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해 · 노동
어린이집 원장 A과 보육교사 B가 건물 2층 높이의 대피용 미끄럼대를 이용한 소방훈련 중 업무상 주의의무를 소홀히 하여 4세 원생 G에게 치근 파절 등 상해를 입힌 사건입니다. 원장 A은 구체적인 역할 분담 및 충분한 인원 배치를 하지 않은 과실이, 교사 B는 선행 원생이 미끄럼틀을 벗어나지 않은 상태에서 피해 아동을 내려보낸 과실이 인정되어 각각 벌금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사고는 2022년 1월 25일 오전 10시 30분경 F어린이집에서 건물 2층 높이의 대피용 미끄럼대를 이용한 소방훈련 중 발생했습니다. 해당 미끄럼대를 이용한 훈련은 어린이집에서 처음 실시되는 것이었습니다. 원장 A은 소방훈련 진행 전 보육교사들에게 구체적인 역할을 분담시키지 않고 충분한 인원을 배치하지 않은 채 훈련을 진행했습니다. 보육교사 B는 2층에서 원생들을 미끄럼틀로 내려보내는 역할을 맡았는데, 선행 원생이 미끄럼틀을 완전히 벗어나지 않은 상태에서 4세 피해 아동 G을 내려보냈습니다. 이로 인해 피해 아동 G은 미끄럼틀에 앉아 있던 다른 원생의 머리에 입이 부딪히면서 치근 파절 등 상해를 입었습니다. 피해 아동은 치료일수를 알 수 없는 상태였습니다.
어린이집 원장과 보육교사가 대피용 미끄럼대를 이용한 소방훈련 진행 시 원생의 안전 확보를 위한 업무상 주의의무를 다했는지 여부 및 그 위반과 아동 상해 발생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피고인들은 역할 분담 이행, 법령상 주의의무 부재, 예견 가능성 부족 등을 주장하며 과실을 부인했습니다.
피고인 A에게 벌금 5,000,000원, 피고인 B에게 벌금 1,000,000원을 선고하고, 각 벌금을 납입하지 않을 경우 100,000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노역장에 유치하도록 명하였습니다. 또한, 각 벌금 상당액의 가납을 명하였습니다.
법원은 피고인 A이 원장으로서 소방훈련 전 구체적인 역할 분담과 충분한 인원 배치를 하지 않은 과실을, 피고인 B가 보육교사로서 선행 원생의 이탈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피해자를 미끄럼틀로 내려보낸 과실을 인정했습니다. 이러한 업무상 과실과 피해 아동의 상해 발생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하여 두 피고인 모두 유죄로 인정했습니다. 특히 보육교사의 영유아 보호 감독 의무는 법령 외에도 업무의 성질에 따라 관습, 조리, 판례가 요구하는 주의의무까지 포함된다고 보았습니다.
형법 제268조(업무상과실치사상): 업무상 과실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사람을 사망이나 상해에 이르게 한 자는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합니다. 형법 제30조(공동정범): 2인 이상이 공동하여 죄를 범한 때에는 각자를 그 죄의 정범으로 처벌합니다.
이 판례에서 법원은 업무상 과실의 의미를 '당해 업무의 성질이나 담당자의 지위에 비추어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게을리하여 결과 발생을 예견하거나 회피하지 못한 경우'로 보았습니다. 특히 어린이집 보육교사의 업무상 주의의무는 법령에 규정된 의무뿐만 아니라 업무의 성질과 구체적 사정에 비추어 관습, 조리, 판례가 요구하는 주의의무까지 포함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는 영유아를 보호하는 특수한 지위에서 친권자에 준하는 보호감독 의무를 지니며 언제나 안전사고 방지에 유념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입니다. 또한, 인과관계 판단에 있어서는 피고인의 행위가 유일한 원인이 아니더라도 피해자나 제3자의 과실 등 다른 사실이 개재되었을 때 그 사실이 통상 예견될 수 있는 것이라면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본 사건에서는 원장과 교사 각자의 주의의무 위반이 경합하여 피해 아동에게 상해가 발생하였으므로 각 피고인의 업무상 과실과 상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었습니다.
어린이집과 같은 보육 시설에서 새로운 대피 시설이나 훈련 방식을 도입할 때는 반드시 사전 계획을 철저히 수립해야 합니다. 특히 처음 실시하는 훈련의 경우 사고 발생 위험이 높으므로 일반적인 상황보다 훨씬 더 높은 수준의 안전 조치와 인력 배치가 필요합니다. 훈련 전 교사들의 구체적인 역할 분담을 명확히 하고 각자의 임무를 충분히 인지하도록 해야 합니다. 훈련 과정에서는 아동들의 움직임을 면밀히 주시하고 특히 대피 시설 이용 시에는 순서와 간격을 철저히 지켜 충돌이나 낙상 사고를 예방해야 합니다. 위기 상황 시 매뉴얼에 명시되지 않은 사항이라도 아동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보육교사의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주의의무가 요구됩니다. 사고 발생 시 즉각적인 응급 처치 및 보호자에게 상황을 정확히 전달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