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시장 상장회사의 주권 매매거래 재개 가처분 사건

악의적인 파산 신청으로 상장 회사의 주권 매매거래가 반복적으로 정지된 상황에서, 법원은 증권시장의 상장 규정이 비례의 원칙에 위배되어 무효라고 판단하고 주권 매매거래 재개를 명령했습니다. 또한 법원은 파산 신청을 제기한 측의 채권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관련 당사자

• 주식회사 A: D 증권시장에 상장된 법인으로, 악의적인 파산 신청으로 인해 주권 매매거래가 정지된 회사입니다.
• 주식회사 B: D 증권시장을 개설 및 운영하는 회사로, 채권자 주식의 매매거래를 정지시킨 주체입니다.
• 주식회사 C: 채권자 주식회사 A에 대해 악의적으로 반복적인 파산 신청을 제기한 회사입니다. (현 대표이사 E)
• F: 채권자 주식회사 A의 실질적 경영자이자 주식회사 G의 대표이사입니다.
• E, H: C를 공동 설립하여 채권자 A의 경영권 인수를 시도했던 인물들입니다.

분쟁 상황

D 증권시장에 상장된 주식회사 A는 주식회사 C의 반복적인 파산 신청으로 인해 2020년 4월 27일부터 주권 매매거래가 정지되었습니다. C는 2016년 A의 경영권 인수를 위한 합의를 했으나, 합의 이행 여부를 두고 분쟁이 발생했습니다. C는 A의 실질적 경영권자 F의 위임을 받아 A 발행 약속어음을 변제했다며 구상금 등 약 33억 원의 채권이 있다고 주장하며 여러 차례 파산 신청을 제기했습니다. 주식회사 B는 D 상장규정에 따라 파산 신청이 제기되자 A의 주권 매매거래를 정지했고, A는 이에 불복하여 매매거래 재개를 위한 가처분 신청을 냈습니다.

핵심 쟁점

이 사건은 주식 상장 회사가 악의적인 파산 신청으로 인해 주권 매매거래가 정지된 상황에서, 상장 규정의 적법성과 파산 신청을 제기한 측의 채권 존재 여부를 다투는 것이 주요 쟁점입니다. 구체적으로는 주권 매매거래 정지 조치의 근거가 된 D 상장규정 조항의 효력 여부, C가 A에 대해 주장하는 채권(위임사무처리비용상환청구권, 사무관리비용상환청구권,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의 존부 여부, 그리고 A의 주권 매매거래 정지 해제를 구할 권리와 보전의 필요성 인정 여부가 주요 쟁점이 되었습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2020년 4월 27일 정지된 채권자 주식회사 A 발행 주권에 대한 매매거래를 재개하라고 명령했습니다. 다만, 채권자 A가 향후 주식회사 C가 동일한 사유로 파산 신청을 제기할 경우 이를 이유로 매매거래를 정지해서는 안 된다는 부작위 의무 가처분 신청은 기각했습니다. 소송비용은 각자 부담합니다.

결론

법원은 주식 상장 규정이 약관의 성격을 가지지만 고도의 공익적 성격을 지니므로, 비례의 원칙이나 형평의 원칙에 현저히 어긋나 정의관념에 반하는 조항은 무효라고 보았습니다. 이에 따라 단순 파산 신청을 이유로 기계적으로 매매거래를 정지하는 조치가 부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C가 주장하는 채권들이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아 A의 매매거래 정지 해제 신청을 받아들였습니다. 그러나 향후 발생할지 모르는 사유에 대한 부작위 의무까지는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이 사건 판결은 다음과 같은 법령 및 법리들을 중심으로 판단되었습니다.

•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증권시장을 개설하고 운영하는 회사가 자율적으로 상장 규정을 제정할 수 있도록 위임하고 있으며, 이는 증권 및 장내파생상품의 공정한 가격 형성, 매매 및 거래의 안정성, 효율성 도모를 목적으로 합니다. 이 사건에서 D 상장규정은 이러한 법률에 근거를 둔 자치규정으로 약관의 성질과 함께 공익적 규범적 성격을 가집니다.
• 비례의 원칙 및 형평의 원칙: 상장 규정 조항이 달성하고자 하는 목적과 그로 인해 침해되는 상장법인의 권리 사이에 균형이 있어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법원은 파산 신청이라는 형식적 사유만으로 기계적으로 매매거래를 정지하는 것이 상장법인에 치명적인 손해를 입히는 반면, 투자자 보호라는 목적 달성에 다른 덜 침해적인 방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규제하는 것이 이 원칙에 위배되어 무효라고 보았습니다.
• 신의성실의 원칙: 법률 관계의 모든 당사자는 상대방의 이익을 배려하며 성실하게 행동해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증권시장을 운영하는 B가 절대적으로 우월한 지위에서 상장법인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조항을 적용하는 것은 이 원칙에 반할 수 있습니다.
•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294조 (파산신청)​: 채무자가 빚을 갚을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을 때 채권자 등이 법원에 파산을 신청할 수 있도록 규정합니다. 이 사건에서 C는 A에 대한 채권이 있다고 주장하며 이 법률에 따라 파산 신청을 했지만, 법원은 C가 주장하는 채권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 민법 제688조 (수임인의 비용상환청구권)​: 타인의 부탁을 받아 사무를 처리(위임)하면서 비용이 들었을 때 그 비용을 돌려달라고 청구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법원은 C가 A의 위임을 받아 어음을 변제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보아 이 청구권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 민법 제739조 (사무관리자의 비용상환청구권)​: 위임과 같은 계약 관계 없이 타인을 위해 사무를 처리(사무관리)하면서 발생한 비용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법원은 C의 어음 변제가 계약에 따른 의무 이행이었으므로 사무관리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 부당이득반환청구권: 법률적인 근거 없이 다른 사람의 재산이나 노무로 이득을 얻은 사람이 그 이득을 돌려주어야 하는 의무를 말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제3자를 위한 계약'에서 낙약자(C)가 제3자(A)에게 급부한 것에 대해 계약 해제를 이유로 제3자에게 부당이득 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는 법리가 적용되어 C의 청구가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참고 사항

상장회사의 주권 매매거래 정지는 기업에 치명적인 손해를 입힐 수 있으므로, 유사한 상황에서는 다음과 같은 사항들을 고려해야 합니다.

• 상장 규정의 적법성 검토: 증권시장의 상장 규정은 공익적 성격을 가지지만, 약관으로서 비례의 원칙이나 형평의 원칙에 현저히 어긋나거나 상장법인의 권리를 과도하게 제약하는 조항은 무효가 될 수 있습니다. 매매거래 정지 조치가 부당하다고 판단되면 해당 조항의 효력을 다툴 수 있습니다.
• 채권의 실질적 존재 여부 입증: 파산 신청의 근거가 되는 채권이 실제 존재하는지, 그리고 파산 원인이 정말로 존재하는지 여부를 명확히 소명해야 합니다. 상대방의 채권이 허위이거나 악의적인 파산 신청임을 입증할 수 있는 객관적인 증거(계약서, 금융 거래 내역, 불기소 처분 결과 등)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권리남용 여부 주장: 반복적이고 악의적인 파산 신청은 권리 남용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상장법인 주식의 공정한 가격 형성이나 거래 안정성을 오히려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 증권시장 운영 주체에게 기계적ㆍ형식적인 규정 적용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심사를 요청해야 합니다.
• 즉각적인 법적 대응: 주권 매매거래 정지는 기업 가치와 투자자에게 막대한 영향을 미치므로, 부당한 정지 조치에 대해서는 신속하게 법적 구제 수단(예: 매매거래 재개 가처분 신청)을 강구해야 합니다.
• 제3자를 위한 계약 관련 법리 이해: 제3자를 위한 계약에서 낙약자가 제3자에게 이미 급부한 것에 대해 계약 해제를 이유로 제3자에게 원상회복이나 부당이득 반환을 구할 수 없다는 법리를 알아두는 것이 분쟁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