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정
변호사시험에 합격한 수습 변호사가 법무법인에서 근무하던 중 업무 부담과 정규직 전환에 대한 압박으로 인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다가 자택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유가족인 아버지는 망인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라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지만, 공단은 이를 거부했습니다. 이에 아버지가 공단의 부지급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제기한 소송에서, 법원은 망인의 사망이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증 악화로 정상적인 판단 능력이 저하된 상태에서 발생한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며, 유가족의 청구를 받아들여 근로복지공단의 부지급 처분을 취소하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변호사시험에 합격한 수습 변호사가 2021년 5월 10일부터 법무법인 D에서 6개월간 수습 근무를 시작했습니다. 그는 상시 야근과 주말 근무를 포함하여 사안 법리 검토 및 법률 문서 작성 등의 업무를 수행했으며, 정규직 전환에 대한 비교와 평가로 인해 극도의 정신적 부담과 스트레스를 느꼈습니다. 결국 그는 2021년 8월 27일 자택에서 비닐봉지를 쓰고 질소를 주입하여 스스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망인이 남긴 유서에는 변호사 업무가 자신에게 너무 버거웠고, 능력을 벗어난 일에 부딪힐 때마다 자신이 살아온 길이 부정되는 느낌을 받았다는 내용과 함께 마지막 남은 존엄을 지키고 싶다는 절절한 고통이 담겨 있었습니다. 망인의 아버지는 아들의 사망이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증 악화 때문이라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지만, 공단은 업무상 부담은 통상적이고 개인적인 소인이 자살에 상당 부분 작용했다는 이유로 2022년 8월 17일 지급을 거부했고, 이에 유족이 소송을 제기하게 되었습니다.
수습 변호사의 자살이 업무상 스트레스와 정규직 전환에 대한 압박으로 인한 우울증 악화 때문으로 보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이었습니다. 피고인 근로복지공단은 망인의 업무상 부담이 통상적이고 개인적인 소인이 자살에 상당 부분 작용했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업무 관련 스트레스가 자살의 주된 원인이며, 이로 인해 정상적인 판단 능력이 현저히 저하된 상태에 이르렀다고 판단했습니다.
피고인 근로복지공단이 2022년 8월 17일 원고에 대하여 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한다. 소송 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법원은 망인이 수습 변호사로서 겪은 업무 부담, 특히 정규직 전환과 관련된 평가 및 채용 좌절로 인한 극심한 상실감과 좌절감이 우울장애를 발병 또는 악화시켰다고 판단했습니다. 망인이 로스쿨 재학 시절 우울증을 겪었으나 졸업 후 호전되었다가 법무법인 근무 시작 후 약 1달 만에 증세가 다시 발현되어 정신과 진료를 받고 약을 복용한 점, 유서 내용 등을 종합할 때 업무 스트레스가 자살의 주된 요인이며, 이로 인해 정상적인 인식 능력이나 행위 선택 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결여되거나 현저히 저하된 상태에 이르렀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망인의 사망은 업무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므로, 근로복지공단의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은 위법하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이 사건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1항에서 규정하는 '업무상의 재해' 인정 여부가 핵심이었습니다. 이 법 조항은 근로자가 업무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부상, 질병, 신체장애 또는 사망을 '업무상의 재해'로 봅니다. 여기서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했다는 것은 단순히 업무 중에 발생한 것뿐만 아니라, 업무와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음을 의미합니다. 대법원 판례는 이러한 인과관계가 반드시 의학적, 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규범적 관점에서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면 충분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특히 근로자가 자살한 경우, 업무로 인해 질병이 발생하거나 업무상 과로나 스트레스가 질병을 유발 또는 악화시키고, 그러한 질병으로 인해 정상적인 인식 능력이나 행위 선택 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결여되거나 현저히 저하되어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자살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추단될 때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습니다. 이번 판결에서도 망인이 로스쿨 재학 시절 우울증 병력이 있었지만 졸업 후 호전되었다가 수습변호사 근무 시작 후 불과 한 달여 만에 증세가 다시 발현되어 정신과 진료를 받은 점, 유서 내용 등을 종합하여 업무 스트레스가 자살의 주된 원인이라는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했습니다. 또한, 망인의 내성적인 성격 등 개인적인 취약성이 자살 결의에 일부 영향을 미쳤더라도, 업무상 재해로 인정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례의 입장(대법원 2017. 5. 31. 선고 2016두58840 판결 등)이 함께 적용되어 업무상 재해로 판단되었습니다.
업무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가 자살의 주된 원인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업무 부담의 정도, 스트레스가 발생한 구체적인 경위, 스트레스가 정신질환 발병 또는 악화에 미친 영향, 정신질환이 자살로 이어진 경위 등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와 설명이 중요합니다. 과거 정신과 진료 이력이 있더라도 해당 질환이 업무 시작 이후 악화되었거나 업무 스트레스로 인해 재발한 경우 업무상 재해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업무 시작 전후의 정신건강 변화를 보여주는 진료 기록이 중요한 증거가 됩니다. 고인이 남긴 유서, 직장 동료나 가족과의 대화 내용, 업무 관련 기록 등은 고인이 겪었던 정신적 고통의 정도와 업무와의 연관성을 입증하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이는 고인의 심리 상태와 합리적 판단 능력 저하 여부를 판단하는 데 활용됩니다. 특정 직무의 업무 강도나 통상적인 상황 여부는 단순히 직업의 특성만으로 판단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이 느끼는 부담감과 그로 인한 건강 악화 여부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