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민간투자사업으로 학교를 신축한 사업자가 시공한 창호가 실시협약 및 성과요구수준서에서 정한 단열 기준에 미달하여 재시공 요구를 받자 해당 시공 의무의 부존재 확인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한 사안에서 법원은 실시계획 승인이 실시협약의 내용을 변경하지 않으므로 사업자에게 재시공 의무가 여전히 존재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원고는 인천광역시 내 4개 학교 신축 민간투자사업을 수행하는 특수목적법인으로, 피고(인천광역시 교육감)와 2008년 2월 28일 '실시협약'을 체결하고 '성과요구수준서'를 첨부했습니다. 원고는 학교 복도에서 외기를 면하는 창호(이 사건 창호)를 복층유리 및 일반바로 설계하여 실시계획 승인을 받았고, 이후 이대로 시공하여 준공 승인까지 받았습니다. 그러나 2012년 6월 감사원에서 이 사건 성과요구수준서의 '외부에 면하는 창은 이중창호를 원칙으로 하고 필요한 경우 단열유리 및 단열바로 설계' 조항을 위반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감사원은 피고가 단열바가 아닌 일반바로 설계된 것을 승인하여 창호 단열성능이 저하되고 냉난방 비용이 더 들며 결로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창호를 단열바로 재시공할 것을 요구했으나 원고는 이를 이행하지 않았고, 피고는 2015년 1월 22일 원고에게 1,0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것을 사전 통지했습니다. 원고는 이에 대해 피고와의 합의를 통해 복층유리 및 일반바로 설계·시공하기로 했고, 실시계획 승인을 받았으므로 재시공 의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실시협약에 따른 창호 단열 시공 의무가 사업자가 제출하여 승인받은 실시계획에 따라 변경될 수 있는지 여부 사업시행자(원고)가 시공한 복층유리 및 일반바 창호가 실시협약 및 성과요구수준서에서 요구하는 단열성능 기준을 충족하는지 여부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즉, 원고는 피고에 대하여 이 사건 창호에 이중창호 내지 그 성능과 동등 이상의 성능을 가진 단열바 등을 설계·시공할 의무가 여전히 존재하며, 이 의무의 부존재를 확인해달라는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민간투자사업에서 실시협약과 실시계획 승인은 법적 성격이 다르고 별개의 법적 효과를 발생시키므로 실시계획 승인이 실시협약 내용을 자동적으로 변경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한 판결입니다. 따라서 사업자는 실시협약에서 정한 기준에 따라 단열바 등을 시공할 의무를 부담합니다.
이 사건은 구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구 민간투자법)과 동법 시행령을 근거로 하는 민간투자사업에 관한 분쟁입니다. 법원은 다음 법령 및 법리를 적용하여 판단했습니다. 1. 실시협약과 실시계획 승인의 법적 성격: 구 민간투자법 제15조, 제17조, 제18조 및 구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 시행령 제16조에 따르면, 실시협약은 사업시행자와 주무관청 사이에 체결되는 '공법상의 계약'입니다. 반면, 실시계획 승인은 사업시행자의 공법상 권한 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설권적 행정처분'에 해당합니다. 이 둘은 법적 성격이 상이하고 별개의 법적 효과 발생을 목적으로 하므로, 실시계획 승인이 이루어졌다고 해서 실시협약의 내용이 자동적으로 변경되는 것은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2. 계약 해석의 원칙: 대법원 판례(2016다228799 판결 참조)에 따라 계약 당사자 간의 의사표시 해석은 서면에 사용된 문구에 구애받지 않지만, 당사자의 내심적 의사에 관계없이 서면의 기재 내용에 부여된 객관적 의미를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해야 합니다. 문언의 객관적 의미가 명확하다면 그 기재 내용을 부정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문언대로 인정해야 합니다. 3. 실시협약 변경 요건: 이 사건 실시협약 제83조 제1항에는 '협약 변경을 위해서는 서면 약정이 필요하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서면 합의 없이 실시계획 승인만으로 실시협약 내용이 변경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4. 성과요구수준서의 창호 단열 조항: 이 사건 성과요구수준서 II. 902-2-7항('외부에 면하는 창은 이중창호를 원칙으로 하고 필요한 경우 단열유리 및 단열바로 설계')의 문언과 목적에 비추어 볼 때, 이 조항은 외부에 면하는 창에 이중창호나 이와 동등 이상의 성능을 가진 '단열유리 및 단열바'를 시공하도록 하는 취지이지, 그에 미달하는 성능의 창호 시공을 허용하는 재량을 부여하는 규정으로 볼 수 없다고 해석했습니다. 구 건축물의 에너지절약설계기준 [별표3]의 규정을 근거로 단열바 적용 여부에 따라 단열성능이 달라진다는 점도 판단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민간투자사업 등에서 정부기관과 계약을 체결할 경우, 계약서(실시협약)와 구체적인 계획(실시계획) 승인은 법적 효력이 다를 수 있으므로 그 차이를 명확히 이해해야 합니다. 계약 내용을 변경하고자 할 때는 반드시 계약서에 명시된 절차(예 서면 합의)를 거쳐 객관적인 증거를 남겨야 합니다. 단순히 실시계획이 승인되었다는 사실만으로 기존 계약 내용이 변경되었다고 주장하기는 어렵습니다. 공사감리자의 승인과 같은 내부적인 절차상 승인이 주무관청과의 계약 내용 변경 합의로 간주되지 않을 수 있으므로, 주무관청의 공식적인 의사 확인이 중요합니다. 계약서에 첨부된 성과요구수준서 등 세부 지침의 문언적 의미와 목적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 기준에 부합하도록 시공해야 합니다. 특히 단열 성능과 같이 건축물의 품질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부분은 더욱 주의가 필요합니다. 감사원 등 외부 기관의 감사 결과는 향후 법적 분쟁에서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으므로, 초기 대응 시 감사 결과에 대한 명확한 입장 표명과 함께 법률 전문가와 상의하여 신중하게 접근해야 합니다. 문제 발생 시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고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