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 분양 시 기둥 미고지로 인한 계약 취소 및 대금 반환 사건

상가 건물 분양 계약을 체결한 매수인들이 분양받은 호실 내에 대형 기둥이 존재하여 공간 활용에 제약이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인지하고, 분양사의 기망 행위를 주장하며 분양 계약 취소 또는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입니다. 법원은 매수인들의 계약 취소 및 매매대금 반환 청구에 대해 당사자들의 행위와 의사표시의 맥락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법정추인 또는 묵시적 추인 여부를 판단했습니다. 그 결과, 기둥 존재를 알고도 잔금 납부 등 후속 조치를 취한 일부 매수인의 계약 취소 청구는 법정추인으로 기각되었으나, 취소 의사를 명확히 유보하며 불가피하게 잔금을 납부한 매수인들의 계약 취소 청구는 인용되었습니다. 또한, 취소된 계약에 따른 원상회복의 범위와 신탁회사의 책임 한계가 구체적으로 제시되었으며, 기둥으로 인한 가치 하락 손해배상 청구도 일부 인정되었습니다.

관련 당사자

• 상가 분양을 받은 매수인들 (원고 A, B, C, D, E, F, G, H, I, J, K, L, M 총 13명): 분양 계약 취소 및 매매대금 반환 또는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람들.
• 상가 분양을 진행한 회사 (피고 Q 주식회사, 이전 상호 S 주식회사): 상가 건물을 분양하고 매도인으로서의 의무를 지는 당사자.
• 신탁 회사 (피고 R신탁 주식회사): 상가 분양 계약에 매도인으로 기재되어 분양 대금을 수령하였으며, 신탁재산의 범위 내에서 일부 매수인에 대한 책임이 인정된 당사자.

분쟁 상황

상가 분양 계약의 매수인들은 상가 호실 내에 대형 기둥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분양 계약 체결 시 고지받지 못했습니다. 이후 매수인들이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되자, 분양 회사가 중요 정보를 은폐하여 기망 행위를 저질렀다고 주장하며 분양 계약의 취소와 이미 납부한 매매대금의 반환을 요구했습니다. 일부 매수인들은 계약 취소 의사를 밝히면서도 연체료 부담 방지 등의 이유로 잔금을 납부하거나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분양 회사는 매수인들의 이러한 행위가 계약을 유효하게 만드는 '추인'에 해당하므로 계약 취소 주장은 부당하고, 계약이 취소되더라도 매수인들은 임차인 없는 상태로 건물을 인도하고 임대료 상당의 부당이득을 반환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대금 반환을 거부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상가 분양 과정에 참여한 신탁회사의 책임 범위도 쟁점이 되었습니다.

핵심 쟁점

분양 계약 시 중요 정보(상가 내 기둥 존재) 미고지로 인한 분양계약 취소 가능 여부 및 이에 따른 매매대금 반환 의무, 계약 취소 사유 인지 후 매수인의 특정 행위(잔금 납부, 소유권이전등기, 근저당권 설정, 임대차 계약 체결)가 법정추인 또는 묵시적 추인으로 간주되어 취소권이 소멸하는지 여부, 계약 취소 시 원상회복의 범위와 임차인 없는 상태로의 인도 의무, 분양 계약에 연관된 신탁회사의 책임 범위, 그리고 미고지된 하자로 인한 상가 가치 하락액 산정의 타당성입니다.

법원의 판단

제1심판결을 변경하여, 피고 Q 주식회사는 원고 A, B, C, D, E, L에게 각 부동산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 및 근저당권설정등기 말소, 임차인 없는 완전한 상태로의 인도, 그리고 월 임대료 상당의 부당이득 반환을 받음과 동시에, 각 매수인에게 정해진 분양대금 및 이에 대한 연 5%의 법정이자를 지급하도록 명령했습니다. 원고 J에 대해서는 피고 Q 주식회사가 177,388,620원과 이자를, 피고 R신탁 주식회사가 신탁재산의 한도 내에서 피고 Q 주식회사와 공동으로 같은 금액과 이자를 지급하도록 판결했습니다. 원고 H에 대해서는 주위적 청구는 기각하고, 예비적 청구로서 피고 Q 주식회사가 21,260,520원과 이자를 지급하도록 했으며, 원고 I, K, F, G, M에게는 피고 Q 주식회사가 각 정해진 금액과 이자를 지급하도록 했습니다. 원고 H의 피고 Q 주식회사에 대한 주위적 청구, 원고들의 피고 Q 주식회사에 대한 각 나머지 청구, 원고 J을 제외한 원고들의 피고 R신탁 주식회사에 대한 청구, 원고 J의 피고 R신탁 주식회사에 대한 나머지 청구는 모두 기각되었습니다.

결론

법원은 상가 분양 계약 취소 사건에서 분양사의 중요 정보 미고지 행위를 기망으로 인정하면서도, 계약 취소 사유 발생 후 매수인의 행위(잔금 납부, 등기, 임대 등)가 계약의 유효성을 인정하는 '추인'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를 당사자의 구체적인 의사표시와 맥락에 따라 달리 판단했습니다. 특히, 취소 의사를 명확히 유보한 상태에서의 후속 행위는 추인으로 보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했으며, 신탁회사의 책임 범위와 계약 취소 시 원상회복의 구체적인 내용 및 동시이행 관계를 명시하여 유사 분쟁의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본 판례에서는 여러 법률과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1. 민법 제110조 제1항 (사기,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 상대방의 기망 행위로 인해 계약을 체결한 경우, 그 계약을 취소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분양사가 상가 내 대형 기둥의 존재라는 중요한 정보를 고지하지 않은 것을 기망 행위로 보아 매수인들의 분양계약 취소 청구의 근거가 되었습니다.
2. 민법 제141조 (취소의 효과) 및 원상회복의무: 취소된 법률행위는 처음부터 무효였던 것으로 간주됩니다. 따라서 계약 당사자들은 계약이 없었던 상태로 되돌리기 위한 원상회복 의무를 서로 부담하게 되며, 이는 특별한 약정이 없는 한 동시이행 관계에 있습니다. 즉, 매수인은 부동산의 소유권이전등기 및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말소하고, 임차인 없는 상태로 부동산을 인도하며, 취득한 차임 상당의 부당이득을 반환해야 하고, 매도인은 분양대금을 반환해야 합니다.
3. 민법 제145조 (법정추인): 취소할 수 있는 법률행위의 취소 원인이 소멸된 후에 채무의 이행, 이행의 수령, 담보 제공 등 일정한 행위를 한 경우에는 취소권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해당 법률행위를 추인한 것으로 간주하여 더 이상 취소할 수 없게 됩니다. 원고 H의 경우, 기둥 존재를 인지한 후 2022년 10월 18일 잔금을 납부하고 소유권이전등기 및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마친 행위가 법정추인으로 인정되어 계약 취소권이 소멸되었습니다.
4. 민법 제139조 (무효행위의 추인) 및 묵시적 추인: 무효인 법률행위도 당사자가 그 무효임을 알고 추인하면 새로운 법률행위로 볼 수 있습니다. 묵시적 추인도 가능하지만, 묵시적 추인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본인이 법적 지위를 충분히 이해하고 그 행위의 결과가 자신에게 귀속된다는 것을 승인한 것으로 볼 만한 명확한 사정이 있어야 합니다. 원고 A 외 5인은 계약 취소 통지 시 '향후 잔금을 납입하거나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더라도 이는 추인의 의미가 아님'을 명확히 유보했으므로, 이러한 행위는 묵시적 추인으로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5.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1항, 민법 제110조 제3항 (임차인 보호 및 대항력): 임차인이 상가 건물을 인도받고 사업자등록을 마치면 제3자에게 임차권을 주장할 수 있는 대항력이 발생합니다. 다만, 임대인의 임대권원이 되는 계약이 기망으로 취소된 경우, 그 기망 사실을 알지 못한 선의의 임차인은 계약 취소로 대항할 수 없는 제3자에 해당하여 임차권을 주장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상가임차인들이 선의의 임차인이라는 증거가 불충분했고, 임차인 없는 상태로의 원상회복 의무를 매수인들이 부담한다고 판단되었습니다.
6.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조 (지연손해금 이율): 채무자가 이행의무의 존부나 범위를 다투어 제1심에서 주장이 받아들여졌다가 항소심에서 배척된 경우, 채무자가 그 이행의무의 존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기간(통상 항소심 판결 선고일까지)에는 민법이 정한 연 5%의 이율을 적용하고, 그 다음 날부터는 소송촉진법이 정한 연 12%의 이율을 적용합니다. 이는 원고 J에 대한 피고 R신탁 주식회사의 책임 인정 시 적용되었습니다.

참고 사항

유사한 문제 상황에 처했을 때 다음 사항들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1. 계약 전 철저한 확인: 상가와 같은 부동산을 분양받을 때는 계약서 내용뿐만 아니라 현장을 직접 방문하여 건물의 구조, 시설, 주변 환경 등 중요 정보를 꼼꼼히 확인해야 합니다. 특히 도면과 실제 건물이 일치하는지, 공간 활용에 제약을 주는 요소는 없는지 세밀하게 살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2. 중요 정보 미고지 시 대처: 만약 분양사가 상가의 실제 활용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정보(예: 대형 기둥, 용도 제한 등)를 고의로 숨기고 계약을 체결했다면, 민법상 기망에 의한 계약 취소를 주장할 수 있습니다.
3. 취소권 행사 시 유의점: 계약 취소 사유를 알게 되었다면, 취소 의사를 명확히 표시해야 합니다. 만약 분양사의 독촉 등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잔금을 납부하거나 소유권이전등기를 하는 등 계약상 의무를 이행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이러한 행위가 계약을 추인하는 것이 아니며 취소권을 포기하지 않음'을 명확히 명시한 내용증명 등의 서면으로 분양사에 통보하여 추후 법정추인으로 간주되는 것을 방지해야 합니다.
4. 원상회복 의무의 동시이행: 계약이 취소되면 쌍방은 계약 이전 상태로 돌아가기 위한 원상회복 의무를 부담합니다. 매수인은 소유권이전등기 및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말소하고, 임차인이 있다면 이를 해소하여 임차인 없는 상태로 건물을 인도해야 하며, 취득한 임대료 상당의 부당이득을 반환해야 합니다. 매도인은 분양대금을 반환해야 하며, 이 의무들은 동시에 이행되어야 합니다.
5. 신탁 계약의 책임: 신탁회사가 매도인으로 기재되어 분양 대금을 수령한 경우, 신탁 계약서에 책임 제한 조항이 있더라도 분양사의 기망 행위로 인한 계약 취소 시 부당이득 반환 책임은 신탁 재산의 한도 내에서 부담할 수 있습니다. 신탁 계약서의 내용을 상세히 확인해야 합니다.
6. 손해배상 청구 준비: 기둥과 같은 하자로 인해 상가의 가치가 하락한 경우, 객관적인 감정 평가를 통해 가치 하락액을 산정하고 이를 근거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감정 평가 시에는 활용 저해 공간의 폭, 가시성 손실 정도, 상가의 본래 용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