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해배상 · 의료
진행성 위암 환자 망인이 항암치료 중 대장내시경 검사를 위해 장정결제를 복용하였습니다. 이후 구토와 복부 통증을 호소하여 장폐색 진단을 받았고 보존적 치료를 받았으나, 의식을 잃고 쓰러진 뒤 사망하였습니다. 유가족은 의료진이 암환자에게 금지된 장정결제를 투약하고, 부작용 설명을 소홀히 했으며, 장폐색 치료 및 환자 관리에 과실이 있었다고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의료진의 진료 과정에서 과실이나 설명의무 위반이 없다고 판단하여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원고들(유가족)은 망인이 활성기 암환자로서 장정결제 '쿨프렙' 투약이 금지되거나 복용량 조절이 필요했음에도 피고 D이 이를 고려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의료진이 쿨프렙의 금기사항이나 부작용에 대한 설명을 전혀 하지 않았고, 장폐색 증상 발현 후 응급수술 여부 판단을 위한 적절한 조치 없이 보존적 치료만으로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더불어 망인이 장폐색 진단 후 호흡곤란을 호소하는 등 증상 악화가 예상되었음에도 요양지도 및 경과관찰을 소홀히 하여 휴게실에서 쓰러져 사망했다고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이에 대해 피고들(병원 및 의사)은 암환자에게 대장내시경 검사를 시행하고 장정결제를 복용하게 하는 것은 임상에서 일반적으로 시행되는 조치이며, 쿨프렙 복용으로 인한 경미한 부작용은 예상되는 효과라고 반박했습니다. 또한 대장내시경 시술에 대한 합병증 설명은 충분히 이루어졌고, 장정결제 복용은 별도의 동의가 필요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망인에게 발생한 돌창자의 창자사이 막 결손 부위를 통한 장폐색은 매우 드물어 예측하기 어려웠고, 장폐색 초기에는 보존적 치료가 우선이며, 망인은 응급수술이 필요한 증상을 보이지 않다가 갑자기 사망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망인이 의식이 명료하고 거동이 가능하며 보호자와 함께 있었으므로 24시간 밀착 관찰 의무는 없었으며, 혼자 휴게실에 갔다가 쓰러진 것은 의료진의 안전관리 영역 밖의 사고라고 주장했습니다.
의료진이 암환자에게 장정결제 투약을 지시한 것이 적절했는지, 장폐색 발생 후 치료 과정에 과실이 있었는지, 환자 관리 및 설명 의무를 위반했는지 여부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법원은 피고 의료진이 암환자인 망인에게 장정결제를 복용하도록 한 것은 임상적으로 시행되는 조치이며, 당시 망인에게 장폐색을 예측할 만한 소견이 없었으므로 과실이 없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발생한 장폐색이 매우 드문 유형이고, 의료진이 보존적 치료를 하면서 경과를 관찰한 것이 당시 의학 수준에 비춰 부적절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망인이 의식이 명료하고 보호자와 함께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할 때, 의료진에게 망인의 이동을 밀착 관찰할 주의의무가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마지막으로, 대장내시경 시술에 대한 설명이 이루어졌고, 장정결제 투약은 시술 전 처치로서 환자의 자기결정권이 요구되는 사항이 아니며, 망인의 사망 원인인 장탈출이 장정결제의 일반적인 합병증이 아니므로 설명의무 위반도 없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의사의 주의의무, 의료행위 선택의 재량, 요양지도의무 및 설명의무의 범위가 주요 쟁점이 되었습니다. 의사는 환자의 생명과 신체 건강을 관리하는 업무의 특성상 환자의 구체적인 증상과 상황에 맞춰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최선의 조치를 취할 주의의무가 있습니다. 이때 주의의무의 기준은 의료행위 당시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되는 의료행위의 수준으로 판단됩니다(대법원 2008다75396 판결). 본 사건에서 법원은 피고 D이 망인에게 장정결제를 복용하도록 한 것이 당시의 의료행위 수준에서 과실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의사가 질병 진단 후 여러 합리적인 조치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은 의사의 재량 범위에 속하며, 그 선택이 반드시 어느 하나만이 정당하다고 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대법원 98다45379, 45386 판결 등). 이는 망인의 장폐색 치료 과정에서 보존적 치료를 선택한 것에 과실이 없다고 판단한 근거가 되었습니다. 의사의 요양지도의무는 환자의 질병, 연령, 성별, 성격, 교양 정도 등에 따라 진료의 각 단계에서 구체적으로 이루어져야 하지만(대법원 98다45379, 45386 판결), 망인의 의식 상태와 보호자 유무 등을 고려할 때 의료진이 망인의 이동을 밀착 관찰할 의무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의사의 설명의무는 수술 등 침습적 의료행위나 중대한 결과 발생 가능성이 있어 환자의 자기결정권 행사가 요구되는 경우에 적용되며, 중대한 결과가 의사의 침습행위로 인한 것이 아니거나 자기결정권이 문제 되지 않는 사항에 대해서는 위자료 지급 대상으로서의 설명의무 위반이 문제 될 여지가 없다고 보았습니다(대법원 2019다239960 판결). 이에 따라 장정결제 처방은 설명의무의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되었습니다.
암과 같은 중증 질환으로 인해 여러 합병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환자의 경우, 의료진은 물론 환자와 보호자도 약물의 복용 금기사항 및 주의사항을 면밀히 확인하고 궁금한 점은 충분히 질문해야 합니다. 다만 이 사건의 경우, 법원은 특정 약물의 '활성기 암환자' 금기사항 표현이 모호하고, 해당 약물 외에 암환자가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다른 장정결제가 없는 상황이었다는 점을 고려했습니다. 또한 의사의 치료 과정 선택은 의학적 재량의 범위 내에 속하며, 예측하기 어려운 드문 합병증의 경우, 의료진의 초기 대처가 당시 의학적 기준에 부합한다면 과실로 인정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환자가 의식이 명료하고 거동이 가능하며 보호자가 동반하는 상황에서는 병원이 환자를 24시간 밀착 관찰해야 할 의무는 제한적입니다. 설명의무는 환자의 자기결정권이 중요한 침습적인 시술이나 중대한 결과 발생이 예상되는 경우에 주로 적용되며, 전 처치 과정이나 일반적인 합병증이 아닌 극히 드물고 예측 불가능한 합병증에 대해서는 설명의무 위반으로 인정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