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해배상 · 의료
산모 C가 L병원에서 아기 A를 출산하는 과정에서 의료진인 피고 F(산부인과 전문의)와 피고 G(산부인과 전공의)가 태아의 심장박동수 양상 감시를 소홀히 하고 태아 곤란증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제때 취하지 않아 아기 A에게 저산소성 허혈성 뇌병증에 의한 뇌성마비가 발생한 사건입니다. 법원은 의료진의 과실을 인정하여 병원과 의사들이 아기 A에게 약 6억 4천만원, 부모 B와 C에게 각 5백만원의 손해배상액을 공동으로 지급하도록 판결했습니다.
원고 C는 2018년 12월 22일 05:15경 진통으로 L병원에 내원했습니다. 의료진은 08:15경 분만 촉진을 위해 옥시토신 투여를 시작했고, 이후 13:15경과 13:37경 무통주사 약물을 추가로 투여했습니다. 13:37경 옥시토신 투여를 중단했지만, 전자태아감시장치 기록에 따르면 14:15경 또는 적어도 14:30경부터 태아 심장박동수 양상에 반복적인 다양성 태아심장박동수감소, 최소 변이도, 위굴모양곡선, 늦은 태아심장박동수감소 등 태아 곤란증을 의심할 만한 소견이 지속적으로 관찰되었습니다. 특히 15:36경부터는 변이도가 완전히 소실되는 등 명확한 카테고리III(위험 신호) 상태에 이르렀습니다.
그러나 의료진은 이러한 태아 심장박동수 양상을 주의 깊게 관찰하거나 제대로 평가하지 못했고, 피고 G 전공의는 피고 F 전문의에게 태아 상태의 이상 징후에 대해 적시에 보고하거나 논의하지 않았습니다. 피고 F 전문의 또한 직접 확인하거나 적절한 지시를 내리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 자궁내소생술(산소 공급, 수액 투여, 체위 변경 등)이 적시에 동시에 이루어지지 않았고, 태아 상태가 호전되지 않는데도 응급 질식분만이나 제왕절개술과 같은 신속한 분만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통상적인 자연 질식분만을 진행하여 15:41경 아기 A를 출산했습니다.
아기 A는 출생 당시 초기 울음이 없고 전신 태변 착색, 청색증을 보였으며, 아프가 점수가 1분에 2점, 5분에 3점, 10분에 4점으로 매우 낮았습니다. 제대혈 가스 분석 결과 pH 6.952의 중증 대사성 산증이 확인되었고, 이후 저산소성 허혈성 뇌병증으로 진단받아 발작 및 광범위한 뇌기능 장애가 나타났습니다. 현재 아기 A는 뇌성마비(경직성 사지마비)로 인한 운동 발달 장애, 언어 장애, 연하 장애, 인지 장애 등을 겪고 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법원은 피고들의 옥시토신 투여 및 중단, 무통주사 투여 과정에서의 과실과 설명의무 위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분만 2기(14:30경부터) 동안 태아 심장박동수 양상에 대한 주의 깊은 관찰 및 평가를 소홀히 하고, 그에 따른 적절한 조치(자궁내소생술, 응급분만 고려 등)를 취하지 않은 과실을 인정했습니다.
재판부는 이 과실이 아기 A의 저산소성 허혈성 뇌병증과 뇌성마비 발생의 개연성이 있다고 보아 인과관계를 추정했습니다. 다만, 분만 제2기의 태아 심장박동수 유형 해석의 불명확성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피고들의 손해배상 책임을 전체 손해액의 30%로 제한했습니다.
이에 따라 피고들은 공동으로 원고 A에게 642,393,459원, 원고 B, C에게 각 5,000,000원 및 각 돈에 대해 2018년 12월 22일부터 2025년 5월 14일까지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의료진이 분만 과정에서 태아 심장박동수 감시와 태아 곤란증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소홀히 한 과실이 아기에게 심각한 뇌 손상을 초래했다고 판단하고, 병원과 의료진에게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최종 결론 내렸습니다.
이 사건에 적용된 주요 법리와 원칙은 다음과 같습니다.
의사의 주의의무: 의사는 환자의 생명·신체·건강을 관리하는 업무의 특성상 환자의 구체적인 증상과 상황에 따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최선의 조치를 취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습니다. 이는 의료행위 당시 임상의학 분야에서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의료수준을 기준으로 판단됩니다. 특히 진단은 중요한 의료행위이므로, 의학지식과 경험에 기반하여 신중하게 진찰하고 정확히 진단함으로써 위험 발생을 예견하고 회피할 최선의 주의의무를 다해야 합니다.
의료소송에서의 인과관계 추정: 의료소송에서 환자 측이 의료인의 진료상 과실이 존재하고, 그 과실이 손해를 발생시킬 개연성이 있음을 증명하면, 진료상 과실과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가 추정되어 환자 측의 증명 부담이 완화됩니다. 이때 개연성은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는 아니지만, 의학적 원리에 부합하고 막연한 가능성에 그치지 않아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피고들의 과실로 인한 저산소증이 아기 A의 뇌성마비 발생의 개연성이 있다고 인정되어 인과관계가 추정되었습니다.
태아 심장박동수 감시 및 태아 곤란증 관리: 법원은 미국산부인과학회(ACOG)의 3단계 태아 심장박동 해석 체계(정상, 중간, 비정상)와 세계산부인과학회(FIGO), 영국산부인과학회(RCOG, NICE)의 가이드라인을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카테고리II(중간)에 해당하는 경우에도 기초 변이도 감소나 소실, 반복적인 다양성 또는 늦은 태아 심장박동수감소가 동반되면 자궁내소생술을 시행하고 호전이 없거나 악화 시 분만을 고려해야 합니다. 특히 늦은 태아 심장박동수감소는 '태아의 저산소증'을 시사하며, 지속성 태아 심장박동수감소는 '지속되는 제대 압박, 심각한 태반 기능부전' 등과 관련될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적절한 조치가 필요합니다.
주산기 가사와 뇌성마비의 인과관계 기준: 2003년 미국산부인과학회 및 미국소아과학회는 분만 중 저산소증이 뇌성마비 발생과 관련 있다고 정의하기 위한 4가지 필수 조건을 제시했습니다. 이 사건에서 아기 A는 ① 분만 당시 제대혈의 pH 7.0 이하의 대사성 산증 및 염기 부족 12mmol/L 이상, ② 분만 34주 이상 및 분만 후 24시간 이내 중등도 또는 중증의 저산소성 허혈성 뇌 손상 증상, ③ 경직성 사지마비 형태의 뇌성마비, ④ 외상, 감염, 유전성 질환 등 다른 원인 배제 등 4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한다고 보아 의료 과실과 뇌성마비 사이의 인과관계가 인정되었습니다.
설명의무 위반: 위자료 지급 대상이 되는 설명의무 위반은 수술 등 침습적인 의료행위나 사망 등 중대한 결과 발생이 예측되는 의료행위에서 환자의 자기결정권 행사가 요구되는 경우에 해당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옥시토신 사용이 직접적인 뇌 손상의 원인으로 인정되지 않았으므로 설명의무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은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책임 제한: 의사의 진료상 과실로 손해배상 책임이 있는 경우에도, 과실의 내용 및 정도, 진료의 경위 및 난이도, 의료행위의 결과, 질환 특성, 환자 체질 등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손해 분담의 공평을 위해 손해배상액을 제한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분만 제2기 태아 심장박동수 유형 해석의 불명확성, 의료행위의 한계로 수반되는 위험, 다른 원인 규명의 불가능성 등이 고려되어 피고들의 책임이 30%로 제한되었습니다.
비슷한 상황에 처했을 때는 다음 사항들을 참고하는 것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