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출혈로 의식불명 환자의 미납 진료비 및 의료과실 손해배상 판결

환자 A는 2011년 8월 뇌동맥류 파열로 쓰러져 전북대학교병원에서 응급 치료를 받았습니다. 뇌실외배액술과 뇌동맥류 클립 결찰술 등을 받았으나 이후 의식불명 상태가 되었습니다. 병원(원고)은 환자 A와 그의 동생이자 연대보증인인 B에게 미납 진료비 31,587,070원을 청구했습니다. 이에 대해 환자 A(반소원고)는 병원 의료진이 진단 및 시술 지연, 경과 관찰 소홀, 수술 지연, 설명의무 위반 등 의료과실을 저질러 자신의 의식불명 상태가 초래되었다며 1,122,269,552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반소를 제기했습니다. 법원은 병원의 진료비 청구에 대해 재난적의료비 지원 및 국민건강보험공단 지급액을 공제한 16,201,800원을 환자 A와 B가 연대하여 병원에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반면, 환자 A가 제기한 의료과실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는 의료진의 과실 및 설명의무 위반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아 전부 기각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전북대학교병원 (원고): 뇌동맥류 파열로 내원한 환자 A에게 치료를 제공했으며, 미납된 진료비의 지급을 청구한 병원입니다.
• 환자 A (피고/반소원고): 뇌동맥류 파열로 전북대학교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으나 의식불명 상태가 된 환자로, 병원의 의료과실을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 B (피고): 환자 A의 동생이자 환자 A의 병원 진료비 채무를 연대보증한 사람입니다.

분쟁 상황

환자 A는 2011년 8월 12일 사우나에서 쓰러져 F병원을 거쳐 전북대학교병원 응급실에 내원했습니다. 진단 결과 뇌동맥류 파열에 의한 뇌지주막하출혈, 뇌실질내출혈, 수두증이 확인되었습니다. 병원 의료진은 뇌실외배액술(EVD)을 시행하고, 6일 뒤인 2011년 8월 17일에 파열된 뇌동맥류에 대한 클립 결찰술을 시행했습니다. 그러나 환자 A는 이 사건 수술 후에도 의식이 혼미한 상태로 의식불명에 이르렀고, 사지 마비 및 의사소통 불가 등 심각한 후유증을 겪게 되었습니다. 환자 A와 그의 동생 B는 병원에 진료비 31,587,070원을 미납했습니다. 이에 병원은 미납 진료비의 지급을 청구했습니다. 환자 A 측은 병원 의료진이 환자 A 내원 당시 뇌혈관조영술을 즉시 시행하지 않고, 뇌압강하제 투여를 지연했으며, 뇌실외배액술 시술을 지연했고, 환자의 신경학적 상태 악화를 방치했으며, 근본적인 수술인 클립 결찰술을 즉각 시행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의료진이 환자 A의 상태와 조기 수술 지연 시 발생할 수 있는 악결과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지 않아 설명의무를 위반했다고 주장하며, 이러한 의료과실과 설명의무 위반으로 인해 환자 A가 의식불명 상태에 이르게 되었다고 주장하며 병원을 상대로 거액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기했습니다.

핵심 쟁점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환자 A와 그의 연대보증인 B가 전북대학교병원에 미납된 진료비 중 얼마를 지급할 의무가 있는지 여부입니다. 둘째, 전북대학교병원 의료진이 환자 A의 치료 과정에서 진단 지연, 약제 투여 지연, 시술 지연, 경과 관찰 소홀, 수술 지연 등의 의료과실을 저질렀는지 여부입니다. 셋째, 병원 의료진이 환자 A 또는 그 보호자에게 치료 과정과 관련된 충분한 설명을 하지 않아 설명의무를 위반했는지 여부입니다. 넷째, 만약 의료과실이나 설명의무 위반이 인정된다면, 그것이 환자 A의 현재 의식불명 상태와 인과관계가 있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의 판단

1. 피고 A과 피고 B는 연대하여 원고 전북대학교병원에 16,201,800원 및 이에 대한 2018년 5월 18일부터 2020년 6월 24일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해야 합니다.
2. 원고 병원의 나머지 진료비 청구(총 25,587,070원 중 9,385,270원)와 피고 A의 반소청구(의료과실 손해배상)는 각각 기각되었습니다.
3. 소송비용 중 병원의 본소청구로 인해 발생한 부분의 40%는 병원이 부담하고, 나머지는 환자 A와 B가 부담합니다. 환자 A의 반소청구로 인해 발생한 모든 소송비용은 환자 A가 부담합니다.

결론

법원은 전북대학교병원 의료진의 의료과실 및 설명의무 위반 주장을 모두 기각했습니다. 뇌혈관조영술(CTA) 또는 뇌혈관조영술을 즉각 실시하지 않은 과실 주장에 대해서는 이미 다른 병원에서 검사한 자료를 활용할 수 있었고, 당시 진단 자료만으로도 진단이 불가능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과실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뇌압강하제 만니톨 투약 지연 주장에 대해서는 간호기록지에 일부 누락 가능성이 있으며, 실제 처방 및 투약 기록이 확인된다며 과실을 부정했습니다. 뇌실외배액술(EVD) 즉각 미실시 주장에 대해서는 시술 전 필요한 검사와 준비 과정에 소요되는 시간을 고려할 때 3시간 지연이 과실이라고 단정하기 어렵고, 시술 후 환자 상태가 호전된 점 등을 들어 과실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신경학적 상태 악화 방치 주장에 대해서는 일시적인 근력 및 의식 저하가 약물 영향일 가능성이 있고, 의료진이 환자의 상태를 지속적으로 관찰한 점을 들어 과실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수술(클립 결찰술) 즉각 미실시 주장에 대해서는 뇌동맥류 파열 시 가급적 신속한 치료가 권장되나, 환자의 뇌압과 상태를 고려하여 보존적 치료를 선행한 후 수술 시기를 결정하는 것이 합리적인 의료 판단일 수 있음을 설명하며 과실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설명의무 위반 주장에 대해서도 의료진이 보호자들에게 치료의 목적, 방법, 합병증, 다른 치료 방법 등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고 동의를 받았으며, 긴급 수술 지연이 과실로 인정되지 않는 이상 설명의무 위반도 없다고 보아 기각했습니다. 결론적으로 병원 의료진에게 진료상 과실이 없다고 판단하여 환자 A의 손해배상 청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환자 A와 B는 병원에 미납 진료비를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이 사건 판결에 적용된 주요 법령 및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 의료과실 판단 기준 (대법원 2005. 10. 28. 선고 2004다13045 판결 등)​: 법원은 의사의 주의의무를 '사람의 생명·신체·건강을 관리하는 업무의 성질에 비추어 환자의 구체적인 증상이나 상황에 따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요구되는 최선의 조치를 취하여야 할 의무'로 봅니다. 이는 의료행위 당시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되고 있는 의료행위의 수준을 기준으로 삼되, 그 의료수준은 통상의 의사에게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고 또 시인되는 의학 상식을 의미하며, 진료환경 및 조건, 의료행위의 특수성 등을 고려하여 규범적인 수준으로 파악되어야 합니다. 또한 의사의 진료방법 선택이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한, 특정한 진료방법 선택의 결과가 좋지 않았다고 해서 바로 의료과실이 있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 설명의무: 의료진은 환자 또는 그 보호자에게 진단명, 치료의 필요성, 방법, 예상되는 결과, 발생 가능한 합병증 및 후유증, 다른 치료 방법, 치료를 받지 않을 경우의 결과 등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고 동의를 얻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이는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입니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의료진이 필요한 설명을 충분히 했고, 수술 지연이 과실로 인정되지 않았으므로 설명의무 위반도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 의료과실과 손해발생 사이의 인과관계 (대법원 2019. 2. 14. 선고 2017다203763 판결 등)​: 의료과실로 인한 손해배상이 인정되려면 의사의 과실과 환자에게 발생한 손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증명되어야 합니다. 의료행위는 고도의 전문적 지식을 필요로 하므로 인과관계 증명이 매우 어렵습니다. 따라서 의료과실 이외의 다른 원인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간접사실들을 증명함으로써 의료과실에 기한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으나, 그 경우에도 의사의 과실로 인한 결과 발생을 추정할 정도의 개연성이 담보되지 않는 사정만으로는 막연하게 인과관계를 추정할 수 없습니다.
• 민법 제750조 (불법행위의 내용)​: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병원 의료진의 주의의무 위반(과실)이 불법행위의 핵심 쟁점이었습니다.
• 민법 제756조 (사용자의 배상책임)​: 타인을 사용하여 어느 사무에 종사하게 한 자는 피용자가 그 사무집행에 관하여 제3자에게 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습니다. 환자 A는 의료진의 사용자인 병원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물었습니다.
•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조: 금전채무의 이행을 명하는 판결을 선고할 경우, 채무자가 그 이행의무의 존재 여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때를 제외하고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이율(현재 연 12%)에 따른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명해야 합니다. 본 판결에서는 판결 선고일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의 이율을, 그 다음날부터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의 이율을 적용했습니다.

참고 사항

유사한 의료 분쟁 상황에서 참고할 만한 사항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 의료 기록의 철저한 확인: 환자나 보호자는 진료 과정 전반에 걸친 의료 기록, 특히 투약 시간, 시술 준비 및 완료 시간, 환자 상태 변화 기록 등을 꼼꼼히 확인하고 보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는 의료과실 여부를 판단하는 핵심 자료가 됩니다.
• 의료 행위의 합리성 판단 기준 이해: 법원은 의사의 의료과실을 판단할 때, 특정 진료 방법의 결과가 좋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바로 과실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대신 의료행위 당시의 의료 수준, 진료 환경, 환자의 구체적 증상과 상황을 고려하여 의사의 판단이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났는지 여부를 중요하게 평가합니다.
• 설명의무의 범위 숙지: 의료진은 환자나 보호자에게 진단명, 치료의 목적과 방법, 발생 가능한 합병증 및 후유증, 다른 치료 방법, 치료를 받지 않을 경우의 결과 등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고 동의를 얻을 의무가 있습니다. 설명을 듣고 궁금한 점은 반드시 다시 질문하여 충분히 이해한 후 동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중증 환자 치료의 특수성 인지: 뇌동맥류 파열과 같이 생명이 위독한 중증 질환의 경우, 의사의 진료는 긴급성을 요하지만 환자의 전반적인 상태(뇌압, 의식 수준 등)에 따라 보존적 치료를 선행하거나 수술 시기를 조절하는 것이 오히려 더 합리적인 의료 판단으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단순히 수술이 즉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해서 과실로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 의료비 지원 제도 활용: 고액의 진료비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이 예상될 경우,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재난적의료비 지원 제도 등 환자가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정부 및 공공기관의 의료비 지원 제도를 적극적으로 확인하여 활용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이 사례에서도 약 1천5백만원가량의 의료비가 이러한 제도를 통해 상계 처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