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해배상 · 의료
농약 중독으로 응급실에 내원하여 혈관수축제 투여 후 사지 괴사가 발생한 환자가 병원 의료진의 혈관수축제 사용, 기관절개술 시행, 그리고 사지 절단 수술 과정에서의 과실 및 설명의무 위반을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입니다. 법원은 혈관수축제 사용과 기관절개술 시행 자체에는 의료진의 과실이 없다고 판단했지만, 사지 절단 수술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의무를 위반하여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 점을 인정하여 위자료 2천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국민연금공단의 장애연금 대위청구는 기각되었습니다.
원고 A는 2014년 7월 23일 오후 10시경 카바메이트계 농약을 술에 섞어 마신 후 구토와 경련 증상으로 같은 날 오후 10시 40분경 피고 병원 응급실에 내원했습니다. 내원 당시 원고는 혼수상태였으며, 피고 병원 의료진은 저혈압 및 쇼크 상태인 원고에게 혈압 유지를 위해 노르에피네프린, 도파민, 바소프레신, 에피네프린 등 혈관수축제를 투여했습니다. 2014년 7월 27일경부터 원고의 양 손과 발에 청색성 색깔 변화와 냉감이 나타나기 시작했으며, 2014년 8월 4일경에는 양 손과 발 부위가 검게 변하는 괴사가 관찰되었습니다. 피고 병원 의료진은 괴사가 진행된 원고에게 2014년 8월 14일 오후 4시 5분경부터 8시경까지 양측 손목 관절을 절단하는 양측 손목 관절이단술과 양측 무릎 관절 아래 부분을 절단하는 양측 슬관절 하 절단술(이 사건 수술)을 시행했습니다. 원고 A는 이 사건 수술로 현재 양 손과 발의 말초에서부터 양측 손목 관절부와 양측 하지의 무릎관절 아래 14cm 이하 부위까지 절단된 상태이며, 개인위생 및 식이 등 기본 동작이 불가능한 상태입니다. 원고는 피고 병원 의료진의 혈관수축제 사용상의 과실, 불필요한 기관절개술 시행으로 인한 과다출혈 및 헤파린 투여 중단 과실, 그리고 이 사건 수술에서의 과실 및 설명의무 위반으로 인해 사지절단이라는 중대한 장애를 입게 되었다고 주장하며 합계 1,363,106,757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한편, 원고 승계참가인 국민연금공단은 원고에게 2014년 9월부터 2019년 8월까지 장애연금 23,768,200원을 지급했으며, 원고의 피고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 일부를 법률상 대위취득했다고 주장하며 이 사건 소송에 승계참가했습니다.
피고 병원 의료진의 혈관수축제 사용 및 부작용 방지 조치 소홀, 설명의무 위반 여부입니다. 기관절개술 시행 과정에서의 과실 여부입니다. 사지 절단 수술 시행 자체의 과실 여부입니다. 사지 절단 수술에 대한 설명의무 위반 여부 및 이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의 범위입니다. 국민연금공단의 원고 승계참가 청구, 즉 장애연금 대위청구의 인정 여부입니다.
법원은 피고 병원 의료진의 혈관수축제 사용이나 기관절개술 시행에 있어서는 의료상 과실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원고의 쇼크 상태에서 혈관수축제 투여는 불가피했고, 기관절개술도 장기간 인공호흡기 사용의 합병증 예방을 위해 필요했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사지 절단 수술 자체도 이미 괴사가 심하게 진행된 원고에게 불가피한 조치였고, 괴사 부위 이상으로 절단한 것도 합리적인 재량 범위 내의 진료행위로 보아 의료상 과실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피고 병원 의료진이 '죽은 조직 절제술(debridement)'만을 설명하고 실제로는 '양 손과 발 절단술(amputation)'을 시행한 것에 대해 환자에게 절단 수술의 필요성, 내용, 범위, 발생 가능한 위험 및 대체 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아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수술 당시 원고의 활력징후가 안정적이었고 긴급한 상황이 아니었으므로, 올바른 설명을 들었더라면 수술 시기나 절단 범위에 대해 환자가 선택할 기회가 있었을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다만, 설명의무 위반이 원고의 사지 절단이라는 중대한 결과와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있다거나 주의의무 위반과 동일시할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하여, 자기결정권 침해에 대한 위자료로 2천만 원만 인정했습니다. 국민연금공단의 대위청구는 원고의 재산상 손해배상청구권이 인정되지 않았으므로 기각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