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 · 의료
이 사건은 신장 결석 제거 수술을 받은 환자가 수술 다음 날 사망하자, 환자의 배우자와 자녀들이 의료진의 진료상 과실 및 설명의무 위반으로 인해 사망에 이르렀다며 병원과 담당 의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례입니다. 원고들은 진단, 수술 진행, 수술 후 처치, 패혈증 예방 등 전반적인 과정에서 의료과실이 있었고, 수술의 위험성에 대한 설명을 제대로 듣지 못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의료기록 및 전문의 감정 결과 등을 종합하여 의료진의 진료상 과실이 없었으며, 수술 전 위험성에 대한 설명의무도 이행되었다고 판단하여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망인 H은 2018년부터 신장 결석으로 G병원에서 진료를 받았으며, 2018년 3월 경피적 신결석 제거술 후에도 일부 결석이 남아있었습니다. 2019년 4월 8일, 담당 의사 F에게 남아있는 신장 결석 제거를 위한 역행성 신장 결석 제거술(RIRS)을 받았습니다. 수술은 오전 9시 30분경 시작되어 11시 15분경 종료되었습니다. 피고 F은 수술 기록에 게실 내 결석 접근이 어려웠고, 수술 중 요관 손상은 없었다고 기재했습니다. 그러나 수술 당일 18시 50분경 망인의 보호자가 망인이 갑자기 말을 하지 못한다고 알렸고, 의료진 확인 결과 망인은 의식이 없었으며 대퇴동맥 맥박이 촉지되지 않아 심폐소생술 등 응급처치를 시행했습니다. 망인은 중환자실로 옮겨졌으나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2019년 4월 9일 15시 35분경 사망했습니다. 이에 망인의 가족들은 의료진의 과실로 망인이 사망했다고 주장하며 병원과 의사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환자 사망의 원인이 담당 의사의 진료상 과실(부적절한 진단, 수술 중 과실, 수술 후 처치 미흡, 패혈증 예방 조치 미흡) 때문인지 여부와, 수술 전후 환자 또는 보호자에게 수술의 위험성 및 발생 가능한 합병증에 대한 설명의무를 제대로 이행했는지 여부입니다.
원고들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를 모두 기각하며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하도록 판결하였습니다.
법원은 의료 기록, 영상 자료, 그리고 다수의 의료 전문가 감정 결과를 바탕으로, 피고 의사의 진단 및 수술 결정이 당시 임상 의학 분야에서 통용되는 수준에 부합하며 수술 과정에서 과도한 출혈을 유발했다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수술 후 환자의 급격한 상태 악화 전까지 의료진의 경과 관찰 및 처치가 적절했고, 패혈증 예방 조치도 이루어졌다고 판단했습니다. 설명의무와 관련해서는 수술 동의서에 출혈, 감염, 패혈증, 사망 가능성 등 주요 위험 요소가 명확히 기재되어 있었고, 환자가 이를 인지하고 수술에 동의한 것으로 보아 설명의무 위반도 없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따라서 원고들의 모든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본 판결에서는 의료과오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의 핵심 요소인 '의료진의 주의의무 위반'과 '설명의무 위반'에 대한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진료상 주의의무: 의사는 환자의 생명, 신체, 건강을 관리하는 업무의 특성을 고려하여, 환자의 구체적인 증상과 상황에 따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최선의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습니다. 이러한 주의의무의 기준은 해당 의료행위가 이루어질 당시 의료기관 등 임상의학 분야에서 일반적으로 실천되고 있는 의료행위 수준을 기준으로 판단됩니다. 특히 진단 과정에서는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되는 진단 수준의 범위에서 의사가 전문 직업인으로서 요구되는 의학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신중히 진찰하고 정확히 진단함으로써 위험 발생을 예견하고 회피하는 데 필요한 최선의 주의의무를 다했는지를 따져 보아야 합니다(대법원 2018. 11. 15. 선고 2016다244491 판결 참조). 이 사건에서 법원은 피고 의사가 CT 검사 등 통상적인 진단 방법을 활용하여 결석의 위치와 상태를 진단하고 수술 방법을 선택한 것에 과실이 없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수술 중 및 수술 후 처치에 있어서도 당시의 의료 수준과 환자 상태에 비추어 적절한 조치를 취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설명의무: 의사는 수술과 같이 침습적인 의료행위를 하거나 사망 등 중대한 결과 발생이 예측되는 의료행위를 할 경우, 응급상황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환자나 그 법정대리인에게 질병의 증상, 치료 방법의 내용과 필요성, 예상되는 위험 등에 관하여 당시 의료 수준에 비추어 상당하다고 판단되는 사항을 설명하여 환자가 치료 여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할 의무가 있습니다. 후유증이나 부작용 발생 가능성이 희소하더라도, 해당 치료행위에 전형적으로 발생하는 위험이거나 회복 불가능한 중대한 것인 경우에는 설명 대상이 됩니다(대법원 2007. 5. 31. 선고 2005다5867 판결 참조). 이 사건에서는 피고 병원이 제공한 수술 동의서에 출혈, 감염, 패혈증, 사망 가능성 등 수술로 발생할 수 있는 주요 후유증 및 합병증에 대한 설명이 명시되어 있었으므로, 법원은 환자의 자기결정권이 침해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수술 후의 급격한 상태 악화 전까지는 추가 검사 등을 설명할 의무가 있었다고 보지 않았는데, 이는 의료진의 판단이 합리적인 범위 내에 있었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대법원 2013. 2. 28. 선고 2011다36848 판결 참조).
의료 분쟁 발생 시, 의료 행위의 진단, 수술, 처치, 설명의무 위반 등 각 단계별로 의학적 기준과 당시 의료 수준에 따른 의료진의 주의의무 이행 여부를 면밀히 검토해야 합니다. 특히 수술 전후 작성된 동의서 내용, 의료 기록, 영상 자료, 간호 기록 등은 의료진이 적절한 조치를 취했는지, 충분한 설명을 제공했는지 판단하는 중요한 근거가 됩니다. 환자의 상태 변화에 대한 의료진의 대응이 적절했는지 여부는 당시 환자의 구체적인 증상, 의료 환경, 예상되는 합병증 발생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됩니다. 수술 후 합병증의 원인이 의료과실이 아닌 경우도 많으므로, 사망 원인에 대한 부검 결과나 혈액 검사, 배양 검사 등 객관적인 의학적 증거와 전문의 감정 소견이 사건 해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환자 사망 시 헤모글로빈 수치 변화 등 중요한 지표들은 수액 주입 등 다른 요인에 의해 왜곡될 수 있으므로 전반적인 임상 상황과 함께 해석해야 합니다. 의학적 판단의 재량권은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인정되므로, 진료 결과가 나쁘다는 이유만으로 의료진의 과실이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