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개인정보
피고인 B는 A농업협동조합의 상임이사로서 이사회 결의의 적법성에 문제를 제기할 목적으로 이사회 내용이 녹음된 파일을 입수하여, 이사회 참석자들의 성명, 직급, 발언내용 등 개인정보가 포함된 녹취록을 작성했습니다. 이후 피고인은 이 녹취록을 이사회 직무집행정지가처분 신청의 증거자료로 법원에 제출하였고, 법원은 이를 정당한 권한 없이 다른 사람의 개인정보를 유출한 행위로 판단하여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다만 피고인의 범행 경위에 참작할 사정이 있고 초범인 점 등을 고려하여 형의 선고를 유예했습니다.
2022년 4월 22일, A농업협동조합 상임이사인 피고인 B는 이사추천위원회 구성을 위한 이사회에 참석했습니다. 이후 피고인은 이 이사회 결의의 적법성에 문제를 제기하기 위해 같은 날 총무팀장으로부터 이사회 회의 내용이 녹음된 기기를 전달받았습니다. 2022년 4월 25일경 피고인은 이 녹음된 내용을 바탕으로 조합장 E, 총무팀장 F, 상임이사 B 등 이사회 참석자들의 성명, 직급, 발언 내용 등 개인정보가 기재된 녹취록을 작성했습니다. 그리고 2022년 4월 27일경 피고인은 창원지방법원 진주지원에 이사회 직무집행정지가처분을 신청하면서, 작성한 녹취록을 증거자료로 법원에 제출하게 되면서 본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피고인이 이사회 녹취록을 작성하고 이를 법원에 증거로 제출한 행위가 개인정보 보호법상 '정당한 권한 없이 다른 사람의 개인정보를 유출'한 것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둘째, 농업협동조합법에 따라 조합원에게 이사회 의사록 열람권이 있더라도, 이 권리가 개인정보가 담긴 녹취록을 법원에 제출하는 행위까지 정당화할 수 있는지입니다. 셋째, 피고인의 행위가 형법상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없어지는 경우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은 피고인의 행위가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조합원의 이사회 의사록 열람권이 개인정보가 담긴 녹취록을 법원에 제출하는 것까지 허용하지 않으며, 이사회 참석자들의 개인정보 공개에 대한 동의도 없었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이사회 결의의 효력 다툼이라는 목적은 정당할 수 있으나, 개인정보를 안전 조치 없이 법원에 제출하고 성명과 직급까지 공개한 것은 수단과 방법이 적절하지 않고 보충성 요건도 갖추지 못하여 정당행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피고인이 이사회 결의의 적법성을 다투는 과정에서 범행에 이르게 된 점, 초범인 점 등을 참작하여 벌금 150만 원의 형을 정하되, 그 선고를 유예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피고인 B는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혐의로 유죄가 인정되었습니다. 법원은 피고인에게 벌금 150만원을 선고하면서도, 여러 양형조건을 고려하여 최종적으로 형의 선고를 유예하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는 일정 기간 동안 별다른 범죄 없이 지내면 형 선고의 효력이 상실되어 실질적으로 처벌받지 않는 것을 의미합니다.
본 판결과 관련된 주요 법령 및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유사한 문제 상황에 처했을 때 다음 사항들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첫째, 회의록이나 녹취록 등 기록물을 열람할 권한이 있더라도, 그 안에 포함된 개인정보를 다른 목적(특히 소송 증거자료 제출 등)으로 사용할 때는 '별도의 동의'를 받거나 '법률상 명확한 근거'가 있어야 합니다. 단순히 기록물 열람 권한이 있다고 해서 그 개인정보를 임의로 외부에 공개할 권한까지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둘째, 개인정보 보호법은 정보주체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강력하게 보호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개인정보를 수집 목적 외로 이용하거나 제3자에게 제공하는 것은 엄격하게 제한되며, 법원의 제출 명령이나 영장 등 법에서 정한 예외적인 경우에만 가능합니다. 셋째, 소송 등 법적 분쟁에서 증거 자료로 개인정보가 포함된 문서를 제출해야 할 때는, 개인정보를 최소화하거나 가명 처리하는 등 정보주체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기 위한 충분한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성명, 직급 등 인적사항을 포함하지 않고 발언 내용만을 필요한 범위 내에서 공개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넷째, 어떤 행위가 '정당행위'로 인정받아 위법성이 조각되려면, 행위의 목적이 정당해야 할 뿐만 아니라 수단과 방법의 상당성, 보호이익과 침해이익의 법익균형성, 긴급성, 보충성 등 매우 엄격한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합니다. 목적이 아무리 정당하더라도 개인정보 침해 등 다른 법익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수단을 사용한다면 정당행위로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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