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대차
피고 B 등을 대리한 공인중개사 E가 위임받은 권한을 넘어 임차인 원고 A와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고 임대보증금을 수령한 후 횡령한 사건입니다. 법원은 임대인 피고 B 등이 공인중개사 E에게 대리권을 부여한 외관을 제공했다고 보아 민법 제126조의 표현대리 법리를 적용하여 임대인들에게 임차인에게 임대보증금 반환 책임을 인정했습니다. 이와 달리 공인중개사 E, F 및 보증보험사 G에 대한 원고의 청구는 기각되었습니다.
피고 B, C, D는 2012년 H아파트 소유권을 취득한 후, 2012년 10월 피고 C이 공인중개사 피고 E와 이 사건 부동산에 대한 전속관리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 계약에서 피고 E는 임대보증금 1,500만 원까지의 임대차 계약 체결 대리권만 부여받았습니다. 하지만 피고 E는 2015년 3월 인터넷에 '보증금 8,000만 원/35만 원 ~ 1억1천만 원/5만 원 내에서 조절가능'이라는 광고를 게시했습니다. 원고 A는 이 광고를 보고 피고 E와 보증금 110,000,000원, 차임 50,000원의 임대차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계약 당시 피고 E는 실제 전속관리계약서가 아닌 위조된 전속관리계약서와 피고 B가 'L(K)와의 임대관리계약서 증빙용'으로 발급받은 인감증명서를 원고와 원고측 중개사 피고 F에게 제시했습니다. 피고 E는 이후 이 임대차 계약과 관련된 사기, 사문서위조 등으로 징역 13년형을 선고받아 형이 확정되었습니다. 원고는 피고 B 등에게 임대보증금 반환을 청구했지만 받지 못하자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피고 B 등(임대인)이 공인중개사 E에게 부여한 대리권의 범위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특히 공인중개사 E의 행위가 민법 제126조의 권한을 넘은 표현대리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만약 표현대리가 인정되지 않을 경우 임대인들의 사용자 책임 또는 공인중개사 E, F의 불법행위 책임, 그리고 보증보험사 G의 보험금 지급 책임이 인정되는지 여부가 주요 쟁점이었습니다.
법원은 피고 B, C, D는 원고로부터 별지 목록 기재 부동산을 인도받음과 동시에 공동하여 원고에게 110,000,000원에서 2017년 11월 10일부터 위 부동산의 인도완료일까지 월 50,000원의 비율로 계산한 금액을 공제한 나머지 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원고의 피고 B, C, D에 대한 나머지 청구 및 피고 E, F, G 주식회사에 대한 모든 청구는 기각되었습니다. 소송비용 중 원고와 피고 B, C, D 사이에 생긴 부분은 피고 B, C, D가 부담하고, 원고와 피고 E, F, G 주식회사 사이에 생긴 부분은 원고가 각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이 사건 임대차 계약은 민법 제126조의 표현대리 법리에 따라 유효하게 성립되었다고 인정되었습니다. 법원은 임대인 피고 B 등이 공인중개사 E에게 임대차 계약과 관련하여 1,500만 원까지의 대리권을 주었지만, E가 임대보증금 8,000만 원에 월차임 35만 원인 다른 임대차 계약을 체결했음에도 임대인들이 이를 확인하지 않는 등 E에게 제한 없는 대리권을 주었다고 볼 만한 외관을 만들었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또한 원고가 인터넷 광고, 위조된 전속관리계약서, 인감증명서 등을 확인하고 계약한 것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임대인들은 임차인에게 임대보증금 반환 책임을 져야 하지만, 이 계약이 유효하다고 판단되었으므로 공인중개사들의 불법행위 책임이나 보증보험사의 책임은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부동산 임대차 계약 시 대리인과 계약할 때에는 대리인의 대리권 범위를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특히 임대보증금 수령 권한이 대리인에게 있는지, 그리고 그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명확히 확인해야 합니다. 위임장, 인감증명서 등 대리권을 증명하는 서류를 꼼꼼히 살피고, 인감증명서에 사용용도가 특정되어 있다면 그 용도 외의 다른 계약에 사용될 경우 효력을 의심해야 합니다. 가장 안전한 방법은 본인(임대인)에게 직접 전화하거나 대면하여 대리권의 진위와 구체적인 위임 내용을 확인하는 것입니다. 임대인 역시 대리인에게 부동산 관리를 위임한 경우, 대리인의 활동을 주기적으로 확인하고 임대차 계약 내용이나 임대보증금 수령 여부를 검토하여 분쟁 발생의 소지를 줄여야 합니다. 본인이 위임 범위 이상의 외관을 제공하여 상대방이 대리권이 있다고 믿게 만들면 민법 제126조의 표현대리 책임을 질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합니다. 또한, 인터넷 광고나 중개인의 말만 믿기보다는 계약서의 특약사항과 계좌 정보 등을 면밀히 검토하여 실제 임대인이 누구인지, 보증금과 월세가 누구에게 입금되는지 확인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