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해배상
원고는 배우자 C과 결혼 상태였던 피고 B로부터 C이 재직 중인 회사의 SK상품권을 구매하면 높은 이자를 주겠다는 투자 권유를 받았습니다. 원고는 C의 계좌에 총 1억 9천만 원 이상을 송금했으나, 일부만 돌려받고 약 8천만 원의 손해를 입었습니다. 이에 원고는 피고 B가 C의 사기 행위를 공모했거나 고의 또는 과실로 방조하여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법원은 피고 B가 C의 기망 행위를 인식했거나 예견할 수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원고의 손해 발생에 대한 피고 B의 방조 행위와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원고 A는 2018년 5월 말경, 당시 부부였던 피고 B와 C로부터 C이 재직 중인 회사의 SK상품권을 구매하면 7일에서 10일 이내에 투자금의 5% 이자를 지급하겠다는 투자 제안을 받았습니다. 이에 원고 A는 2018년 6월 7일부터 2018년 10월 18일까지 C 명의의 계좌로 총 1억 9천6백7십4만6천2백원을 송금했습니다. 원고 A는 이 중 1억1천4백5십2만원을 돌려받았으나, 나머지 8천2백2십2만6천3백원은 받지 못했습니다. 원고 A는 C이 투자금을 변제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음에도 피고 B가 투자를 권유함으로써 C의 사기 행위를 공모하거나 방조하여 자신에게 손해를 입혔다고 주장하며 피고 B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피고 B는 사기 사실이 밝혀진 후 2018년 12월 20일 원고 A에게 자신의 고급 시계를 주어 처분하게 하여 약 1천만 원 상당을 돌려주었고, 2018년 12월 26일에는 원고 A의 배우자에게 "제가 죄인이에요", "도의적으로라도 갚아드려야겠다" 등의 발언을 한 사실이 있습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피고 B가 남편 C의 사기성 투자 권유 행위를 공모했거나 고의 또는 과실로 방조했는지 여부입니다. 특히, 과실에 의한 방조 책임이 인정되기 위한 피고 B의 예견 가능성과 원고 A의 손해 발생 사이의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되는지 여부가 중요하게 다루어졌습니다. 둘째, 피고 B가 원고 A에게 투자금 또는 원금 5,500만 원을 반환하기로 법률적으로 유효한 약정을 했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소송 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피고 B가 원고 A에게 상품권 투자를 권유할 당시 남편 C이 투자금과 이자를 변제할 의사나 능력이 없다는 사실을 인식했거나 예견할 수 있었다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피고 B 본인과 그의 가족들도 C에게 투자했다는 점, 피고 B가 사기 사실이 밝혀진 후 원고에게 시계를 교부하거나 '도의적 책임'을 언급한 것은 친구 관계와 배우자로서의 도의적 책임으로 보았을 뿐, C의 기망 행위를 인식했거나 예견했음을 인정하는 증거로 보지 않았습니다. 또한 피고 B가 원고 A에게 투자금을 갚겠다고 말한 부분도 구체적인 금액 합의가 없었고 도의적 책임에 따른 것으로 보아 법적 구속력이 있는 변제 약정으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피고 B의 방조 행위와 원고 A의 손해 발생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원고 A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민법 제760조 제3항 (공동불법행위자의 책임): 여러 사람이 함께 불법행위를 저질러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습니다. 이 조항은 직접 불법행위를 한 사람뿐만 아니라, 불법행위를 용이하게 한 '방조자'에게도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책임을 지웁니다. 방조 행위의 의미: 법원은 방조를 불법행위를 직접적 또는 간접적으로 쉽게 만드는 모든 행위로 봅니다. 민사법에서는 고의뿐만 아니라 과실로 인한 방조도 인정될 수 있습니다. 여기서 과실이란 불법행위를 돕지 말아야 할 주의 의무를 위반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과실에 의한 방조 책임의 요건 (상당인과관계): 과실에 의한 방조로서 공동불법행위 책임을 지우기 위해서는 방조 행위와 피해자의 손해 발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어야 합니다. 법원은 이 상당인과관계를 판단할 때 다음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합니다. 예견 가능성: 방조자가 자신의 행위로 인해 불법행위가 용이해질 것이라는 사정을 미리 알 수 있었는지 여부. 본 사건에서는 피고 B가 남편 C이 사기를 저지를 것임을 예견할 수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되었습니다. 행위가 피해 발생에 끼친 영향: 방조 행위가 실제로 피해 발생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 피해자의 신뢰 형성 기여 정도: 방조 행위가 피해자가 불법행위자를 신뢰하게 만드는 데 얼마나 기여했는지. 피해자 스스로의 피해 방지 가능성: 피해자가 스스로 쉽게 피해를 막을 수 있었는지 여부. 법원은 이러한 요소를 신중하게 고려하여 책임이 불필요하게 확대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본 사건에서는 피고 B의 투자 권유가 C의 사기 행위를 용이하게 할 것이라는 예견 가능성이 부족하다고 보아,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과도한 수익률과 단기 수익 약정: 투자를 권유받을 때 짧은 기간 안에 비정상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보장한다면 사기일 가능성이 매우 높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투자 대상의 불확실성: '상품권 투자'와 같이 일반적이지 않거나 실체가 불분명한 투자 상품에 대해서는 반드시 독립적인 조사를 통해 신뢰성을 확인해야 합니다. 관계인의 권유라도 맹신 금지: 가족이나 친구 등 가까운 지인이 투자를 권유하더라도, 감정에 휩쓸리지 말고 투자 내용을 객관적으로 검토해야 합니다. 관계인의 권유가 항상 법적 책임을 수반하는 것은 아닙니다. 자금 흐름 및 투자처 확인: 투자금을 송금할 때는 누구의 계좌로 들어가는지, 실제 투자처가 어디인지 명확히 확인하고,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개인 계좌로 송금을 요구하는 경우 더욱 의심해야 합니다. 증거 자료 확보: 투자 약정 내용, 송금 내역, 수익금 지급 내역, 대화 내용 등 모든 관련 증거를 체계적으로 보관하여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야 합니다. 도의적 책임과 법적 책임의 구분: 누군가에게 피해가 발생했을 때 '죄송하다', '갚겠다'는 등의 말을 하거나 일부라도 변제하는 행동이 반드시 법적인 채무를 인정하는 것은 아닐 수 있습니다. 이는 도의적 책임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으므로, 법적 약정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명확한 의사 합치와 조건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