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피고인들은 정부의 부동산 세금 강화 정책으로 인해 주거용 오피스텔을 급히 처분하려는 소유주들로부터 전세보증금반환채무를 인수하는 조건으로 오피스텔을 매수하고 전세차익금까지 받았습니다. 하지만 피고인들은 자신들의 자금 없이 이와 같은 거래를 진행하며 전세보증금 반환 능력이 없었음에도 이를 매도인들에게 고지하지 않았고, 이에 사기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원심 법원은 피고인들에게 전세보증금 반환 의사와 능력이 없었음에도 정상적인 계약인 것처럼 매도인들을 속여 오피스텔을 매도하게 하고 전세차익금까지 받아 편취했다며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원심은 매수인의 자력 여부가 매매 계약의 중요한 요소이며, 피해자들이 피고인들의 자력을 신뢰하여 계약을 체결한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에 법리 오해와 심리 미진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특히, 이 사건은 임차인을 기망한 전형적인 전세사기가 아니라, 임대인이 세금 문제로 급매하는 상황이었고, 임차인들은 대항력을 갖추고 있어 매도인들이 임대차보증금반환채무에서 면책될 수 있었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또한 임차인의 이의권은 임차인 보호를 위한 특별한 권리이며, 이의 제기가 없는 한 매도인들이 매수인의 변제자력을 계약의 중요한 요소로 삼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아, 피고인들에게 고지의무가 있었다거나 피해자들이 착오에 빠졌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대법원은 원심 판결 중 피고인들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환송했습니다.
정부는 2020년 7월 10일 다주택자 등에 대한 부동산 세제를 강화하는 내용의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이에 따라 많은 다주택자들은 2021년 6월경까지 주거용 오피스텔 등을 처분하지 않으면 높은 금액의 세금을 부과받게 될 예정이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 처한 매도인들은 매수인이 전세보증금반환채무를 인수하는 조건으로 매매대금보다 고액의 전세보증금과 매매대금과의 차액인 '전세차익금'까지 매수인에게 지급하면서 급매물로 판매하려 했습니다. 피고인들은 이 점을 이용하여 자신들의 자금은 전혀 없이 오피스텔 등을 인수한 후 그 전세차익금 총 1억 8,100만 원 상당을 수령하고, 인수한 오피스텔 등의 임대차 존재 사실을 숨긴 채 근저당권을 설정하여 대출을 받는 방식으로 부동산을 취득할 계획을 세웠습니다. 피고인들은 전세보증금 반환채무의 이행을 정상적으로 인수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매도인인 피해자들에게 이러한 사실을 전혀 고지하지 않은 채 정상적인 계약인 것으로 피해자들을 속여 총 17회에 걸쳐 빌라 1채, 오피스텔 16채를 매매대금 합계 18억 4,100만 원 상당에 취득하고 전세차익금까지 편취한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오피스텔 매수인이 매도인에게 전세보증금 반환채무를 인수할 자력이 없다는 사실을 고지할 의무가 있는지, 매수인의 자력 부족을 고지하지 않은 행위가 매도인에 대한 사기죄의 기망행위에 해당하는지, 매도인들이 매수인의 변제자력을 착오한 상태에서 매매 계약을 체결했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
원심판결 중 피고인들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서부지방법원에 환송한다.
대법원은 매수인이 임대차보증금반환채무를 인수할 자력이 없다는 사실을 매도인에게 고지하지 않은 것만으로는 사기죄의 기망행위가 되지 않을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특히, 매도인이 세금 문제로 급하게 부동산을 처분하려 했고 임차인이 대항력을 갖추어 매도인의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가 면책되는 상황에서는 매수인의 자력 여부가 계약의 중요한 요소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는 부작위에 의한 사기죄 성립 요건과 고지의무의 범위를 엄격하게 해석한 결과로 볼 수 있습니다.
사기죄의 '기망'과 '고지의무' (형법): 사기죄에서 기망은 재산상의 거래 관계에서 지켜야 할 신의성실의 의무를 저버리는 모든 적극적 또는 소극적 행위를 의미합니다. 소극적 행위로서의 '부작위에 의한 기망'은 법률상 고지의무가 있는 자가 상대방이 착오에 빠져 있음을 알면서도 이를 고지하지 않는 것을 말합니다. 이 고지의무는 법령, 계약, 관습, 조리 등에 의해 인정되며, 구체적인 거래 실정과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결정됩니다. 이 사건에서는 피고인들이 자신들의 전세보증금 반환 자력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매도인에게 고지할 법률상 고지의무가 있었는지가 쟁점이 되었는데, 대법원은 단순히 매수인의 자력이 부족하다는 사실만으로 매도인에게 이를 고지할 의무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특히 매도인이 급하게 부동산을 처분하려 했고 임차인이 대항력을 갖춘 상황에서는 매수인의 변제자력이 매매 계약의 중요한 요소였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대항력 있는 주택 임대차에서의 임대인 지위 승계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1항):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1항에 따라 대항력을 갖춘 임차인의 임대차 목적물인 주택이 양도될 경우, 양수인(새로운 집주인)이 임대인의 지위를 당연히 승계하게 됩니다. 이 경우 양수인은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를 면책적으로 인수하게 되며, 종전 임대인(매도인)은 임차인에 대한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를 면하게 됩니다. 다만 임차인이 임대인의 지위 승계를 원하지 않는 경우에는 임차주택 양도 사실을 안 때로부터 상당한 기간 내에 이의를 제기함으로써 종전 임대인에게 임대차보증금 반환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임차인들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매도인들은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에서 벗어났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매도인 입장에서는 매수인의 자력 부족이 직접적인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낮았다는 점이 고려되었습니다.
부동산 매매 시 매도인은 매수인의 자력 여부를 꼼꼼히 확인해야 합니다. 특히 매매대금 외에 전세차익금 등을 매수인에게 지급하는 방식의 거래에서는 더욱 주의가 필요합니다. 임대차 계약이 있는 부동산을 매도할 경우 임차인의 대항력 유무와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의 승계 여부를 명확히 확인하고 특약사항으로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매도인은 매수인이 임대차보증금 반환 능력이 없음을 알았더라면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을 주장하려면 매수인의 변제자력이 계약의 중요한 요소였다는 점을 객관적인 증거로 입증할 수 있어야 합니다. 대항력 있는 임차인이 임대인 지위 승계를 원하지 않아 이의를 제기하는 경우 기존 임대인(매도인)이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를 계속 부담할 수 있으므로 매매 계약 체결 시 임차인의 이의 제기 가능성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