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
시행사인 원고가 하도급 업체와의 계약이 중단된 후, 하도급 업체가 임대한 가설자재 대금을 지급하지 않아 유치권 현수막이 게시되자 피고(가설자재 임대업체)에게 1,470만원을 지급했습니다. 이후 원고는 피고의 유치권 주장이 부당했다며 지급한 금액의 반환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원고가 하도급 업체의 채무를 인수한 것이고 피고의 현수막 게시 행위가 불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원고인 주식회사 A는 건물을 신축하는 공사의 시행사였고, 하도급 업체인 F과 공사 도급 계약을 맺었습니다. F은 피고 B로부터 가설자재를 임대하여 공사에 사용하던 중 공사를 중단하고 잠적했습니다. 이에 피고는 F에게 받아야 할 가설자재 임대료 8,400,000원과 자재 미반환 문제를 원고에게 제기했고, 원고는 공사 재개를 위해 피고의 가설자재가 필요하여 F의 미지급 임대료와 추가 사용료 6,300,000원을 합한 총 14,700,000원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약속한 지급이 지연되자 피고는 2022년 12월 26일 공사 현장에 '유치권 행사 중'이라는 현수막을 게시했습니다. 원고는 PF대출 현장실사가 예정되어 있어 은행 직원들이 현수막을 볼 것을 우려, 다음 날인 2022년 12월 27일 피고에게 14,700,000원을 지급했고, 피고는 현수막을 철거했습니다. 이후 원고는 피고가 법률상 유치권이 없음에도 현수막을 걸어 대금을 받아갔으므로, 이는 불법행위 또는 부당이득이라며 지급한 14,700,000원의 반환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원고가 피고에게 지급한 가설자재 임대료가 법률상 원인이 없는 부당이득인지와 피고의 유치권 현수막 게시 및 대금 수령 행위가 불법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합니다. 소송 총비용은 원고가 부담합니다.
법원은 원고가 하도급 업체의 채무를 중첩적으로 인수한 것으로 보았고, 추가 임대료 역시 원고의 자재 사용에 대한 대가이므로, 총 14,700,000원의 지급은 법률상 원인이 있는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또한, 피고의 유치권 현수막 게시 행위는 비록 법률상 유치권은 아니었으나, 원고의 대금 미지급 상황, 짧은 현수막 게시 기간, 그리고 피고가 받아야 할 정당한 대금을 받은 점 등을 고려할 때 불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원고의 청구를 최종적으로 기각했습니다.
하도급 업체가 공사를 중단하거나 잠적했을 때 시행사가 직접 자재 임대업체 등과 협의하여 미지급 대금을 해결해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 시행사가 기존 하도급 업체의 채무를 대신 지급하기로 약정하면, 이는 법적으로 채무를 인수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으므로, 약정의 내용과 범위를 명확히 하고 문서화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유치권'은 민법 또는 상법에 따라 엄격한 요건을 갖추어야만 성립합니다. 본 사례에서처럼 가설자재 임대료 채권은 해당 공사 현장에 관하여 생긴 채권이 아니거나, 공사 현장을 점유하지 않았다면 법률상 유치권이 성립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대금을 받지 못했다고 해서 무조건 유치권을 주장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법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유치권 주장은 효력이 없습니다. 중요한 금융 거래를 앞두고 현수막 게시 등으로 분쟁 상황이 외부에 노출될 경우,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급하게 대금을 지급하더라도 이는 채무의 이행으로 간주될 수 있습니다. 대금 지급 전에 해당 채무의 성격과 유치권의 법적 효력 등을 정확히 판단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