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막 수술 후 시력을 잃은 환자의 병원 상대 손해배상 사건

원고 A는 피고 병원에서 우안 망막박리로 인한 1차, 2차 유리체절제술 등을 받은 후 우안 시력 상실(안전수동) 진단을 받았습니다. 원고는 피고 병원의 진료상 과실, 설명의무 위반, 지도설명의무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으로 10억 3,461만 9,690원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피고 병원의 진료상 과실과 지도설명의무 위반은 인정하지 않고, 설명의무 위반만을 인정하여 피고 병원이 원고에게 3천만 원의 위자료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 A: 피고 병원에서 우안 망막 수술을 받고 시력을 잃게 된 환자
• 피고 학교법인 I대학: I대학교병원을 운영하며 원고 A의 망막 수술을 담당한 의료기관

분쟁 상황

원고는 2017년부터 우안 열공망박박리, 망막박리 등으로 피고 병원에서 공막동률술, 레이저 시술 등을 받았습니다. 2020년 6월 15일 우안 유리체절제술 등 1차 수술을 받았고, 같은 달 30일 망막 재분리로 인해 응급으로 2차 수술을 받았습니다. 2차 수술 직후인 2020년 6월 30일 18시 45분경부터 원고는 극심한 우안 통증과 머리 통증, 구토 증상을 호소했고, 피고 병원은 진통제와 구토 억제제를 투여했습니다. 수술 다음 날인 2020년 7월 1일 오전 9시경 원고의 우안 안압은 정상 수치보다 훨씬 높은 56mmHg로 측정되었고, 피고 병원은 전방수 제거 및 안압하강제(이뇨제) 처방 등의 조치를 했습니다. 이후에도 안압은 높게 측정되기도 하였으나, 피고 병원은 여러 차례 전방수 제거와 약물치료를 지속했고, 원고는 2020년 7월 3일 퇴원했습니다. 퇴원 후에도 원고는 물체가 식별되지 않고 빛만 감지되는 증상을 호소했습니다. 2020년 7월 9일과 7월 15일 외래진료에서 원고의 안압은 정상 범위(10~16mmHg)로 측정되었으나, 7월 15일 안저검사상 망막박리가 재발한 것이 확인되어 다른 병원으로 전원 의뢰되었습니다. 원고는 2020년 7월 16일 다른 병원에서 가스주입술을, 8월 6일 부분유리체절제술 및 실리콘유주입술, 8월 14일 아메드벨브 삽입술 등을 받았으나, 우안 시력을 회복하지 못하고 현재까지 안전수동 상태가 되었습니다.

핵심 쟁점

피고 병원의 의료진에게 다음과 같은 책임이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1. 진료상 과실 여부: 수술 후 안압 상승 등 이상 증상에 대한 경과 관찰 및 대처를 소홀히 한 과실이 있는지.
2. 설명의무 위반 여부: 수술 전 발생 가능한 합병증(안압 상승, 녹내장, 실명 가능성 등)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지 않은 잘못이 있는지.
3. 지도설명의무 위반 여부: 퇴원 후 발생할 수 있는 이상 증상에 대한 요양 방법 및 대처 방법에 대해 충분히 지도설명하지 않은 잘못이 있는지.

법원의 판단

피고 병원(학교법인 I대학)은 원고 A에게 3천만 원 및 이에 대하여 2020년 7월 1일부터 2023년 9월 20일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 원고의 나머지 청구는 기각한다.

결론

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판결했습니다.

1. 진료상 과실 없음: 피고 병원이 수술 후 원고의 안압을 주기적으로 측정하고 전방수 제거, 안압하강제 투여 등 당시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되는 수준의 적절한 조치를 취했으며, 통증 등은 유리체절제술 후 흔히 발생할 수 있는 증상으로 보았습니다. 또한, 추가적인 정밀검사를 할 의무까지는 없었다고 판단하여 진료상 과실은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2. 지도설명의무 위반은 인정 안 됨 (인과관계 없음): 피고 병원이 퇴원 시 요양 방법이나 후유 질환 대처에 대한 설명을 했다는 증거는 없으나, 퇴원 후 외래진료에서 원고의 안압이 정상 범위(10~16mmHg)로 유지된 점 등을 고려할 때, 지도설명의무 위반과 원고의 시력 상실이라는 악결과 사이에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없다고 판단하여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3. 설명의무 위반 인정 (위자료만): 피고 병원이 수술 동의서에 '급성 녹내장'을 설명했다고 보이기는 하나, 원고의 기존 병력(반복된 망막박리, 고도근시, 약해진 시신경)을 고려할 때 수술 후 안압 상승으로 인한 시신경 손상 및 실명 위험성에 대해 구체적이고 충분히 설명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원고가 설명을 제대로 들었더라도 이 사건 2차 수술을 받지 않았을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고, 설명의무 위반이 직접적으로 원고의 시력 상실이라는 결과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생명·신체에 대한 구체적 치료과정에서 요구되는 의사의 주의의무 위반과 동일시할 정도의 과실은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이에 따라 법원은 환자의 자기결정권 침해에 대한 위자료 3천만 원만을 인정했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1. 의료법 제24조 (의료인의 설명 및 동의 의무): 이 조항은 의료인이 환자에게 의료행위를 하기 전에 환자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동의를 받아야 할 의무를 규정합니다. 의료인의 설명의무는 환자의 자기결정권 보호를 위한 핵심적인 법리입니다. 의사는 환자에게 질병의 증상, 치료 방법의 내용 및 필요성, 발생할 수 있는 위험성, 예후 등 중요한 사항을 상세히 설명하여 환자가 충분히 이해하고 치료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피고 병원은 '급성 녹내장'에 대해 설명했지만, 원고의 기존 병력(반복된 망막박리, 고도근시, 약해진 시신경)을 고려했을 때 수술 후 안압 상승으로 인한 시신경 손상 및 실명 위험성에 대해 구체적이고 충분히 설명하지 않은 것이 설명의무 위반으로 인정되었습니다.
2. 의료인의 주의의무: 의사는 사람의 생명, 신체, 건강을 관리하는 업무의 성질에 비추어 환자의 구체적인 증상이나 상황에 따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최선의 조치를 취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습니다. 이 주의의무는 의료행위 당시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되고 있는 의료행위의 수준'을 기준으로 판단됩니다. 이 사건에서는 피고 병원이 수술 후 원고의 안압을 주기적으로 측정하고 전방수 제거 및 안압하강제 투여 등 적절한 조치를 취했으므로, 진료상 주의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되었습니다.
3. 지도설명의무: 의료인은 수술 등 치료 행위가 끝난 후에도 환자가 퇴원하여 일상생활을 할 때 예상되는 위험을 회피할 수 있도록 요양 방법이나 건강 관리에 필요한 사항을 설명하고 지도할 의무가 있습니다. 이는 후유증 발생 가능성, 증상 악화 방지 대처 방법 등을 환자의 연령, 교육 정도, 심신상태 등의 사정에 맞추어 구체적으로 제공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피고 병원이 퇴원 시 지도설명을 했다는 증거가 없었으나, 퇴원 후 외래진료에서 원고의 안압이 정상 범위로 유지된 점 등을 고려할 때 지도설명의무 위반이 원고의 시력 상실이라는 악결과와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없다고 보아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4. 상당인과관계: 법률상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되려면 가해자의 행위와 발생한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합니다. 즉, 그 행위가 없었다면 그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논리적이고 개연적인 연결고리가 있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피고의 설명의무 위반이 인정되었지만, 그 설명의무 위반이 직접적으로 원고의 실명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되어, 자기결정권 침해에 대한 위자료만 인정되었습니다. 이는 설명을 제대로 들었더라도 원고가 수술을 받지 않았을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판단에 기반합니다.

참고 사항

1. 의료 기록을 상세히 확보하세요: 진료 기록, 수술 동의서, 검사 결과지, 간호 기록지 등 본인의 모든 의료 기록을 사본으로 받아두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는 의료 분쟁 발생 시 중요한 증거 자료가 됩니다.
2. 수술 전 충분한 설명을 요구하세요: 의료진으로부터 수술의 내용, 필요성, 예상되는 합병증, 부작용, 예후 등에 대해 충분히 설명을 요구하고,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은 반드시 재차 질문하여 정확히 인지해야 합니다. 특히 본인의 기존 질환이나 건강 상태를 고려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특수한 위험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을 요청해야 합니다. 필요한 경우 중요한 설명 내용은 기록하거나 녹음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3. 수술 후 이상 증상 발생 시 즉시 알리고 기록하세요: 수술 후 통증, 시력 저하 등 평소와 다른 증상이 발생하면 즉시 의료진에게 상세히 알리고, 어떤 조치가 취해졌는지 확인하며, 해당 조치와 증상 변화를 기록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의료진의 설명이 미흡하다고 느껴진다면 적극적으로 추가 설명을 요청하세요.
4. 퇴원 시 요양 지도를 요청하세요: 퇴원 시에는 퇴원 후 발생할 수 있는 이상 증상과 이에 대한 대처 방법, 그리고 요양 방법에 대해 구체적인 지도를 반드시 요청하고, 필요하면 서면으로 받아두는 것이 좋습니다.
5. 설명의무 위반은 자기결정권 침해로 위자료 청구의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의료진의 과실 여부뿐만 아니라 수술 전 환자에게 충분한 설명을 하지 않아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 경우, 그 자체로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 설명의무 위반이 실제 건강상 악결과(예: 실명)를 직접적으로 초래했다는 인과관계를 입증하기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