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
정유회사인 A가 주유소 운영사인 B와 석유제품 공급 및 장비 임대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B는 A로부터 장비를 지원받는 조건으로 5년간 A의 석유제품을 전량 구매하기로 약정했습니다. 그러나 B가 임차하여 주유소를 운영하던 부지의 소유주인 E(B와 같은 기업집단 소속)가 부지를 제3자에게 매각하면서 임대차 계약이 해지되었고, 이에 따라 B는 주유소 영업을 종료하고 A와의 계약도 종료한다고 통보했습니다. 이에 A는 B가 계약을 위반했다며 전량구매 의무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과 시설물 철거 및 회수 비용으로 5억 8천만 원 이상을 청구했습니다. 반면 B는 자신에게 귀책사유가 없으므로 계약 위반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선급금 반환으로 1억 5천만 원 이상을 요구하는 반소를 제기했습니다. 법원은 A의 전량구매 의무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는 기각하고, 시설물 철거 및 회수 비용은 2천 2백만 원 가량을 인정했습니다. B의 선급금 반환 청구는 1억 5천 3백만 원 가량을 인정했고, A의 손해배상 채권과 B의 선급금 반환 채권을 상계하여, 최종적으로 A가 B에게 1억 3천 8백만 원 가량 및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원고 A 주식회사는 2021년 6월 1일 피고 B 주식회사와 인천에 있는 주유소에 대해 석유제품 공급 계약 및 장비 임대차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 계약에 따라 A는 B에게 셀프 주유기 4대와 POS 시스템, 고압 세척기 등의 장비를 무상으로 임대하고 시설물을 지원했습니다. B는 A로부터 장비 지원을 받는 대가로 계약 기간인 5년 동안 A로부터 석유제품 전량을 구매할 의무를 부담했습니다. 그러나 B가 주유소 부지를 임차한 E 주식회사(B와 같은 기업집단 소속)가 2023년 2월 17일 해당 부지를 제3자에게 매각하기로 결정하면서 B와의 임대차 계약을 2023년 3월 20일 자로 해지 통보했습니다. 이에 B는 A에게 주유소 영업 불가로 인해 A와의 석유제품 공급 계약도 2023년 3월 20일 자로 종료한다고 통지하고, 실제로 같은 날 영업을 종료했습니다. A는 B의 계약 종료 통보가 부당하다며 전량구매 의무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과 시설물 및 장비 철거·회수 비용을 청구하는 본소를 제기했습니다. 이에 B는 자신의 귀책사유 없이 임대차 계약이 해지되어 영업을 계속할 수 없었으므로 계약 위반이 아니라고 주장했고, 오히려 A에게 지급했던 선급금을 반환받아야 한다며 반소를 제기했습니다.
피고 B가 석유제품 전량구매의무를 위반했는지 여부, 피고 B가 시설물 및 장비 철거·회수 비용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지는지 여부, 관련 계약 조항이 약관규제법상 불공정한 약관에 해당하는지 여부, 원고 A가 피고 B에게 선급금을 반환해야 하는지 여부 및 반환 범위와 지연손해금 기산점, 피고 B의 상계 항변이 받아들여지는지 여부 등이 주된 쟁점이었습니다.
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결했습니다. 원고 A의 전량구매의무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 주장은 기각되었습니다. 이 사건 시설물 및 장비 철거·회수에 따른 손해배상 주장은 22,209,588원만 인정되었습니다. 피고 B의 약관규제법 위반 주장은 기각되었습니다. 피고 B의 선급금 반환 반소 청구는 153,091,821원이 인정되었습니다. 원고 A의 손해배상채권 22,209,588원과 피고 B의 선급금 반환채권 153,091,821원이 상계되어, 원고 A는 피고 B에게 130,882,233원 및 이에 대한 2023년 8월 19일부터 2024년 6월 13일까지는 연 6%, 2024년 6월 14일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원고 A의 나머지 본소 청구와 피고 B의 나머지 반소 청구는 모두 기각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원고 A의 본소 청구는 대부분 기각되고 피고 B의 반소 청구가 일부 인용되어, 원고 A가 피고 B에게 선급금 잔액 130,882,233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게 되었습니다. 소송비용은 본소와 반소를 통틀어 9/10는 원고 A가, 나머지는 피고 B가 각 부담합니다.
이 사건은 계약 해석의 원칙, 손해배상액의 예정, 약관규제에 관한 법률, 부당이득 반환 의무, 상계 등에 대한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계약 해석의 원칙: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계약의 해석에 이견이 있을 경우 문언의 내용, 약정이 이루어진 동기와 경위, 약정으로 달성하려는 목적,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해야 합니다. 특히 문언의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문언대로 의사표시의 존재와 내용을 인정해야 하며, 상대방에게 중대한 책임이나 불이익을 부과하는 조항은 더욱 엄격하게 해석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전량구매의무 조항을 '주유소를 운영하면서 다른 회사 제품을 구매하지 않을 의무'로 해석하며, 영업 중단 시에도 구매 의무가 있다고 보지 않아 원고의 주장을 기각했습니다.
손해배상액의 예정 (민법 제398조): 계약 당사자가 채무불이행에 대비하여 미리 손해배상액을 정해두는 것을 말합니다. 손해배상액이 예정된 경우 채무자가 실제로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거나 손해액이 예정액보다 적다는 것을 입증하더라도 채무자는 그 예정액의 지급을 면하거나 감액을 청구할 수 없습니다. 이 사건에서 시설물 및 장비 철거·회수 비용 관련 조항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간주되어 피고는 실제 손해 여부와 상관없이 약정된 금액을 지급해야 했습니다.
약관규제에 관한 법률: 사업자가 다수의 상대방과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미리 마련한 계약의 내용을 약관이라고 합니다. 약관은 불공정한 내용일 경우 무효가 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이 사건 각 계약서가 약관에 해당한다고 보았으나, 피고에게도 이익이 있었고 선택권이 있었으며 조항의 내용이 불분명하지 않은 점 등을 종합하여 불공정한 약관이라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부당이득 반환 의무 (민법 제748조 제2항, 제749조 제2항): 법률상 원인 없이 타인의 재산이나 노무로 인해 이득을 얻은 경우 이를 반환해야 합니다. 악의의 수익자는 그 받은 이익에 이자를 붙여 반환하고 손해가 있으면 이를 배상해야 합니다. 여기서 '악의'는 자신의 이득 보유가 법률상 원인 없는 것임을 인식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부당이득 반환 의무는 이행기한의 정함이 없는 채무이므로, 채무자는 이행 청구를 받은 때에 비로소 지체 책임을 지게 됩니다. 이 사건에서 원고는 피고의 선급금 반환 내용증명이 도달한 시점 이후부터 악의의 수익자로 인정되어 그 시점부터 지연손해금이 기산되었습니다.
상계 (민법 제492조 제1항, 제493조 제2항): 쌍방이 서로 같은 종류를 목적으로 한 채무를 부담한 경우 쌍방 채무의 이행기가 도래하면 각 채무자는 대등액에 관하여 상계할 수 있습니다. 상계의 의사표시가 있으면 각 채무는 상계할 수 있는 때에 대등액에 관하여 소멸한 것으로 봅니다. 이행기의 정함이 없는 채권의 경우 그 성립과 동시에 이행기에 놓이게 되므로, 채권의 성립일에 상계적상에서 의미하는 이행기가 도래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원고의 손해배상 채권과 피고의 선급금 반환 채권은 상계적상에 있었고, 상계 의사표시로 대등액만큼 소멸했습니다.
계약을 체결할 때는 문언의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해야 하며 특히 상대방에게 중대한 불이익을 줄 수 있는 조항은 더욱 엄격하게 해석되므로 계약서 작성 시 구체적이고 명확한 문구를 사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주유소 운영과 같이 부지 임대차 계약에 기반한 장기 공급 계약에서는 임대차 계약 해지와 같은 외부 요인으로 인한 영업 중단 가능성을 미리 고려하여 계약 종료 및 손해배상 조항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 시설물 지원 및 임대 계약의 경우, 계약 종료 시 시설물 잔존 가액 및 철거·회수 비용 부담에 대한 약관이 불공정한지 여부가 쟁점이 될 수 있으므로 약관규제법 위반 여부를 신중하게 검토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피고가 약관이 불공정하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피고에게도 이익이 있었고 선택권이 있었던 점, 계산 방법이 명시된 점 등을 들어 불공정하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선급금 반환 채권의 경우 부당이득 반환 의무는 이행기한이 없는 채무이므로 채권자가 이행 청구를 받은 때부터 지체 책임이 발생합니다. 따라서 선급금 반환을 요청할 때는 반드시 내용증명 등으로 명확히 이행기를 통지하여 지연손해금 기산점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동일 기업집단 내의 회사라 하더라도 법인격이 별개이므로 한 회사의 행위가 다른 회사의 계약상 의무 위반으로 바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음을 인지하고 계약 관계를 설정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