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정
삼성전자 LCD 패널 검사 업무를 하던 직원이 다발성 경화증 진단을 받고 근로복지공단에 요양승인을 신청했으나 불승인 처분을 받자 이에 불복하여 소송을 제기한 사건입니다. 법원은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없다고 보아 요양불승인 처분이 정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원고는 2002년 11월 18일 삼성전자에 입사하여 2007년 2월 5일 퇴사할 때까지 LCD 패널 화질 검사 업무를 담당했습니다. 근무 기간 중 원고는 다발성 경화증이라는 희귀 질환이 발병하자 이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고자 근로복지공단에 요양승인을 신청했으나 공단은 2011년 2월 7일 이를 불승인했습니다. 이에 원고는 불승인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원고의 LCD 패널 검사 업무와 다발성 경화증 발병 또는 악화 사이에 업무상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지 여부
원고의 항소를 기각하고 제1심 판결을 유지하여 근로복지공단의 요양불승인처분이 정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원고의 업무 방식이나 환경이 크게 바뀌지 않았으며 교대 근무와 초과 근무 및 집중력 요구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는 있었으나 통상적인 근로자가 감내할 수준을 넘어 생리적 변화를 초래할 정도의 만성적 과로나 스트레스에 시달렸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자외선 노출 부족이나 유해물질 노출 주장에 대해서도 객관적인 의학적 연구 결과나 노출 정도를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보았습니다. 다발성 경화증이 발병 원인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희귀 질환이며 원고의 개인적 요인(호발 연령인 35세 이하에 해당, 하루 반 갑 정도 흡연)도 발병 가능성을 높인다는 점 등을 종합하여 업무와 질병 간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이 사건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의 '업무상 재해' 인정 여부를 다투는 사안입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은 근로자가 업무상의 사유로 부상, 질병, 장해 또는 사망에 이른 경우 그 손해를 보상하기 위한 법률입니다. 특히 질병의 경우 근로자의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어야 업무상 재해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상당인과관계란 업무상의 부담이 질병의 주된 원인이 되었거나 기존 질병을 자연적인 진행 경과 이상으로 급격하게 악화시켰다는 인과적 연관성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될 필요는 없지만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한 개연성이 있다고 인정될 정도는 되어야 합니다. 이 판례에서는 원고의 업무 강도, 스트레스 수준, 유해물질 노출 정도, 질병의 특성(원인 불명 희귀 질환), 개인적 요인(나이, 흡연)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업무와 질병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부족하다고 보았습니다. 이는 업무상 재해 인정 요건 중 상당인과관계 입증의 어려움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희귀 질환의 경우 업무 관련성을 입증하기가 매우 어려우므로 발병 전후의 업무 내용, 강도, 근무 환경 변화, 유해 물질 노출 여부 및 정도를 최대한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자료(업무일지, 동료 증언, 작업 환경 측정 기록 등)로 남겨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과로나 스트레스 주장은 통상적인 근로자가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 생리적 변화를 초래할 정도였음을 의학적 소견이나 객관적인 기록(초과 근무 기록, 정신과 진료 기록 등)으로 입증해야 합니다. 특정 유해 물질 노출 주장은 해당 물질의 종류, 노출 기간, 농도, 신체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한 과학적 또는 의학적 증거가 필요하며 막연한 개연성만으로는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개인의 기저 질환, 생활 습관(흡연 등), 유전적 요인 등 업무 외적인 요인도 질병 발병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이러한 요인이 업무상 재해 판단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음을 인지하고 개인적 요인보다 업무적 요인의 기여도가 훨씬 컸음을 입증해야 합니다. 역학조사 결과 '판정 불가'가 나온 경우에도 다른 증거를 통해 인과관계를 입증할 수 있지만 그만큼 입증 책임이 무거워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