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 1호기 원전의 계속 운전 허가 취소 판결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의 설계수명 만료 후 계속 운전을 허가한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처분에 대해 인근 주민들이 위법하다며 무효 확인 및 취소를 구한 사건입니다. 법원은 원전 부지 반경 80km 이내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원고 적격을 인정하고, 원자력안전위원회의 계속 운전 허가가 여러 절차적, 실체적 하자를 포함하고 있음을 이유로 해당 허가 처분을 취소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들 (주민들):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 인근 주민들로, 직접적인 환경 피해를 우려하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특히, 원전 부지 반경 80km 이내 거주 주민들만이 법률상 보호되는 이익이 인정되어 소송 당사자가 되었습니다.
• 피고 (원자력안전위원회): 원자력 안전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국무총리 소속 중앙행정기관으로, 월성1호기의 계속 운전을 위한 운영변경허가를 내린 주체입니다.
• 한국수력원자력 주식회사 (한수원): 월성1호기의 운영사로서, 설계수명 만료 후 10년간 계속 운전을 위해 운영변경허가를 신청했습니다.
•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KINS): 원자력 안전규제 전문기관으로,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위탁을 받아 월성1호기 계속 운전 안전성 심사를 수행했습니다.

분쟁 상황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는 1983년 4월 22일 상업운전을 시작하여 2012년 11월 20일 설계수명 30년이 만료되었습니다. 운영사인 한국수력원자력 주식회사는 2009년 12월 30일 구 원자력법에 따라 교육과학기술부장관(당시 허가권자)에게 월성1호기를 10년간 계속 운전하겠다는 내용의 운영변경허가를 신청했습니다. 이후 원자력안전위원회로 허가권이 이관되었고,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의 안전성 심사를 거쳐 2015년 2월 26일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월성1호기 계속 운전을 2022년 11월 20일까지 10년간 허가하기로 의결하고 2015년 2월 27일 한수원에 이를 통보했습니다. 이에 월성1호기 인근 주민들이 원자력안전위원회의 허가 처분이 위법하다며 무효 확인 및 취소 소송을 제기하게 되었습니다.

핵심 쟁점

이 사건은 월성1호기 계속 운전 허가와 관련하여 크게 네 가지 쟁점을 다루었습니다. 첫째, 원전 주변 주민들의 '원고 적격' 범위, 즉 소송을 제기할 법률상 이익이 있는 자격이 어디까지인지에 대한 판단입니다. 둘째, 원자력안전위원회의 계속 운전 허가 과정에서 필요한 서류가 제대로 제출되었는지, 위원회의 적법한 심의 및 의결 절차가 있었는지 등 '절차적 위법성' 여부입니다. 셋째,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 중 원자력이용자와의 독립성 및 공정성을 훼손할 수 있는 '결격사유'가 있는 위원이 심의에 참여한 것이 위법한지 여부입니다. 넷째, 계속 운전을 위한 안전성 평가 시 '최신 기술기준'이 적절하게 적용되었는지, 즉 '실체적 위법성' 여부입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결했습니다.

1. 월성1호기 부지로부터 반경 80km 밖에 거주하는 원고들의 소(소송)는 원고적격이 없어 각하한다.
2. 나머지 원고들(반경 80km 이내 거주)의 월성1호기 계속 운전 허가 처분 '무효 확인' 청구는 기각한다.
3. 피고(원자력안전위원회)가 2015년 2월 27일자로 한 월성1호기 계속 운전을 위한 운영변경허가 처분을 '취소한다'.
4. 소송비용은 반경 80km 이내 거주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생긴 부분은 피고가 부담하고, 그 외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생긴 부분은 해당 원고들이 부담한다.

결론

법원은 월성1호기의 계속 운전 허가 처분에 대해 ▲계속 운전 운영변경허가 심의·의결에 필요한 비교표 미제출 및 위원회 적법 심의·의결 부재, ▲원안위법상 위원 결격사유가 있는 위원의 심의·의결 참여, ▲계속 운전을 위한 안전성 평가 시 최신 기술기준 미적용이라는 세 가지 하자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이들 하자는 처분의 '취소' 사유에 해당할 뿐, 객관적으로 '명백'하다고 보기 어려워 처분의 '무효' 사유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무효 확인 청구는 기각하고, 예비적 청구인 허가 처분 취소 청구를 인용하여 월성1호기 계속 운전 허가 처분을 취소했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이 사건에 적용된 주요 법령과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원자력안전법 제20조 (발전용원자로 및 관계시설의 운영허가): 발전용원자로를 운영하거나 허가받은 사항을 변경하려면 원자력안전위원회의 허가를 받아야 하며, 허가 신청 시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 등 필요한 서류를 제출해야 합니다.
2. 원자력안전법 시행령 제38조 제2항 및 시행규칙 제21조 제4항 (계속운전을 위한 안전성평가 기준): 계속 운전을 위한 안전성 평가 시에는 계통·구조물·기기에 대해 '최신 운전경험 및 연구결과 등을 반영한 기술기준'을, 방사선환경영향에 대해 '최신 기술기준'을 활용하여 평가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신규 운전 허가 시와 달리 강화된 기준을 적용하여 원전의 안전성을 확보하려는 법 취지입니다.
3.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원안위법) 제10조 제1항 제5호 (위원의 결격사유): '최근 3년 이내 원자력이용자가 수행하는 사업에 관여하였거나 관여하고 있는 사람'은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이 될 수 없으며, 이에 해당하면 위원직에서 당연 퇴직합니다. 이는 위원회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한 규정입니다.
4. 원안위법 제12조 제5호 (위원회의 심의·의결 사항): 위원회는 원자력이용자의 허가·재허가·인가·승인·등록 및 취소 등에 관한 사항을 심의·의결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원자력발전소의 신규 운영 허가 및 운영 변경 허가 모두 위원회의 심의·의결이 필요함을 명시합니다.
5. 행정소송법 제12조 (취소소송의 원고적격): 행정처분으로 인해 법률상 보호되는 이익을 침해받거나 침해받을 우려가 있는 자만이 취소소송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특히 환경 관련 소송에서 처분 근거 법규 또는 관련 법규에 따라 예상되는 영향권(원전의 경우 반경 80km) 내 주민은 법률상 보호되는 이익이 사실상 추정되어 원고 적격이 인정됩니다.

참고 사항

1. 원전 인근 주민의 소송 참여 자격: 원자력발전소와 같은 환경 유해 시설에 대한 행정처분 취소 소송에서, 해당 시설의 '방사선환경영향평가 대상지역' 내(월성1호기의 경우 반경 80km)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직접적이고 중대한 환경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예상되어 별도의 피해 입증 없이도 소송에 참여할 자격(원고 적격)이 인정됩니다. 그러나 그 외 지역 주민들은 처분으로 인해 수인한도를 넘는 환경 피해를 받거나 받을 우려가 있음을 스스로 증명해야 합니다.
2. 원자력발전소 운영변경허가의 중요성: 원자력발전소의 계속 운전 허가는 단순한 운영 변경 허가가 아니라, 위원회 전체의 심의·의결이 필요한 중대한 사안으로 판단됩니다. 특히, 계속 운전을 위해 설비를 교체하는 등의 변경 사항은 위원회 심의·의결 사항에 해당하며, 담당 부서장의 전결로 이루어지는 것은 위법할 수 있습니다.
3. 규제기관의 독립성과 공정성: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위원은 원자력 이용자로부터 독립성과 공정성을 유지해야 합니다. 따라서 위원 임명 전 3년 이내에 원자력 이용자가 수행하는 사업에 관여한 사람은 위원이 될 수 없으며, 이러한 결격사유가 있는 위원이 심의·의결에 참여할 경우 해당 의결은 위법할 수 있습니다.
4. 노후 원전 안전성 평가 기준 강화: 오래된 원전의 계속 운전을 허가하기 위한 안전성 평가에서는 '최신 운전경험 및 연구결과 등을 반영한 기술기준'을 활용하여 평가해야 합니다. 이는 원전의 안전성을 신규 건설 원전과 버금가는 수준으로 끌어올리려는 취지이며, 한 번 사고가 발생하면 막대한 피해를 초래할 수 있는 원자력 발전의 특성상 최대한 보수적이고 엄격하게 해석되어야 합니다.
5. 행정처분 하자의 종류와 효과: 행정처분에 하자가 있을 때 그 하자의 정도에 따라 '무효'와 '취소'로 나뉩니다. 무효는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하여 처음부터 법적 효력이 없는 경우이고, 취소는 하자가 있지만 중대하고 명백하지 않아 일단 유효하되 권한 있는 기관(법원 등)이 취소해야 효력이 없어지는 경우입니다. 소송에서 무효를 주장하더라도 법원이 취소 사유로 판단하면 무효 확인 청구는 기각되고 취소 청구만 인용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