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채무 · 행정
B가 채무초과 상태에서 국가에 대한 조세채무를 피하기 위해 자신의 변호사 처남인 A에게 약속어음을 발행하고 공정증서를 작성해주었습니다. 국가는 이를 사해행위로 보고 취소 및 원상회복을 청구했습니다. 법원은 B의 약속어음 발행 행위가 사해행위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고, A에게 일부 추심금 104,770,498원을 원고인 국가에 반환하도록 판결했습니다. 다만, A가 다른 채권에 기반하여 추심한 금액과, 이미 소멸한 채권에 대해 초과 변제받은 추심금, 그리고 아직 추심되지 않은 판결금 채권의 양도 청구는 원상회복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기각되었습니다.
채무자 B는 형제들과의 공유재산 분쟁으로 여러 소송을 진행하고 있었으며, 이때 변호사 H이 B의 소송대리인을 맡았습니다. 피고 A는 변호사 H의 처남이자 H 법률사무소 직원으로 근무하고 있었습니다. B는 2014년 12월부터 2016년 1월까지 A에게 다섯 차례에 걸쳐 약속어음을 발행하고, 이를 바탕으로 강제집행이 가능한 공정증서까지 작성해주었습니다. 이 시기에 B는 이미 상당한 조세채무를 지고 있어 채무초과 상태였습니다. 피고 A는 이 공정증서를 근거로 B가 대한민국에 공탁한 채권에서 약 1억 4백만 원을 추심했습니다. 또한, B의 형제들에 대한 정산금 채권에 대해서도 추심금 소송을 제기하여 일부 승소하고, D로부터 약 7억 원을 추심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한민국은 B가 세금 채무를 피하기 위해 A에게 약속어음을 발행한 행위를 다른 채권자들의 권리를 침해하는 사해행위로 보고, 약속어음 발행 행위를 취소하고 A가 추심한 금액을 돌려줄 것을 요구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피고 A는 사해행위가 아니며 자신은 선의였다고 주장하며 맞섰습니다.
법원은 채무자 B가 피고 A에게 발행한 약속어음 발행 행위를 사해행위로 취소하고, 피고 A는 사해행위에 기반하여 추심한 금액 중 104,770,498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원고 대한민국에게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습니다. 나머지 원고의 청구는 기각되었습니다.
1. 채권자취소권(민법 제406조): 채무자가 재산을 빼돌리려는 의도로 법률행위(사해행위)를 하여 채권자에게 손해를 끼쳤을 때, 채권자는 그 행위를 취소하고 재산을 원래대로 되돌리거나 그 가치를 배상받을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B가 세금 등 빚이 많은 상황에서 처남인 A에게 약속어음을 발행하고 공정증서를 작성해준 행위가 대한민국(채권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사해행위로 판단되었습니다. 2. 사해의사(민법 제406조 제1항): 채무자가 자신의 행위로 인해 채권자가 빚을 받아갈 공동의 재산(책임재산)이 부족해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 사해의사가 있었다고 봅니다. 피고 A 또한 채무자 B와의 특수관계와 당시 B의 재정 상황을 고려할 때 사해행위임을 알고 있었다고 추정되었습니다. 3. 채무초과 상태: 사해행위가 인정되려면 채무자의 빚(소극재산)이 재산(적극재산)보다 많은 '채무초과' 상태여야 합니다. 법원은 B가 약속어음을 발행할 당시 이미 채무초과 상태였음을 인정했습니다. 4. 원상회복의 방법과 범위: 사해행위가 취소되면 빼돌려진 재산은 원래 채무자에게 돌아가야 합니다. 하지만 재산 자체가 아닌 금전 형태로 돌려받아야 하는 경우(가액배상)도 있습니다. 중요한 점은, 채권자취소권은 채무자의 책임재산을 보전하는 것이므로, 사해행위와 관계없이 이미 사라진 채권이나 채무자의 원래 재산이 아니었던 부분까지 돌려받을 수는 없습니다. 예를 들어, 채무자의 채권이 사해행위와 상관없이 다른 이유로 먼저 소멸했다면, 설령 사해행위를 통해 이와 관련된 돈을 추심했더라도 그 추심금은 원상회복의 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5. 압류 및 추심명령의 성격: 금전채권에 대한 압류 및 추심명령은 채무자의 채권을 채권자에게 직접 넘겨주는 것이 아니라, 채권자가 대신 돈을 받아낼 수 있는 권리(추심권능)만을 주는 것입니다. 따라서 추심금 판결 자체가 원상회복의 대상이 되는 '수익'으로 보지 않기 때문에, 피고가 받은 판결금 채권을 다시 채무자에게 양도하라는 청구는 기각되었습니다. (대법원 1997. 3. 14. 선고 96다54300 판결) 6. 연대채무의 절대적 효력(민법 제418조 제1항, 제413조): 여러 사람이 같은 빚을 함께 지는(연대채무) 경우, 그 중 한 사람이 빚을 갚거나 다른 빚과 상계하여 처리하면 그 효력은 다른 연대채무자에게도 미쳐 채권 자체가 소멸합니다. 이 사건에서 B의 정산금 채권의 연대채무자들이 상계하거나 변제하여 채권이 소멸했으므로, 피고가 나중에 추심한 돈은 B의 책임재산이 아니게 되어 원상회복 대상에서 제외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