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정
사망한 근로자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의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에 불복하여 제기한 소송에서, 1심 법원이 처분이 정당하다고 판단한 데 이어 항소심 법원도 유족의 항소를 기각하며 사망과 업무 사이의 상당한 인과관계가 없다고 판결한 사건입니다. 특히 기존 질병의 악화와 업무 스트레스의 연관성 및 행정 고시의 법적 구속력 여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원고는 망인이 2014년 산재사고로 우측 대퇴골 경부골절상을 입은 후, 치료 과정에서 활동량 감소로 인한 체중 증가와 약물 복용으로 기존 질병인 고혈압, 당뇨, 만성신장질환이 악화되었고, 열악한 환경에서 기관사 업무를 과중하게 수행하던 중 재해에 이르렀으므로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업무상 질병 인정 기준에 관한 고용노동부 고시는 행정규칙에 불과하여 대외적 구속력이 없으며, 개정 고시의 취지는 재해자의 기초질환을 업무 관련성 판단에서 배제하려는 것이므로 망인의 기저질환이 상당인과관계를 부정하는 요소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고시가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망인의 업무가 과중했다고 보기 어렵고 개인적인 소인에 의한 발병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기존 질병의 악화를 판단할 때 평소 건강상태를 고려할 수밖에 없으며, 2014년 산재사고 후 체중 증가와 약물 복용이 기존 질병을 자연적인 진행 속도 이상으로 악화시켜 이번 재해에 이르게 했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판시했습니다. 특히 모친의 심근경색 가족력이 망인의 심혈관질환 발병확률을 2배 정도 증가시킨다는 점도 지적되었습니다.
사망한 근로자의 업무가 재해 발생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는 과중한 업무였는지, 특히 기존 질병이 업무로 인해 자연적인 진행 속도 이상으로 악화되었는지 여부, 그리고 업무상 질병 인정 기준에 관한 고용노동부 고시가 법적 구속력을 가지는지 여부가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이었습니다.
항소심 법원은 1심 법원의 판결이 정당하다고 보아 원고의 항소를 기각했습니다. 이는 근로복지공단의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이 정당하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법원은 고용노동부 고시가 행정규칙으로서 대외적인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사망한 근로자의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기존 질병의 악화가 업무로 인한 것이라기보다는 개인적인 소인이나 자연적인 경과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았습니다.
항소심 법원은 원고의 항소를 기각하고, 항소에 필요한 모든 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결정했습니다. 결과적으로 근로복지공단이 내린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은 유지되었습니다.
이 사건과 관련된 주요 법리와 법령은 다음과 같습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별표 3] '업무상 질병에 대한 구체적인 인정 기준' 제1호 (다)목: 업무상 질병에 해당하는 경우를 예시적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고용노동부 고시는 이 기준에 대한 세부적인 판단 지침의 역할을 합니다.
행정규칙의 법적 성격: 고용노동부 고시와 같은 행정규칙은 법령의 위임에 따라 제정되더라도, 원칙적으로 대외적으로 국민이나 법원을 직접 구속하는 법규로서의 효력은 없습니다. 다만 행정기관 내부의 사무처리 준칙으로서 행정의 통일성과 예측 가능성을 확보하는 데 기여하며, 법원이 그 내용을 업무상 질병 인정 여부 판단의 기준으로 참고할 수는 있습니다. (대법원 2020. 12. 24. 선고 2020두39297 판결 취지 참조)
'상당인과관계'의 법리: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업무와 재해(질병 또는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존재해야 합니다. 이는 단순히 업무 중에 질병이 발생했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고, 업무가 질병 발생 또는 악화의 주요한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사회 통념상 인정될 정도의 인과 관계를 의미합니다. 특히 뇌·심혈관계 질환과 같이 개인적인 소인이나 기존 질병이 있는 경우, 업무로 인해 해당 질병이 자연적인 진행 속도 이상으로 급격히 악화되었음이 입증되어야 합니다.
건강상태 고려 여부: 비록 개정된 고시에서 '만성적인 과중한 업무' 판단 기준에서 '건강상태'라는 문구가 삭제되었더라도, 전반적인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판단하는 과정에서는 근로자의 평소 건강상태나 기존 질병이 재해 발생에 미친 영향을 평가하는 것이 불가피합니다. 이는 업무가 기존 질병을 자연적인 진행 속도 이상으로 악화시켰는지를 판단하는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산업재해 인정은 업무와 질병 또는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는지 여부가 핵심입니다. 단순히 업무 중 질병이 발생했거나 기존 질병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며, 업무가 질병의 발생 또는 악화에 주요한 원인으로 작용했음을 객관적인 자료로 입증해야 합니다. 고용노동부 고시와 같은 행정규칙은 법원이나 국민을 직접 구속하는 법규는 아니지만, 업무상 질병 인정 기준을 판단할 때 중요한 참고 자료가 될 수 있음을 알아두어야 합니다. 기존 질병이 있는 경우, 해당 질병이 업무로 인해 자연적인 진행 속도 이상으로 악화되었음을 명확히 입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발병 전후의 업무 내용, 업무 시간, 스트레스 강도 변화, 그리고 질병의 악화 속도와 정도에 대한 의학적 소견 등을 상세히 준비해야 합니다. 과거의 사고나 치료 이력, 그로 인한 생활 습관의 변화, 복용 약물, 가족력 등 개인적인 건강 상태 역시 상당인과관계 판단에 중요한 요소로 고려될 수 있으므로, 관련 자료를 모두 면밀히 검토하고 제출하는 것이 좋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