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대차
주식회사 A와 주식회사 C는 각각 K국제공항과 L국제공항에서 면세점을 운영하던 회사로, 한국공항공사로부터 면세점 공간을 임차했습니다. 2020년 초 코로나19 확산과 국토교통부의 국제선 인천공항 일원화 조치로 K, L국제공항 국제선 청사가 폐쇄되면서 면세점 영업이 불가능해졌습니다. 이에 원고들은 임대인인 한국공항공사에 임대료 전액 면제를 요청하고, 이미 납부한 임대료의 반환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법원은 원고들의 주된 주장인 민법 제537조의 '이행불능'에 따른 임대료 반환 청구는 한시적인 영업 중단은 종국적인 이행불능으로 볼 수 없다며 기각했습니다. 그러나 예비적 주장인 민법 제628조에 따른 '경제사정 변동으로 인한 차임 감액 청구권'은 인정했습니다. 코로나19 사태와 국제선 일원화 조치는 예상치 못한 중대한 경제사정 변동에 해당하며, 약정 임대료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정의와 형평에 어긋난다고 판단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법원은 2020년 4월부터 8월까지의 임대료를 70% 감액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보고, 한국공항공사가 원고 A에게 2,325,074,778원, 원고 C에게 3,615,031,512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2020년 3월분 임대료 및 나머지 청구 부분은 기각되었습니다.
2016년경 주식회사 A와 주식회사 C는 각각 K국제공항과 L국제공항의 면세사업자로 선정되어 한국공항공사로부터 면세점 공간을 임차하는 계약을 체결하였습니다. 이 계약에 따라 원고들은 면세점 운영을 시작했습니다. 2020년 초, 코로나19 팬데믹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국제선 운항이 대폭 감축되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따라 K국제공항과 L국제공항의 국제선 이용객 수가 급감했고, 원고들은 피고의 승인하에 2020년 3월부터 임시 휴점에 들어갔습니다. 결정적으로 2020년 4월 6일 국토교통부가 국제선을 인천국제공항으로 일원화하는 조치를 발표하면서 K국제공항 및 L국제공항의 국제선 청사가 폐쇄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원고들은 면세점 영업 자체가 불가능해졌고, 2020년 4월부터 8월까지 매출이 전혀 발생하지 않는 상황에 처했습니다. 원고들은 피고에게 공항 운영이 정상화될 때까지 임대료를 면제해달라고 여러 차례 요청했습니다. 이에 국토교통부의 지침에 따라 피고는 2020년 3월부터 8월까지 임대료의 50%를 감액하고, 2020년 9월부터 2021년 12월까지는 전액 면제 조치를 취했습니다. 하지만 원고들은 2020년 4월부터 8월까지의 50% 감액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전액 면제를 요구했고, 이미 납부한 임대료 중 초과분에 대해 반환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하게 되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한 국제선 운항 중단 및 공항 폐쇄 상황이 임대인의 임대차 의무 이행 불능 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 코로나19 확산 및 국제선 일원화 조치로 인한 경제사정 변동이 임차인의 차임 감액 청구권 행사 요건을 충족하는지 여부 차임 감액 청구권이 인정될 경우, 그 감액의 적정한 범위는 어느 정도인지 여부
법원은 원고들의 주된 주장인 민법 제537조에 따른 '이행불능'으로 인한 임대료 반환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국제선 운항 일원화 조치가 한시적 조치였고, 원고들이 임대차계약을 해지하지 않고 영업 시설을 유지하며 점유를 계속했으므로, 피고의 임대 의무가 종국적으로 불가능해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예비적 주장인 '경제사정 변동에 따른 차임 감액 청구권'은 인정했습니다. 코로나19 사태와 국제선 일원화 조치는 예상하기 어려웠던 중대한 경제사정 변동에 해당하며, 이로 인해 약정된 임대료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정의와 형평에 어긋나 현저히 부당하다고 보았습니다. 이에 따라 2020년 4월 7일(원고 C의 경우) 또는 2020년 4월 16일(원고 A의 경우)부터 2020년 8월까지의 임대료를 70% 감액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미 피고가 감액한 50% 외에 추가 감액분 20%를 포함하여, 피고는 원고 A에게 2,325,074,778원, 원고 C에게 3,615,031,512원 및 이에 대한 2022년 2월 26일부터 2023년 9월 1일까지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원고들이 2020년 3월분 임대료 및 나머지 청구 부분은 기각되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과 같은 예측 불가능한 사회적 재난 상황에서 임대차 계약의 임대료 조정에 대한 중요한 선례를 제시한 판결입니다. 특히 임대인의 의무 이행이 '일시적으로 어려워진 상황'과 '종국적으로 불가능해진 상황'을 구분하여 위험부담 법리 적용의 한계를 명확히 하고, 동시에 경제사정 변동에 따른 차임 감액 청구권을 폭넓게 인정하여 임대인과 임차인 간의 손실 분담 원칙을 확립했습니다. 이 판결은 급격한 환경 변화로 인해 영업이 어려워진 경우, 임차인이 임대료 감액을 요구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재확인하고, 그 감액 범위의 합리적인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민법 제537조 (채무자위험부담주의): '쌍무계약의 당사자 일방의 채무가 당사자 쌍방의 책임 없는 사유로 이행할 수 없게 된 때에는 채무자는 상대방의 이행을 청구하지 못한다.' 이 조항은 계약 당사자 양쪽의 책임 없이 계약상 의무 이행이 불가능해졌을 때, 채무자는 자신의 의무를 면하게 되는 동시에 상대방에게 반대급부(예: 임대료)를 요구할 수 없다는 원칙을 정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원고들이 피고의 '임대 목적물 제공 의무'가 이행불능이 되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한시적인 영업 중단은 종국적인 이행불능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여 이 주장을 기각했습니다. 이는 임대차 계약이 유효하게 존속하는 한, 임대인은 임대 목적물을 임차인이 사용·수익할 수 있는 상태로 유지할 의무를 이행하고 있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민법 제628조 (차임증감청구권): '임대물에 대한 공과부담의 증감 기타 경제사정의 변동으로 인하여 약정한 차임이 상당하지 아니하게 된 때에는 당사자는 장래에 대한 차임의 증감을 청구할 수 있다.' 이 조항은 임대차 계약 중 예상치 못한 경제 상황의 변화로 인해 약정된 임대료가 더 이상 적절하지 않게 되었을 때, 임대인이나 임차인이 앞으로의 임대료 조정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합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코로나19 팬데믹과 국제선 운항 일원화 조치를 '경제사정의 변동'으로 인정했고, 이로 인해 면세점 영업이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기존 임대료를 유지하는 것은 '정의와 형평에 어긋나 현저히 부당하다'고 판단하여 원고들의 차임 감액 청구를 받아들였습니다. 이는 경제적 불균형을 해소하고 당사자 간의 공평한 손실 분담을 지향하는 법리입니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1조 (차임 등의 증감청구권): 민법 제628조와 유사하게,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은 상가 건물의 임대차에 있어 경제사정의 변동 등으로 차임 또는 보증금이 적정하지 않게 된 경우 당사자가 장래에 대한 차임 등의 증감을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특히 2020년 9월 29일 개정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1조는 1급 감염병으로 인한 경제사정 변경을 차임증감청구 사유 중 하나로 명시하고 있습니다. 비록 이 사건의 계약 기간이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의 전면 적용 대상이 아니거나, 해당 조항 개정 전의 상황이 포함되더라도, 법원은 개정된 법의 취지를 고려하여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확산을 중대한 경제사정 변경으로 해석하는 근거로 삼았습니다.
갑작스러운 대규모 재난이나 경제 위기로 인해 임대차 목적물의 사용 수익이 현저히 어려워진 경우, 임차인은 임대인에게 임대료 감액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이때, 구두보다는 내용증명과 같은 서면 형태로 명확하게 '임대료 감액 청구' 의사를 표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감염병 확산이나 정부의 정책 등으로 영업 환경이 급격히 악화되어 매출에 막대한 지장을 받는 상황은 민법 제628조와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1조에서 정하는 '경제사정의 변동'으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임대인의 의무 이행이 '일시적으로 어려운 경우'와 '영구적으로 불가능한 경우'는 법 적용에 있어 큰 차이가 있습니다. 단순히 매출이 줄어들거나 영업이 일시적으로 중단된 것만으로는 임대인의 의무가 '이행불능' 상태가 되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임대인과 임차인은 이러한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발생한 손실을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분담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법원은 일방에게 손실을 과도하게 전가하는 것을 지양합니다. 정부의 감액 조치나 지원책이 있었다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임대인과 임차인 간의 계약상 불균형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는다면 추가적인 임대료 조정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