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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요양병원 운영자들이 의사 등 의료기관 개설 자격이 없음에도 의료법인인 D의료재단을 형식적으로 내세워 요양병원을 운영하고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비용을 편취했다는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D의료재단이 적법하게 설립되었고 피고인들의 병원 운영 방식이 비의료인 개인의 사적인 이익을 위한 사업으로 보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의료법 위반 및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피고인 B, 그의 배우자 C, 그리고 그의 동생 J은 각기 다른 시기에 의료법인 D의료재단 이사장직을 맡아 E요양병원을 운영해왔습니다. 검찰은 이들이 의사 등 의료기관 개설 자격이 없는 비의료인임에도 불구하고 의료법인이라는 형식을 빌려 실제로는 자신들의 영리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소위 '사무장 병원'을 운영했으며, 이를 통해 2011년부터 2018년까지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총 약 150억 원에 달하는 요양급여를 불법적으로 편취했다고 주장하며 기소했습니다. 피고인들은 의료법인이 적법하게 설립되었고 법인의 목적 범위 내에서 병원을 운영했으며 개인적 이득을 취하지 않았다고 항변했습니다.
피고인들이 비의료인으로서 의료법인을 형식적으로 내세워 E요양병원을 불법 개설 및 운영했는지 여부와 이를 통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를 편취(사기)했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이었습니다. 특히 의료법인이 외형상으로는 적법하게 설립되었으나 실질적으로는 비의료인 개인의 사업에 불과하다고 볼 수 있는지에 대한 판단 기준이 중요했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의료법을 위반하여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했다는 점과 이를 전제로 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의 공소사실 모두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한다며 피고인들 모두에게 무죄를 선고하고 판결의 요지를 공시했습니다.
법원은 이 사건 의료법인이 적법하게 설립되었고, 피고인들이 의료법인 및 병원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일부 문제가 있었으나 이를 두고 의료법인이 비의료인의 개인 사업에 불과하거나 의료법 적용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된 것으로 평가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의료기관 개설자격이 없는 비의료인이 병원을 개설했다는 의료법 위반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고, 이에 따라 요양급여 편취 혐의도 무죄로 판단했습니다.
이 사건은 의료법 제33조 제2항(비의료인의 의료기관 개설 금지)과 제87조(의료법 위반 처벌) 및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에 관한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대법원은 비의료인이 의료법인의 임원으로 취임하여 의료기관 개설·운영을 주도했더라도, 의료법에 따라 적법하게 설립 허가와 의료기관 개설 허가를 받아 그 목적 범위 내에서 의료업을 시행하여 왔다면, 운영 과정상의 법령 위반이 있더라도 곧바로 비의료인 개인이 개설한 것으로 보아 의료법 위반으로 평가하는 데는 신중해야 한다는 원칙을 세우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판단은 비의료인이 부정한 방법을 이용했는지, 영리 목적으로 의료행위에 직접 관여했는지, 법인에 대한 투자의 대가로 수익을 분배받았는지, 비의료인과 의료법인 사이에 재산과 업무가 혼용되었는지, 비의료인이 의료기관을 실질적으로 장악하고 사적 이익을 위해서만 운영했는지, 관할 관청의 지도·감독을 회피했는지, 의료기관 자본의 부실 정도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의료법인이 단순히 비의료인 개인 사업의 '껍데기'에 불과하거나 의료기관 개설자격에 관한 법률 적용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된 것으로 평가될 정도에 이르러야 의료법 위반이 인정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의료법인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설립되고 관할 관청의 지도·감독을 꾸준히 받아왔다면 비록 비의료인이 법인의 임원으로 참여하여 운영을 주도했더라도 무조건 사무장병원으로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의료기관 개설 자격 위반 여부를 판단할 때는 비의료인이 서류 위조 등 부정한 방법으로 법인을 설립했는지, 영리를 목적으로 부당한 의료행위를 지시했는지, 의료법인 자산을 개인 자산과 혼용했는지, 의료법인의 수익을 부당하게 분배받았는지, 의료인의 구체적인 의료행위에 직접 관여했는지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일부 운영상 법령 위반 사항이 발견되더라도, 이는 해당 위법 행위에 대한 별도의 처벌 대상이 될 수 있으나 의료기관의 개설 자격 자체를 무효화하는 근거가 되기에는 부족할 수 있습니다. 의료기관의 규모, 직원의 수, 건전한 재정 상황, 그리고 병원의 목적과 운영 계획이 실제로 부합하는지 여부 등도 중요한 판단 요소로 작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