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 오진 후 간 이식까지 이어진 의료사고 손해배상 사건

망인이 급성 편도염 또는 감기로 오진받아 초기 A형 간염 진단을 놓치고 전격성 간염으로 진행되어 국립암센터에서 간 이식 수술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수술 후 합병증으로 패혈증 및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사망하자, 망인의 부친이 1차 진료 의사들과 국립암센터를 상대로 의료 과실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입니다. 법원은 1차 진료 의사들의 오진 과실 및 국립암센터 의료진의 수술 및 진단상의 과실을 인정하지 않아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 A (사망한 환자 D의 부친)
• 피고: B (망인 D를 처음 진료한 F내과 의사)
• 피고: C (망인 D를 두 번째 진료한 G내과 의사)
• 피고: 국립암센터 (망인 D에게 간 이식 수술을 시행한 3차 의료기관)

분쟁 상황

1. 2008년 5월 13일, 망인 D는 피고 B가 운영하는 F내과에 고름, 편도 부음, 발열, 오한, 목 통증, 거친 숨소리, 기침, 가래 등의 증상으로 내원했습니다. 피고 B는 망인을 급성 편도염으로 진단하고 소염진통제, 진해거담제, 항생제를 처방했습니다.
2. 2008년 5월 15일, 망인은 F내과에 다시 내원하여 심한 두통과 계속된 구토를 호소했습니다. 피고 B는 약 처방을 변경하고 위장장애 약을 추가 처방했습니다.
3. 2008년 5월 16일, 망인은 피고 C가 운영하는 G내과에 내원하여 감기약을 복용했음에도 낫지 않고 속이 메스껍고 답답하다고 설명했습니다. 피고 C는 심전도 검사 후 소염제, 해열제, 항생제를 처방하려 했으나, 망인이 소변이 안 나온다고 하여 소변 검사는 시행하지 못했습니다.
4. 2008년 5월 17일, 망인은 이대목동병원 응급실에 내원했습니다. 3일 전부터 전신 허약감, 기침, 발열이 있었고, 개인병원 약 복용 중 전날부터 소변이 안 나오고 숨이 차고 목이 붓는 증상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대목동병원 의료진은 망인을 '상세불명의 급성 신우염, 급성 A형 간염, 전격성 간염'으로 진단하고 간 이식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여 국립암센터로 전원 조치했습니다.
5. 2008년 5월 18일, 피고 국립암센터 의료진은 망인에게 간 이식 수술을 시행했습니다.
6. 수술 후 망인의 상태는 호전되어 2008년 5월 28일경 일반 병실로 옮겨졌습니다.
7. 2008년 6월 5일경, 국립암센터 의료진은 복부 CT 및 혈관조영술을 통해 망인의 왼쪽 상부 상복부 동맥의 활동성 출혈과 왼쪽 간동맥 폐쇄를 확인하고 색전술 및 카테터로 간동맥을 개통했습니다.
8. 2008년 6월 6일부터 망인은 패혈증 증상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9. 2008년 6월 8일, 국립암센터 의료진은 진단적 개복술을 시행하여 췌장 주위의 농양 및 혈종을 제거했습니다.
10. 망인은 개복 수술 이후에도 상태가 호전되지 않았고, 패혈성 쇼크 및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2008년 6월 12일 사망했습니다.
11. 망인의 부친인 원고 A는 피고들을 상대로 의료과실에 따른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핵심 쟁점

1. 1차 의료기관 의사들이 망인의 A형 간염을 급성 편도염/감기로 오진하고 간 독성 약물을 처방하여 사망에 이르게 한 과실이 있는지 여부입니다.
2. 국립암센터 의료진이 간 이식 수술 중 췌장 또는 복막을 손상시키거나, 수술 후 발생한 췌장염을 조기에 진단하여 적절히 처치하지 못한 과실이 있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의 판단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결론

재판부는 1차 진료 의사 B와 C에게 의료과실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망인의 초기 증상이 감기나 급성 편도염과 유사했고, 구토나 메스꺼움 등은 A형 간염만의 전형적인 증상으로 보기 어려웠으며, 소변 검사를 하지 못한 것에 과실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처방 약물이 A형 간염을 악화시켰다는 증거도 없었습니다. 국립암센터의 경우에도 의료과실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수술 후 췌장염 및 출혈이 발생했지만, 이는 수술 자체의 스트레스나 면역 억제 등 다양한 원인이 있을 수 있어 수술 중 의료진의 손상으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의료진은 수술 후 지속적으로 검사를 진행했고, 췌장염의 조기 진단 및 처치에 과실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1. 의료과실 판단 기준: 의사가 진찰 및 치료 등의 의료 행위를 할 때에는 환자의 생명, 신체, 건강을 관리하는 업무의 특성상 환자의 구체적인 증상이나 상황에 따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요구되는 최선의 조치를 취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습니다. 이러한 주의의무는 의료 행위 당시 의료 기관 등 임상의학 분야에서 일반적으로 실천되고 인정되는 의료 행위의 수준을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진단상의 과실 유무를 판단할 때에는 의학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신중하게 진찰하고 정확히 진단하여 위험한 결과 발생을 예견하고 회피하는 데 필요한 최선의 주의의무를 다했는지 여부를 따져봅니다 (대법원 2010. 7. 8. 선고 2007다55866 판결 등).
2. 입증책임: 의사의 의료 행위가 주의의무 위반으로 인한 불법 행위가 되어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 의료 행위상의 과실, 손해 발생, 그리고 그 과실과 손해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에 대한 입증 책임은 환자 측에서 부담합니다. 환자가 의료 행위상의 주의의무 위반 행위를 제외한 다른 원인을 찾기 어려운 간접 사실들을 입증한 경우, 의료 행위를 한 측이 그 결과가 의료상의 과실이 아닌 전혀 다른 원인으로 인한 것임을 입증하지 못하면, 해당 증상이 의료상의 주의의무 위반 행위에 기인한 것으로 추정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의사의 과실로 인한 결과 발생을 추정할 수 있을 정도의 개연성이 담보되지 않는 사정들만으로 막연하게 중한 결과에서 의사의 과실과 인과관계를 추정함으로써 의사에게 무과실의 입증 책임을 지우는 것까지 허용되지는 않습니다 (대법원 2004. 10. 28. 선고 2002다45185 판결 참조).
3. 민법 제750조 (불법행위의 내용)​: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 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습니다.

참고 사항

의료 과실을 주장하는 소송에서는 환자 측이 의료 행위상의 과실과 그 과실로 인한 손해 발생 및 인과관계를 명확히 입증해야 합니다. 이 사건처럼 증상이 다른 질환과 유사하여 오진이 발생한 경우, 당시 의료 수준에서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다했는지 여부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됩니다. 환자는 진료 시 자신의 증상 변화와 특이사항을 의료진에게 정확하고 상세하게 전달해야 합니다. 의료진은 환자의 증상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필요한 추가 검사를 적극적으로 고려하여 오진의 가능성을 최소화해야 합니다. 특히, 중대한 수술 후 합병증 발생은 수술 자체의 위험, 환자 상태, 면역 반응 등 다양한 원인이 있을 수 있으므로, 단순히 합병증이 발생했다는 사실만으로 의료 과실을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의료진이 수술 후 환자 상태를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적절한 검사와 조치를 취했는지 여부가 중요하게 고려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