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약금
원고 주식회사 A가 피고 주식회사 B, C, D에게 미수 물품대금 1,232,387,775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청구한 사건입니다. 피고 회사 B는 한때 원고의 내부 영업조직이었으나 피고 C에게 매각되었고, 이 과정에서 미수채권 및 어음채권을 피고 회사 B가 원고에게 지급하기로 하는 매각합의서가 체결되었습니다. 피고 C는 변제확약서도 작성하였고 피고 D은 이에 대한 연대보증을 섰습니다. 피고들은 매각합의서와 변제확약서가 형식적인 문서이며 채무는 실제 존재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비진의 의사표시, 통정허위표시, 기망 또는 강요, 권리남용 등을 주장하고 상계 항변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피고들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고, 원고의 청구를 인정하여 피고들에게 연대하여 채무와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원고 주식회사 A는 동파이프 등 비철금속 제조·판매업을 영위하는 회사입니다. 원고의 전 대표이사였던 망 E는 2011년경 원고의 내부 영업조직으로 개인사업체 'I'와 'L'을 설립하여 운영했습니다. 이후 2014년 3월 26일경 망인은 개인사업체 'I'의 사업을 포괄 양수하는 피고 주식회사 B를 설립하고 원고의 직원이던 피고 C를 사내이사로 취임시켰습니다. 피고 회사 B와 'L'은 원고의 내부 영업조직으로 운영되다, 피고 회사 B의 최대 거래처 부도 후 망인과 피고 C는 피고 회사 B와 'L'을 피고 C가 인수하여 독자적으로 운영하기로 합의했습니다. 2015년 2월 9일, 망인과 원고 이사 J는 피고 C와 '피고 회사 및 L 매각합의서'를 체결하여, 피고 C에게 피고 회사 B의 주식을 양도하고 피고 C는 L의 자산과 부채를 인수하기로 했습니다. 또한, 피고 회사 B는 원고의 대상 회사에 대한 미수채권 1,550,030,650원 중 280,000,000원과 어음채권 272,357,125원 중 30,000,000원을 면제한 나머지 1,270,030,650원 및 242,357,125원의 채무를 지급할 의무를 부담하기로 하였습니다. 피고 C의 배우자인 피고 D은 이 모든 채무에 대해 연대보증을 섰습니다. 2017년 4월 14일, 피고 회사 B의 대표자 피고 C는 원고에게 이 채무의 변제를 확약하는 변제확약서를 작성하여 교부했고, 이후 이 사건 상가를 대물변제하고 5천만원 등 일부 금액을 변제했으나, 1,232,387,775원과 그에 따른 지연손해금을 갚지 않아 원고가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피고 회사 B의 주식 매각합의서 및 피고 C가 작성한 변제확약서가 비진의 의사표시, 통정허위표시 또는 기망/강요에 의해 작성되어 무효이거나 취소되어야 하는지 여부. 둘째, 원고의 물품대금 청구가 권리남용에 해당하는지 여부. 셋째, 피고 D의 연대보증이 효력이 있는지 여부와 변제확약서의 효력이 연대보증인인 피고 C, D에게도 미치는지 여부. 넷째, 피고들이 원고를 대신하여 지급한 금전채무가 있으므로 이를 원고의 청구금액과 상계할 수 있는지 여부.
법원은 피고들의 주장을 모두 배척하고,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여 다음과 같이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매각합의서 체결 당시 원고와 피고 회사 B의 채권·채무 관계를 명확히 정리할 필요가 있었으며, 피고 C가 채권액 조정을 요청하여 일부 면제가 이루어진 점, 피고 C가 변제확약서를 작성하고 일부 변제한 점 등을 근거로 피고들의 비진의 의사표시, 통정허위표시, 기망/강요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피고 D이 연대보증 내용을 전혀 보지 않았다는 주장을 인정할 증거가 없고, 변제확약서의 내용이 매각합의서의 기존 채무를 확인하고 변제기를 정하는 것에 불과하여 연대보증인에게도 효력이 미친다고 판단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피고들의 상계 항변에 대해서는 피고 회사가 원고를 대신하여 지급할 의무 없는 금전을 지급했다는 점을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보아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이에 따라 원고의 청구를 전부 인용하여 피고들에게 미수 물품대금 및 지연손해금 지급 의무를 인정했습니다.
이 사건과 관련된 주요 법령 및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민법 제107조 (진의 아닌 의사표시): 표의자가 진의(眞意) 아님을 알고 한 의사표시라도 원칙적으로 그 효력이 발생합니다. 다만, 상대방이 표의자의 진의 아님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경우에는 무효가 됩니다. 본 사안에서 피고들은 매각합의서와 변제확약서가 형식적인 문서이므로 진의 아닌 의사표시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피고들이 이를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매각합의서 체결 당시 채권액 조정이 이루어진 점 등을 고려하면 진정한 의사가 있었다고 본 것입니다.
민법 제108조 (통정한 허위의 의사표시): 상대방과 서로 짜고(통정하여) 한 허위의 의사표시는 무효가 됩니다. 이는 서로 합의하에 거짓된 의사표시를 한 경우를 말합니다. 피고들은 매각합의서 등이 통정허위표시라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원고와 피고 회사 B 사이에 채권·채무를 정리할 필요가 있었던 점 등을 들어 피고들의 주장을 배척했습니다.
민법 제110조 (사기,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 사기나 강박(억지로 강요)에 의해 이루어진 의사표시는 취소할 수 있습니다. 피고 C는 변제확약서가 원고 측의 기망 또는 강요에 의해 작성되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인정할 충분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민법 제2조 (신의성실) 및 권리남용 금지 원칙: 권리를 행사할 때는 신의에 따라 성실히 해야 하며, 권리 남용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피고들은 원고의 청구가 형식적으로만 존재하는 채권을 행사하는 것이므로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민법 제428조 (보증의 의의) 및 제429조 (보증채무의 범위): 보증은 주채무자가 채무를 이행하지 않을 때 보증인이 대신 이행할 것을 약정하는 계약입니다. 보증채무는 주채무의 이자, 위약금, 손해배상 등 주채무에 부수하는 채무를 포함합니다. 피고 D은 연대보증 내용을 몰랐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이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보았고, 매각합의서에 따라 체결될 일체의 계약상 채무에 대해 연대보증한 것으로 보아 변제확약서의 효력도 연대보증인에게 미친다고 판단했습니다.
민법 제492조 (상계의 요건): 서로 채무를 부담하는 두 사람이 각자의 채무의 이행기가 도래한 경우, 자신의 채무와 상대방의 채무를 같은 금액 범위 내에서 소멸시킬 수 있습니다. 피고들은 원고에게 상계할 채권이 있다고 주장했지만, 피고 회사가 원고를 대신하여 지급할 의무 없는 금전을 지급했다는 점을 객관적으로 입증하지 못했으므로 법원은 상계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상법 제54조 (법정이율) 및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조 (법정이율): 상행위로 인한 채무에 대해서는 법정이율로 연 6%가 적용됩니다. 소송이 제기되어 판결이 선고되는 경우, 소장 부본 송달 다음 날부터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연 12%의 지연손해금 이율이 적용됩니다. 본 판결에서도 이러한 이율이 적용되어 지연손해금이 계산되었습니다.
유사한 문제 상황에 처했을 때 다음 사항들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내부 거래 정리 시 명확한 기록: 회사가 내부 영업조직을 분리하거나 독립시킬 때는 기존의 채권·채무 관계를 명확히 정리하고 모든 합의 내용을 서면으로 상세하게 기록해야 합니다. 단순히 '사실상 하나의 회사'처럼 운영되었던 과거 상황만으로는 법적 효력을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계약 내용에 대한 신중한 검토: 중요한 계약서(매각합의서, 채무 변제확약서 등)에 서명하기 전에 계약의 모든 조항과 내용을 충분히 이해해야 합니다. 특히 연대보증과 같이 큰 책임을 지는 계약의 경우, 보증 범위와 조건을 정확히 확인하고 필요하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내용을 보지 않고 서명했다'는 주장은 법원에서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채무 변제 및 상계 주장의 증거 확보: 채무를 일부 변제하거나 대물변제할 때는 소유권이전등기, 송금 내역, 영수증 등 객관적인 증빙 자료를 반드시 확보해야 합니다. 상계 항변을 할 경우에도 자신이 상대방을 대신하여 지급한 금원이 있다는 것을 품의서, 거래명세서, 금융거래 내역 등으로 명확하게 입증해야 합니다. 자금이 혼용되었던 과거의 상황은 채권 상계 주장을 입증하기 더 어렵게 만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