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
피고인 A는 대출 상담사의 말에 속아 체크카드와 비밀번호를 넘겨주었다는 이유로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어 1심에서 벌금 70만원을 선고받았습니다. 하지만 항소심에서는 피고인이 대출을 받기 위한 수단으로 체크카드의 일시적인 사용을 위임한 것에 불과하다고 보아 접근매체를 '양도'했다는 고의가 없다고 판단하고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고령의 뇌병변장애인으로서 유일한 수입원인 기초연금을 수령하는 데 사용하던 계좌를 그대로 사용한 점 등을 고려하여, 접근매체의 소유권 또는 처분권을 확정적으로 이전하려는 의사가 없었다고 판단했습니다.
2022년 3월 26일경부터 4월 4일경 사이에 피고인 A는 성명불상의 대출상담사로부터 낮은 이자로 대출을 해주겠다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상담사는 대출을 위해 체크카드, 계좌번호, 비밀번호가 필요하다고 요구했고, 이에 피고인은 자신의 체크카드를 택배로 발송하고 계좌번호와 비밀번호를 전화로 알려주었습니다. 이후 피고인의 계좌는 보이스피싱 범행에 이용되었고, 피고인은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으로 기소되어 1심에서 벌금 70만원을 선고받았습니다.
대출을 해 주겠다는 말에 속아 체크카드와 비밀번호를 넘겨준 행위가 전자금융거래법에서 금지하는 '접근매체의 양도'에 해당하는지, 아니면 '일시적인 사용 위임'에 불과하여 처벌할 수 없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대출을 받기 위해 접근매체인 체크카드의 일시적인 사용을 위임한 것에 불과하다고 판단했습니다. 피고인이 고령이고, 유일한 수입원 계좌를 변경하지 않고 계속 사용했으며, 접근매체의 소유권을 확정적으로 이전할 의사가 있었다는 증거가 없다는 점을 고려할 때, 피고인이 접근매체를 '양도'했다는 고의를 가지고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이 사건은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 제3항 제1호(접근매체 양도 금지)와 제49조 제4항 제1호(위반 시 처벌)가 적용되었습니다. 법원은 접근매체의 '양도'를 접근매체의 소유권 또는 처분권을 확정적으로 이전하는 행위로 해석하며, 단순히 대여받거나 일시적인 사용을 위한 위임을 받는 행위는 '양도'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례를 따릅니다. 이러한 법리는 접근매체를 교부하게 된 동기, 경위, 교부 이후의 행태 등 여러 객관적인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됩니다. 대출을 받기 위한 수단으로 접근매체를 전달했더라도, 그 대가로 다른 사람이 임의로 전자금융거래를 할 수 있도록 용인했다면 '양도'에 해당하지만, 단순히 일시적인 사용을 위임한 것에 불과하다면 '양도'로 볼 수 없습니다. 본 판결에서는 피고인의 고령, 기존 계좌의 계속적 사용 등 여러 사정을 통해 접근매체의 '일시 사용 위임'으로 판단되어 무죄가 선고되었습니다.
대출을 미끼로 체크카드나 계좌 비밀번호 등 금융 관련 '접근매체'를 요구하는 행위는 대부분 사기에 해당합니다. 어떤 경우에도 자신의 체크카드, 통장, 비밀번호 등을 타인에게 전달하거나 알려주어서는 안 됩니다. 만약 대출 등을 이유로 접근매체를 넘겨주었더라도, 법원에서는 해당 행위가 '소유권이나 처분권의 확정적인 이전'을 목적으로 한 '양도'였는지, 아니면 '일시적인 사용 위임'에 불과했는지 여부를 엄격하게 판단합니다. 이 사건의 경우, 피고인이 고령이고 유일한 소득원 계좌를 지속적으로 사용했다는 점 등이 '양도'의 고의가 없었다는 판단의 근거가 되었습니다. 따라서 유사한 상황에 처하게 될 경우, 자신의 행위가 단순히 일시적인 사용 위임을 목적으로 했음을 명확히 증명할 수 있는 객관적인 정황과 증거가 중요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애초에 어떠한 경우에도 금융 접근매체를 타인에게 넘겨주지 않는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