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 이름으로 맺어진 렌터카 및 리스 계약의 무효를 확인하는 사건

이 사건은 원고 A의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이용하여 제3자 J이 피고 C 주식회사 및 피고 F 주식회사와 각각 렌터카 및 자동차리스 계약을 체결한 것에 대해, 원고 A가 해당 계약들이 원고의 의사와 무관하게 체결된 것이므로 채무가 존재하지 않음을 확인해달라고 청구한 사건입니다. 법원은 제1심에서 원고의 주장을 인용하여 계약에 따른 채무가 존재하지 않음을 확인하였고, 피고들이 이에 불복하여 항소하였으나 항소심 역시 제1심의 판단이 정당하다고 보아 피고들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 A: J에게 개인정보를 도용당하여 자신의 명의로 렌터카 및 자동차리스 계약이 체결된 피해자입니다. 이 사건에서 피고들에게 계약에 따른 채무가 없음을 주장하는 당사자입니다.
• 피고 C 주식회사: 원고 A 명의로 2020년 6월 15일자 장기렌터카 계약(월 1,262,800원)과 2020년 9월 4일자 자동차리스 계약(월 1,085,300원)을 체결한 회사입니다. 피고는 계약 당시 본인 확인 절차를 충분히 거쳤으며 원고에게 표현대리 또는 중대한 과실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 피고 F 주식회사: 원고 A 명의로 2021년 1월 28일자 자동차리스 계약(월 1,369,316원)을 체결한 회사입니다. 피고는 계약 당시 본인 확인 절차를 충분히 거쳤다고 주장했습니다.
• J: 원고 A가 운영하는 법인의 분양대행 업무를 수행하던 인물로, 원고의 개인정보(운전면허증 사본, 휴대전화, 사업자등록증, 소득금액증명서, 계좌번호 등)를 이용하여 원고 명의로 피고들과 이 사건 각 계약을 체결한 장본인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징역 1년 6개월의 유죄 판결이 확정되었습니다.

분쟁 상황

원고 A가 운영하는 법인의 분양대행 업무를 맡았던 J은 원고 A의 운전면허증 사본, 사업자등록증, 소득금액증명서, 계좌번호, 휴대전화 등 개인정보를 취득했습니다. J은 이 정보를 이용하여 원고 A 명의로 피고 C 주식회사와 2020년 6월 15일자 장기렌터카 계약(월 1,262,800원) 및 2020년 9월 4일자 자동차리스 계약(월 1,085,300원)을 체결했고, 피고 F 주식회사와는 2021년 1월 28일자 자동차리스 계약(월 1,369,316원)을 체결했습니다. 원고 A는 이 모든 계약이 자신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명의를 도용당해 체결된 것이므로 자신에게 채무가 없음을 주장하며 법원에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핵심 쟁점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제3자 J이 원고 A의 명의를 도용하여 체결한 렌터카 및 리스 계약이 원고에게 효력을 미치는지 여부입니다. 둘째, 피고 회사들이 계약 체결 당시 비대면 거래 환경에서 법률이 요구하는 엄격한 본인 확인 의무를 다했는지 여부입니다. 셋째, 원고 A가 J에게 대리권을 수여했거나, 민법상 표현대리 책임 또는 전자금융거래법상 고의나 중대한 과실에 따른 책임이 인정되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의 판단

항소심 법원은 피고 C 주식회사와 피고 F 주식회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제1심 판결을 유지했습니다. 이는 원고 A가 피고 회사들과 체결된 모든 렌터카 및 자동차리스 계약에 따른 사용료 채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제1심의 판단이 정당하다고 인정한 것입니다.

결론

법원은 제3자 J이 원고의 명의를 도용하여 체결한 이 사건 각 계약은 원고에게 아무런 효력이 없으며, 피고 회사들이 비대면 금융거래에서 요구되는 엄격한 본인확인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원고에게 표현대리 또는 전자금융거래법상 책임이 없다고 보아, 원고 A가 피고들에게 해당 계약에 기한 사용료 채무를 부담하지 않음을 최종적으로 확인했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이 사건과 관련하여 적용된 주요 법령 및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1. 민법 제126조(표현대리)​: 본인이 대리권을 수여하지 않았음에도 마치 대리권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상황에서, 상대방이 대리권이 있다고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다면 본인이 대리행위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 법원은 J이 원고의 운전면허증 사본과 휴대전화를 이용하여 본인인증 절차를 거쳤지만, 이것만으로는 피고 회사들이 J에게 계약 체결의 대리권이 있다고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2. 전자문서 및 전자거래 기본법 제7조 제2항 제2호: 전자문서가 작성자 또는 그 대리인의 의사에 기한 것이라고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는 자에 의해 송신된 경우에 그 효력이 인정될 수 있다는 조항입니다.
   • 법원은 피고들이 비대면 실명확인 방안에 따른 엄격한 본인 확인 절차를 다하지 않았으므로, 원고의 전자문서법상 '정당한 이유'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3. 전자금융거래법 제9조(전자금융거래의 책임)​: 금융기관 등은 접근매체의 위조나 변조 등으로 이용자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조항입니다. 다만 이용자의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있는 경우에는 그 책임의 전부 또는 일부를 이용자가 부담하게 할 수 있습니다.
   • 법원은 피고 C이 사전에 원고와 전자금융거래법 제9조 제1항에 규정된 사고 발생 시 이용자의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있는 경우 책임을 이용자에게 부담시킬 수 있다는 약정을 체결했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이 조항이 원고에게 적용될 여지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4.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금융실명법) 및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통신사기피해방지환급법)​:
   • 비록 피고 회사들이 이 법률들의 직접 적용 대상은 아니지만, 법원은 '전자문서'에 의한 '비대면 전자금융거래'의 특성상 명의 도용 등 범죄에 악용될 우려가 크므로, 금융회사등에게는 어느 정도 엄격한 본인확인 의무가 부과되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5. 비대면 실명확인 관련 구체적 적용방안(금융위원회 지침)​: 이 지침은 비대면 실명확인 시 최소 두 가지 이상의 엄격한 실명확인 방법을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 법원은 피고 회사들이 ① 실명확인증표 사본 제출, ② 기존 계좌 활용(1원 송금 인증 등 계좌에 대한 처분권한 확인), ③ 휴대전화 본인인증 등을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1원 송금 인증과 같은 계좌의 처분권한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았고, 단순히 운전면허증 사본이나 휴대전화 본인인증만으로는 충분한 본인 확인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금융위원회 유권해석을 인용하여 '계좌번호 유효성 확인'이 '1원 송금 인증절차'를 대체할 수 없음을 명확히 했습니다.

참고 사항

만약 타인이 자신의 명의를 도용하여 계약을 체결한 경우, 해당 계약은 원칙적으로 본인에게 효력이 없습니다. 금융기관이나 렌터카/리스 회사 등은 비대면 거래 시 '비대면 실명확인 관련 구체적 적용방안' 등 금융당국의 지침에 따라 최소 두 가지 이상의 엄격한 본인 확인 절차를 거쳐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단순히 운전면허증 사본이나 계좌번호 유효성 확인만으로는 충분한 본인 확인으로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특히 1원 송금 인증 등 계좌에 대한 처분 권한을 확인하는 절차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됩니다. 개인정보를 타인에게 제공하거나 관리 소홀로 인해 타인이 이를 이용하여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에도, 계약 체결 회사가 본인 확인 의무를 제대로 이행했다면 피해자에게 일정 부분 책임이 물어질 수도 있으나, 이 판결에서는 회사의 본인 확인 노력이 미흡했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본인 정보를 타인에게 위임하거나 맡길 때는 그 범위와 목적을 명확히 하고 신중해야 하며, 계약 당사자가 본인 확인 의무를 철저히 이행했는지도 중요한 판단 요소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