 놓쳐 영구적인 장애를 갖게 되었습니다. 원고는 처음 진료한 병원이 응급 상황에서 적절한 진단과 조치를 취하지 않아 피해를 입었다며 책임을 물었고, 병원 측은 당시 증상과 검사 결과만으로는 뇌경색을 확진하기 어려웠으며 적절한 진료를 제공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사건은 의료진의 진단 과실 여부와 그로 인한 손해 발생의 인과관계에 대한 법적 다툼입니다.
피고 병원 의료진이 원고의 뇌경색을 진단하지 못한 것에 의료과실이 있었는지, 그리고 그러한 과실이 원고의 후유 장애 발생에 인과관계가 있는지 여부
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소송 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법원은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 병원 의료진이 의료과실로 뇌경색을 진단하지 못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G병원 및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진료기록 감정 결과에 따르면, ① 원고가 피고 병원에 내원했을 당시 뇌경색을 추정 진단할 만한 구음장애나 편마비, 편측 감각 이상 등 명확한 임상 증상은 기록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뇌CT 검사 결과에서도 급성 뇌경색을 추정할 만한 의학적 소견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② 원고가 호소한 어지럼증과 일자 보행 시 우측으로 기우는 소견이 뇌경색 가능성을 의심할 수 있는 요인이었으나, 이러한 의심 요인만으로 모든 환자에게 뇌MRI 촬영을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다는 의견이 제시되었습니다. ③ 원고가 증상 발현 후 약 13시간이 지나 피고 병원에 내원했으므로, 정맥 내 혈전용해술 등 급성 뇌경색 시술을 할 수 있는 시기에 해당하지 않았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④ 피고 병원 의료진은 당시 원고의 증상에 대해 뇌혈관 질환 등 원인 감별을 위해 신경학적 검사를 포함한 신체검사와 뇌CT 검사를 시행하는 등 진단 검사를 모두 적절하게 시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법원은 피고 병원 의료진에게 원고의 뇌경색을 진단하지 못한 과실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의료행위는 고도의 전문적 지식을 요구하는 분야이므로, 의료행위상 주의의무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의사의 '주의의무 위반', '손해 발생', 그리고 그 둘 사이의 '인과관계'가 모두 입증되어야 합니다. 대법원은 의료행위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환자 측이 '일반인의 상식에 바탕을 둔 의료상의 과실이 있는 행위'를 증명하고, '그 결과와 사이에 의료행위 외에 다른 원인이 개재될 수 없다는 점'을 증명하면 의료상 과실과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를 추정하여 입증책임을 완화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대법원 2005. 9. 30. 선고 2004다52576 판결). 그러나 이러한 인과관계 추정은 증명책임을 완화하는 것이지, '의료상 과실의 존재 자체'는 여전히 피해자 측이 증명해야 합니다. 의료 과정에서 주의의무 위반이 없었다고 판단되면, 아무리 손해가 발생했더라도 청구는 배척될 수 있습니다 (대법원 2019. 2. 14. 선고 2017다203763 판결). 또한, 의사의 과실로 인한 결과 발생을 추정할 정도의 '개연성이 담보되지 않는 사정'을 가지고 막연히 중대한 결과에서 의사의 과실과 인과관계를 추정하여 의사에게 무과실의 증명책임을 지우는 것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본 사건에서는 원고가 제시한 증거와 전문가 감정 결과를 종합할 때, 피고 병원 의료진이 뇌경색을 진단하지 못한 것에 주의의무 위반에 해당하는 과실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되어 원고의 청구가 기각되었습니다.
뇌경색과 같은 급성기 질환은 증상 발현 후 가능한 한 빨리 진단하고 치료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증상 발현 후 병원 내원까지 약 13시간이 경과하여 급성기 시술 기회를 놓쳤을 가능성이 언급되었습니다. 응급실 진료 시에는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뿐만 아니라 다양한 의학적 검사 결과가 종합적으로 판단됩니다. 초기 뇌CT 검사만으로는 급성 뇌경색이 명확히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있으므로, 의료진은 환자의 증상과 검사 결과를 면밀히 비교하여 진단합니다. 의료과실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려면, 의료행위 과정에서 '일반인의 상식에 비추어 납득하기 어려운 의료상의 과실'이 있었고, 그 과실이 구체적으로 손해의 원인이 되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합니다. 단순히 치료 결과가 좋지 않다는 이유만으로는 의료과실이 인정되지 않을 수 있으며, 당시 의료기관의 진단 및 처치 과정이 적절했는지에 대한 전문가의 판단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