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 · 의료
교통사고로 병원에 입원한 환자가 복부 및 흉부 손상으로 응급수술을 받는 과정에서, 초기 뇌 CT 검사상 이상 소견이 있었음에도 의료진이 약 48시간 동안 추가적인 뇌 검사를 소홀히 하여 뇌부종 및 뇌출혈 진단이 지연되었습니다. 결국 환자는 뇌출혈로 인한 합병증으로 사망하게 되었고, 유가족들은 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법원은 병원 의료진의 진단 지연 과실을 인정하고 환자 사망과의 인과관계도 인정했지만, 환자의 초기 중증도와 질병의 특성을 고려하여 병원의 책임을 20%로 제한하고 유가족에게 일부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도록 판결했습니다.
망인 D는 2012년 10월 10일 교통사고로 피고 병원 응급실에 내원했습니다. 내원 당시 뇌 CT 검사에서 우측 측두골의 저음영 소견이 관찰되어 뇌경색이나 뇌부종이 의심될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의료진은 복부 및 흉부 손상에 대한 1차 및 2차 응급수술을 시행했으나, 약 48시간 동안 망인에 대한 추가적인 뇌 CT 검사를 시행하지 않았습니다. 이 기간 동안 망인은 진정수면 상태였고, 동공 검사 등 신경학적 상태 평가는 1일 6회, 3~6시간 간격으로 제한적으로 이루어졌습니다. 2012년 10월 12일 17시 15분경 망인의 동공이 확장되고 빛 반사가 없어지는 등 상태 악화가 발견되었고, 이어 시행된 뇌 CT에서 우측 측두엽 및 두정엽에 뇌출혈이 확인되었습니다. 의료진은 급히 3차 응급 뇌수술을 시도했으나, 수술 중 급성심근경색 및 파종성 혈관내 응고증(DIC) 등으로 인해 두개골 감압술을 완료하지 못했습니다. 결국 망인은 뇌출혈 및 중증 뇌부종으로 인한 심폐기능 정지로 2012년 10월 15일 사망했습니다. 유가족들은 병원 의료진이 뇌 손상을 조기에 진단하고 적절히 치료하지 않아 망인이 사망에 이르렀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교통사고로 다발성 장기 손상을 입은 환자에 대해 의료진이 두부 손상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적절한 시기에 추적 뇌 CT 검사 및 신경학적 상태 평가를 시행했어야 하는 주의의무를 위반했는지 여부, 의료진의 이러한 진단 지연 과실과 환자의 뇌출혈 및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지 여부, 의료기관의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될 경우 그 책임 제한의 범위.
법원은 피고 병원이 원고 A에게 28,864,120원, 원고 B, C에게 각 18,668,849원 및 위 각 돈에 대하여 2012년 10월 15일부터 2014년 12월 12일까지는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원고들의 나머지 청구는 기각되었고,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80%, 피고가 20%를 부담하도록 결정되었습니다.
법원은 교통사고 중증 환자에 대한 의료진의 뇌 손상 진단 및 추적 관찰 소홀을 과실로 인정하고, 이 과실이 환자 사망의 원인이 되었다고 판단하여 병원의 손해배상 책임을 일부 인정했습니다. 다만, 환자의 초기 건강 상태와 중증도, 지연성 뇌출혈의 예후 등 여러 요인을 고려하여 병원의 책임 비율을 20%로 제한했습니다. 이는 의료 분쟁에서 의료기관의 과실이 있더라도 모든 손해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것은 아니며, 환자의 기저 상황도 고려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 사건은 의료진의 과실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이므로, 주로 의료진의 주의의무 위반 여부 및 그로 인한 손해 발생의 인과관계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의료진의 주의의무: 의사는 사람의 생명, 신체, 건강을 관리하는 업무의 특성상 환자의 구체적인 증상이나 상황에 따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최선의 조치를 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습니다. 특히 진단은 질병의 종류, 성질, 진행 정도를 밝혀 치료법을 선택하는 중요한 의료행위이므로, 의료진은 전문직업인으로서 의학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신중히 환자를 진찰하고 정확히 진단해야 합니다. 본 사건에서 법원은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은 망인에게 두부 손상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필요한 검사를 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었음에도, 뇌 CT상 저음영 소견에도 불구하고 약 48시간 동안 추적 뇌 CT 검사를 시행하지 않고, 진정수면 상태인 망인에 대한 신경학적 상태 변화를 조기에 발견하지 못한 점을 과실로 인정했습니다. 이는 대법원 2003. 1. 24. 선고 2002다3822 판결 등에서 확립된 의료행위상의 주의의무 판단 기준을 적용한 것입니다.
과실과 손해 발생 간의 인과관계: 의료진의 과실이 환자의 손해(사망) 발생에 원인이 되었음이 입증되어야 손해배상 책임이 발생합니다. 피고 병원 측은 조기 진단을 했더라도 망인의 예후가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조기에 뇌부종 등을 진단하고 치료했더라면 3차 뇌수술 당시 망인의 생체징후 및 그 이후의 예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하여 의료진의 진단 지연 과실과 망인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했습니다.
손해배상 책임 제한: 손해배상 제도의 지도원리인 손해의 공평하고 타당한 분담을 위해 의료기관의 책임 비율을 제한할 수 있습니다. 이는 환자의 사고 당시 중증도, 기저질환, 질병의 자연적 경과, 환자 상태의 급격한 악화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결정됩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망인이 교통사고로 다발성 장기 손상을 입고 대량 출혈을 겪었으며, 파종성 혈관내 응고증(DIC) 발생 및 지연성 뇌출혈의 불량한 예후 등 여러 불리한 요인을 가지고 있었고, 상태가 짧은 시간에 급격히 악화된 점을 들어 피고 병원의 손해배상 책임을 20%로 제한했습니다.
민법 제750조 (불법행위의 내용) 및 제756조 (사용자의 배상책임): 피고 병원(학교법인 연세대학교)은 의료진의 사용자로서, 의료진의 과실(불법행위)이 업무 집행 중 발생했으므로 민법 제756조에 따라 사용자 책임을 부담하게 됩니다.
교통사고 등 중증 외상 환자의 경우, 환자의 주된 통증 부위 외에도 두부 손상과 같은 다른 중요 부위의 손상 가능성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초기 검사에서 뇌 CT상 경미한 이상 소견(저음영 등)이 있거나, 환자가 진정제를 투여받아 의식 상태가 명료하지 않은 경우에는 지연성 뇌출혈 등 뇌 손상의 진행 가능성을 고려하여 정기적인 추적 뇌 CT 검사를 반드시 시행해야 합니다. 진정제를 사용 중인 환자라도 GCS(Glasgow Coma Scale)와 같은 기본 신경학적 상태 평가 도구를 자주 활용하여 환자의 상태 변화를 면밀히 관찰하고, 이상 징후 발생 시 즉시 추가 정밀 검사를 진행해야 합니다. 환자의 동공 확장이나 빛 반사 소실과 같은 급격한 신경학적 상태 변화는 뇌 손상의 악화를 시사할 수 있으므로, 이러한 변화를 조기에 인지하고 신속하게 대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의료 분쟁 시에는 의료 기록을 철저히 확보하고, 의료 행위의 적절성 및 과실 여부에 대한 의료 전문가의 감정 또는 사실조회 결과를 통해 주장을 뒷받침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다만, 환자가 사고 당시 입은 중상이나 기존 질환, 질병의 자연적인 진행 과정 등은 의료기관의 책임 범위를 제한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