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
시사교양 프로그램이 일부 의사들의 극단적인 강력 범죄 사례를 보도하며 의료법상 면허 규제의 문제점을 지적한 것에 대해, 의사 개인 3인과 의사협회가 방송의 자극적인 묘사와 사실 왜곡으로 의사 집단 전체의 명예와 신용이 훼손되었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입니다. 법원은 전국 의사의 수가 13만 명이 넘고 방송 내용이 개별 의사를 특정했다고 보기 어려우며, 프로그램 내에서 '범죄 의사는 극히 일부'라고 명시한 점 등을 고려하여 집단 명예훼손으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이는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폭넓게 보장하고 무분별한 소송 남발을 막기 위함임을 밝혔습니다.
H 방송사의 시사교양 프로그램 'I'은 2018년 11월 9일 'J'편을 통해 '수면 마취제를 이용한 성폭행', '간호조무사 성폭행 및 낙태', '대리수술', '환자 사망 후 시체 유기', '불법 촬영' 등 일부 의사들의 극단적인 강력 범죄 사례들을 구체적으로 소개했습니다. 방송은 해당 의사들이 대부분 면허를 유지하고 있음을 밝히며 현행 의료법 조항의 문제점을 지적했습니다. 이에 대해 의사 개인 3명과 이들을 대표하는 사단법인 D는 방송이 자극적인 영상과 선정적인 재연, 사실 왜곡으로 불특정 다수의 시청자에게 극소수 의사의 범죄를 전체 의사 집단의 문제로 오인하게 하여 13만 의사 및 협회의 명예와 신용을 훼손했다고 주장하며 피고들에게 총 110,000,000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시사교양 프로그램의 특정 직업군 일부 사례 보도가 전체 직업군의 명예를 훼손한 '집단표시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인정될 수 있는지 여부
원고들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재판부는 전국 의사의 수가 13만 명이 넘어 방송 내용이 개별 의사를 특정하여 명예를 훼손했다고 보기 어렵고, 프로그램 자체에서도 '범죄 의사들은 극히 일부이며 대부분의 의사들은 환자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언급한 점을 중요하게 고려했습니다. 또한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집단 명예훼손은 예외적인 경우에만 인정되어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이번 방송 내용이 개개인을 명백히 특정한 것이라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아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이 사건은 민법상 불법행위(제750조, 제751조)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 중 명예훼손과 관련된 사안입니다. 특히 '집단표시에 의한 명예훼손'에 대한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대법원은 집단표시에 의한 명예훼손이 성립하려면 명예훼손 내용이 그 집단에 속한 특정인에 대한 것이라고 해석될 정도로 구성원 수가 적거나 당시 주위 정황으로 보아 집단 내 개별 구성원을 지칭하는 것으로 여겨질 수 있을 때에 한하여 인정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는 우리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와 조화로운 해석을 위한 것으로, 과도한 소송 남발을 막고 건전한 비판과 토론을 장려하기 위함입니다. 법원은 집단의 크기, 성격, 집단 내 피해자의 지위 등을 구체적인 판단 기준으로 삼습니다.
집단을 대상으로 한 비판이나 보도가 명예훼손으로 인정되려면 해당 집단의 구성원 수가 적어 개별 구성원이 특정되거나, 당시 상황상 개별 구성원을 지칭하는 것으로 여겨질 수 있어야 합니다. 전국적으로 수가 많은 특정 직업군(예: 의사, 교사, 공무원 등) 전체에 대한 일반적인 비판은 개별 구성원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또한 비판적 보도나 프로그램의 경우에도 공익성, 진실성, 표현의 수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게 됩니다. 특히 방송 프로그램에서 '극히 일부의 사례'임을 명시하거나 일반화하지 않으려는 노력을 보였다면 명예훼손 주장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더욱 낮아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