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채무 · 행정
원고 A는 C에게 2억 원을 빌려주었습니다. C의 사실혼 배우자인 H이 C을 대리하여 차용증을 작성했으나 피고 B(C의 딸)는 H에게 대리권이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법원은 H에게 C의 회사 운영에 관한 포괄적 대리권이 있었고 원고가 H에게 C을 대리할 권한이 있다고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었으므로 민법 제126조 표현대리가 성립하여 소비대차 계약이 유효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C은 채무 초과 상태에서 딸인 피고에게 아파트 매매예약을 했고 이는 원고의 채권을 해하는 사해행위에 해당하며 피고도 이러한 사실을 알았다고 추정되어 아파트 매매예약 취소 및 가등기 말소를 명한 판결입니다.
채무자 C은 2019년 8월 14일부터 2020년 9월 22일까지 원고 A로부터 총 2억 원을 빌렸습니다. 이 대여금은 C의 사실혼 배우자 H이 C을 대리하여 차용증을 작성하며 이루어졌습니다. 이후 C은 2023년 7월 28일 이 중 1억 원을 변제했으나 2022년 8월 1일 당시 약 2억 3천만 원의 원리금 채무가 남아있었으며 전체적으로는 약 25억 원의 채무가 10억 원 상당의 재산을 초과하는 채무 초과 상태였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C은 자신의 유일한 재산 중 하나인 아파트(시가 7억 6천만 원)를 딸인 피고 B와 매매예약을 체결하고 소유권이전청구권 가등기를 마쳐주었습니다. 이에 원고 A는 C이 채무 초과 상태에서 재산을 빼돌려 자신의 채권 회수를 어렵게 하려 한 것으로 보고 이 매매예약이 채권자를 해하는 사해행위에 해당한다며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채무자 C의 사실혼 배우자인 H이 C을 대리하여 원고로부터 돈을 빌릴 대리권이 있었는지 여부입니다. 특히 민법 제126조의 표현대리가 성립하는지가 문제되었습니다. 둘째 채무자 C이 채무 초과 상태에서 딸인 피고와 체결한 아파트 매매예약이 채권자(원고)를 해하는 사해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셋째 피고가 해당 매매예약이 사해행위임을 알았는지 여부 즉 피고의 악의 추정 번복 가능성이 쟁점이었습니다.
법원은 먼저 채무자 C의 사실혼 배우자 H에게 민법 제126조의 표현대리가 인정되어 C이 원고 A와의 소비대차 계약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그 이유는 C이 H에게 인감도장 인감증명서 신분증 사본 주식회사 J의 법인 인감 및 법인 계좌 등을 교부하며 회사 운영에 관한 포괄적 대리권을 수여한 사실이 있었고 원고가 H에게 금전을 차용할 대리권이 있다고 믿은 데에 정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다음으로 C이 딸인 피고 B에게 아파트를 매매예약할 당시 이미 2,566,127,972원(25억 6천만 원)의 채무가 1,033,000,000원(10억 3천만 원)의 재산을 초과하는 채무 초과 상태였으므로 이 매매예약은 원고의 채권을 해하는 사해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피고가 사해행위임을 몰랐다고 주장했으나 친족 관계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사해행위임을 알았다고 추정되는 악의를 뒤집을 증거가 부족하다고 보아 피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이에 따라 법원은 이 사건 매매예약을 취소하고 피고 명의의 소유권이전청구권 가등기를 말소해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최종적으로 피고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고의 청구를 인용한 제1심 판결을 유지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원고 A는 채무자 C에 대한 대여금 2억 원의 채권이 유효함을 인정받았고 이 중 1억 원을 지급받은 후 남은 원리금 약 1억 5천만 원에 대한 채권을 회수할 가능성이 열렸습니다. 채무자 C이 채무 초과 상태에서 딸에게 아파트를 넘기려 한 행위가 사해행위로 취소되었기 때문입니다. 피고 B는 아버지 C으로부터의 아파트 매매예약이 취소되고 가등기가 말소됨으로써 해당 아파트를 취득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 판결에서 주로 적용된 법령과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1. 민법 제126조 (권한을 넘은 표현대리): 대리인이 본인에게 부여받은 권한을 넘어선 법률행위를 했더라도 거래 상대방이 대리인에게 그러한 행위를 할 권한이 있다고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었다면 본인은 그 행위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채무자 C이 사실혼 배우자 H에게 인감도장 인감증명서 신분증 사본 주식회사 J의 법인 인감 및 법인 계좌 등을 교부하고 회사 운영에 관한 포괄적 대리권을 수여했으므로 H에게는 기본 대리권이 인정되었습니다. 그리고 원고 A가 H에게 돈을 빌릴 대리권이 있다고 믿은 데에 정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보아 C이 표현대리 책임을 지게 되었습니다. 2. 사해행위 취소권 (민법 제406조): 채무자가 채권자를 해칠 목적으로 자신의 재산을 감소시키는 법률행위(예: 재산 증여, 저가 매매, 담보 설정 등)를 하여 채무 초과 상태에 빠지게 하거나 이미 채무 초과 상태를 더욱 심화시켰을 때 채권자는 그 법률행위를 취소하고 재산을 채무자에게 원상회복시킬 수 있는 권리입니다. 이 사건에서 채무자 C이 이미 채무 초과 상태에서 딸에게 아파트를 매매예약한 행위는 원고 A의 채권을 해하는 사해행위로 인정되었습니다. 3. 채무자의 사해의사 및 수익자(재산을 받은 자)의 악의: 사해행위가 성립하려면 채무자에게 채권자를 해칠 의사(사해의사)가 있어야 하고 재산을 받은 사람(수익자)에게도 채무자의 행위가 채권자를 해한다는 사실을 알았다는 인식(악의)이 있어야 합니다. 판례는 채무자가 채무 초과 상태에서 재산을 처분했다면 사해의사는 추정되며 수익자가 채무자와 친족 관계에 있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수익자의 악의 역시 추정된다고 봅니다. 이러한 추정을 뒤집으려면 적극적인 반증(반대되는 증거)이 필요합니다.
비슷한 문제 상황에 처했을 때 다음 사항들을 참고하실 수 있습니다. 첫째 금전을 빌려주거나 계약을 체결할 때 대리인을 통해 이루어진다면 대리인의 대리권 유무를 명확히 확인해야 합니다. 인감증명서나 위임장 같은 서류만으로 대리권이 있다고 단정하기보다는 본인의 실제 의사를 확인하려는 노력이 중요합니다. 둘째 민법상 '표현대리'가 인정되면 비록 실제 대리권이 없었더라도 본인이 그 대리행위에 대해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이는 대리인에게 권한이 있다고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객관적으로 인정될 때 성립하며 특히 사업 운영에 대한 포괄적 대리권을 수여한 경우 그 범위 내에서 발생할 수 있습니다. 셋째 빚이 많은 상태 즉 채무 초과 상태에서 자신의 재산을 배우자 자녀 등 특수 관계인에게 넘기거나 담보를 설정하는 행위는 '사해행위'로 취소될 수 있습니다. 이는 채권자의 권리 행사를 방해하는 행위로 간주됩니다. 넷째 사해행위취소 소송에서 채무자가 재산을 처분할 당시 이미 채무 초과 상태였다면 채무자에게는 채권자를 해할 의사 즉 '사해의사'가 있었다고 추정됩니다. 다섯째 사해행위로 인해 재산을 받은 사람(수익자)이 채무자의 행위가 채권자를 해한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하더라도 그 재산을 취득하게 된 경위나 채무자와의 관계 등에 비추어 사해행위임을 알았다고 추정될 수 있습니다. 특히 가족 간의 거래에서는 수익자의 '악의'가 추정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이를 뒤집을 만한 명확한 증거를 제시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