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해배상
이 사건은 재건축정비사업조합이 건축물의 설계 및 감리 등을 담당하는 회사와 체결한 건설사업관리 용역계약을 임의로 해지하여 용역업체가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안입니다. 법원은 과거 소송에서 해당 계약의 유효성이 확인되었음에도 조합이 계약 이행을 거절하고 다른 업체를 선정한 것은 채무불이행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조합은 용역업체에게 이미 수행한 업무에 대한 대금과 계약이 해지되지 않았더라면 얻었을 이행이익을 포함한 손해배상금 약 4억 4천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다만, 특정 용역(우수디자인)에 대해서는 당사자들 간에 진행하지 않기로 합의한 사실이 인정되어 손해배상 범위에서 제외되었습니다.
주식회사 A(원고)와 주식회사 D은 2017년 B아파트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피고)의 건설사업관리(CM) 용역업체로 선정되어 2018년 1월 8일 용역계약을 체결했습니다. 하지만 피고 조합은 2019년 9월 10일 이 계약을 해지한다는 통보를 했습니다. 이에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계약의 유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고, 대법원까지 가서 2022년 2월 17일 피고의 해지 통보가 부적법하며 계약이 유효하다는 판결이 확정되었습니다. 판결 확정 이후 원고는 피고에게 업무 재개를 요청했으나, 피고는 2023년 1월 10일 '계약 해지 사유와 관계없이'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공문을 보냈고, 이후 2024년 7월에는 다른 건설사업관리 업체를 선정했습니다. 이에 원고는 피고의 이러한 행위가 명백한 계약 이행 거절에 해당한다고 보아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하게 되었습니다.
재건축조합이 건설사업관리 용역계약을 임의로 해지한 것이 이행거절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그로 인한 채무불이행 손해배상의 범위는 어디까지인지 여부가 핵심 쟁점이었습니다. 특히, 이전에 해당 계약이 유효하다고 판결이 확정되었음에도 재건축조합이 계속해서 계약 이행을 거부한 점이 중요하게 다루어졌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 B아파트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이 원고인 주식회사 A에게 총 444,274,0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2023년 5월 5일부터 2024년 11월 14일까지는 연 6%,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원고의 나머지 청구는 기각되었습니다. 소송비용 중 70%는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가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법원은 피고 재건축조합의 이행거절을 인정하여 원고에게 건설사업관리(CM) 용역 관련 기성대금과 이행이익 상당의 손해를 배상하라고 판결했습니다. 그러나 '우수디자인 용역'에 대해서는 당사자들이 이미 진행하지 않기로 합의했음을 인정하여 해당 용역에 대한 기성대금이나 이행이익 청구는 기각했습니다.
이 사건에는 다음과 같은 법률과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민법 제689조 (위임의 해지): 이 조항은 위임계약 당사자가 언제든지 계약을 해지할 수 있음을 규정하지만, 이 사건 계약과 같이 당사자들이 계약 해지 사유와 절차, 손해배상 책임을 민법 규정과 다르게 상세히 정했다면, 그 계약 내용이 우선 적용되어 임의 해지가 제한될 수 있습니다. 선행 민사소송에서 피고의 임의 해지가 부적법하다고 판단된 것도 이 때문입니다.
민법 제551조 (해지, 해제의 효과): 계약의 해지 또는 해제는 손해배상 청구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원칙을 명시한 조항입니다. 이는 채무불이행으로 인해 계약이 종료되더라도 그로 인해 발생한 손해에 대한 배상을 별도로 청구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즉, 계약이 해지되었다고 해서 손해배상 청구권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민법 제686조 제2항 (수임인의 보수청구권): 수임인(용역을 수행한 자)이 처리한 사무가 위임 종료 전에 이미 진행되어 있었다면, 그 사무 처리에 대한 보수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특히, 기간으로 보수가 정해진 경우 위임이 수임인의 귀책사유 없이 종료되었다면, 이미 처리한 사무의 비율에 따라 상당한 보수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민법 제390조 (채무불이행과 손해배상): 채무자가 계약 내용을 이행하지 않으면 채권자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이때 손해배상의 목적은 계약이 정상적으로 이행되었을 경우 채권자가 얻었을 경제적 이익, 즉 '이행이익'을 회복시키는 것입니다. 이러한 이행이익 상실은 통상적인 손해로 인정됩니다.
이러한 법리들을 바탕으로 법원은 피고 조합의 계약 이행 거절이 채무불이행에 해당하며, 원고가 입은 손해(기성금 및 이행이익)를 배상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계약서 내용을 상세히 확인하여 해지 사유와 절차, 손해배상 책임에 대한 특별한 규정이 있는지 살펴보아야 합니다. 만약 표준 계약과 다르게 당사자들이 임의 해지할 수 없는 조건을 정했다면, 그 조건이 존중됩니다. 계약이 유효하다는 법원 판결이 있었음에도 상대방이 계약 이행을 거부한다면, 이는 명백한 이행거절로 간주되어 손해배상 청구의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계약 진행 중 특정 업무를 수행하지 않기로 합의했다면, 그 합의 내용을 명확히 문서화하거나 증거를 남겨두어 추후 분쟁 발생 시 근거로 활용해야 합니다.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은 이행기한이 없는 채무에 해당하므로, 채권자가 이행을 청구한 시점부터 지연손해금이 발생할 수 있으니, 이행을 청구하는 의사표시(내용증명 등)를 분명히 해두는 것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