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해배상
주식회사 A는 공원 조성 사업 중 한국전력공사의 전력설비와 함께 설치된 통신설비의 이전 비용을 한국전력공사가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통신설비가 배전설비 계약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주식회사 A의 항소를 기각했습니다.
주식회사 A는 공원 조성 사업을 진행하며 사업 부지 내에 있던 한국전력공사의 전신주 및 전선로(배전설비) 이전을 요청했습니다. 이 배전설비에는 여러 통신회사의 통신설비가 함께 설치되어 있었으며 통신회사들은 한국전력공사에 전주 사용료를 납부하고 있었습니다. 한국전력공사는 2020년 8월 6일 공문을 통해 '요청하신 배전선로에는 당사의 전력설비 외에 통신설비가 시설되어 있을 수 있으며 통신설비 이설 비용은 해당 통신회사와 협의하여 납부하여야 함을 안내드립니다'라고 명시했습니다. 주식회사 A는 한국전력공사로부터 통신설비 설치 여부 등을 확인하라는 답변을 듣고도 이를 실제 확인하지 않은 채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후 공원 내 통신선 방치에 관한 민원이 발생하자 주식회사 A는 한국전력공사에 통신설비까지 이설을 요구했고 한국전력공사는 통신회사들과 협의하여 진행하라고 답변했습니다. 이에 주식회사 A는 한국전력공사가 '배전설비'에서 '통신설비'를 제외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된다며 5천만 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한국전력공사와의 계약상 '배전설비'의 범위에 '통신설비'가 포함되는지 여부와 한국전력공사의 주장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입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제1심판결을 인용하여 원고의 항소를 기각했습니다. 법원은 한국전력공사가 사전에 통신설비 이설 비용은 통신회사와 협의해야 한다고 명시적으로 안내했으며 주식회사 A가 이를 확인하지 않고 계약을 체결한 점, 그리고 통신설비는 각 통신회사들이 소유, 관리하는 시설이므로 한국전력공사가 임의로 처분할 수 없다는 점 등을 종합하여 계약상 '배전설비'에 '통신설비'는 제외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며 한국전력공사의 주장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주식회사 A의 손해배상 청구는 기각되었으며 항소비용은 주식회사 A가 부담하게 되었습니다.
본 사건에서는 제1심판결의 이유를 항소심 판결 이유로 그대로 인용하는 경우에 대한 민사소송법 제420조가 언급되었습니다. 이 조항은 항소심 재판부가 1심의 사실 인정과 법리 적용이 타당하다고 판단했을 때 간결하게 판결문을 작성하기 위한 절차적 규정입니다. 또한 당사자는 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을 신의에 좇아 성실하게 해야 한다는 신의성실의 원칙이 쟁점이 되었는데 법원은 한국전력공사가 사전에 통신설비 관련 내용을 고지했고 통신설비는 별개의 소유 주체가 관리하는 시설이라는 점 등을 들어 신의성실의 원칙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이는 계약 당사자가 사전에 중요한 정보를 명확히 고지하고 상대방이 이를 확인하지 않아 발생한 결과에 대해 신의성실의 원반을 주장하기는 어렵다는 법리를 보여줍니다.
계약을 체결할 때에는 계약 대상의 범위와 포함 여부를 명확히 확인해야 합니다. 특히 기존 시설물에 여러 주체의 설비가 복합적으로 설치되어 있는 경우 각 설비의 소유 주체와 이전 책임 소재를 사전에 철저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관련 기관이나 사업자로부터 받은 공문이나 안내 사항은 계약의 해석에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으므로 이를 주의 깊게 검토하고 필요한 경우 추가 확인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명시적인 안내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계약 내용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발생한 문제에 대해서는 계약 당사자 본인에게 책임이 돌아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