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고위 간부들의 여론 조작 댓글 작업 사건

경찰 고위 간부들이 국민의 자유로운 의사 형성을 왜곡하기 위해 경찰관 신분을 숨긴 채 정부 정책 및 경찰 관련 이슈에 대한 댓글을 조직적으로 작성하도록 지시하여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로 기소된 사건입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사이버 여론 대응팀을 조직하여 마치 일반인이 정부나 경찰을 옹호하는 것처럼 댓글을 달게 한 행위가 헌법 질서에 반하는 위법한 직권남용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일부 댓글은 경찰관임을 드러내거나 특정 입장을 옹호하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보아 무죄로 판단했습니다. 최종적으로 피고인 A에게 징역 10월, B에게 징역 8월, C, D에게 각 징역 6월에 각 집행유예가 선고되었고 E에게는 형의 선고유예가 내려졌습니다.

관련 당사자

• 전 경찰청장 AW: 경찰 내부의 사이버 여론 대응팀 조직 및 운영을 지시하고 총괄한 핵심 인물입니다.
• 피고인 A (전 AD경찰청 AE부장, AH경찰청 AI국장): AW의 지시를 받아 AD경찰청 BB계와 AH경찰청 CO대를 통해 댓글 작업을 조직하고 지시한 고위 간부입니다.
• 피고인 B (전 AD경찰청 AE부 AL과장/부장, AH경찰청 AP국장): AD경찰청 내 BC팀 구성을 주도하고 AH경찰청 AP국장으로서 댓글 작업을 지시한 고위 간부입니다.
• 피고인 C (전 AH경찰청 AP국 정보심의관): AW의 지시에 따라 AD경찰청 BB계와 협조하여 댓글 작업을 지시한 고위 간부입니다.
• 피고인 D (전 AH경찰청 대변인, AR경찰청장): AW의 지시에 따라 CD 및 CY를 통해 홍보 관련 댓글 작업을 지시한 고위 간부입니다.
• 피고인 E (전 AH경찰청 AT실 홍보담당관, 대변인): AW의 지시에 따라 CD 및 CY를 통해 홍보 관련 댓글 작업을 지시한 간부입니다.
• BC팀 소속 경찰관들, CO대 소속 경찰관들, CD 및 CY 소속 경찰관들: 피고인들의 지시에 따라 경찰관 신분을 숨기거나 드러내지 않은 채 인터넷에 댓글, 블로그 글 등을 작성한 실무자들입니다.

분쟁 상황

이 사건은 전 경찰청장 AW가 경찰청장으로 재직하던 2010년 1월부터 시작되었습니다. AW는 경찰 내부에서 사이버 여론 대응팀을 운영하는 방안을 지시했고 이에 따라 AD경찰청에서는 AE부장 A와 AL과장 B의 주도로 BB계 산하에 'BC팀'이라는 비공식 사이버 여론 대응팀이 75명의 경찰관으로 구성되었습니다. 이 팀은 인터넷상의 주요 이슈와 대응 논지를 보고받고 경찰관 신분을 숨긴 채 마치 일반인처럼 특정 정당이나 시민 단체를 비난하거나 정부나 경찰 정책을 옹호하는 댓글을 작성하여 게시했습니다. AW가 AH경찰청장으로 부임한 이후에도 이 시스템은 AH경찰청 정보심의관 C, AI국장 A, AP국장 B를 통해 AD경찰청 BB계와 협력하여 계속 운영되었습니다. 또한 홍보 기능에서는 대변인 D와 홍보담당관 E의 지시로 'CD'와 'CY'라는 사이버 여론 대응팀이 구성되어 온라인 여론을 조작하는 데 활용되었습니다. 주요 댓글 작업 대상 이슈로는 2010년 2월 BH당 서버 압수수색 사건, 2011년 11월 한미 FTA 반대 집회, 2011년 6월 북한의 남북 비밀접촉 폭로 이슈, 그리고 2011년부터 2012년에 걸쳐 진행된 CZ 시위 및 HN마을 해군기지 건설 반대 시위 등이 있었습니다. 이들은 경찰 내부 보고 시스템을 통해 지시와 보고가 이루어졌으며 심지어 사설 인터넷망 설치와 실적 평가를 통해 댓글 작성을 독려하기도 했습니다. 이 모든 행위는 국민의 의사 형성 과정에 국가기관이 부당하게 개입하여 여론을 왜곡하려 한 것으로 판단되었습니다.

핵심 쟁점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1. 공소시효 완성 여부: 피고인 A, B, E 측은 각 댓글 작성 행위를 개별 범죄로 보아 공소시효가 완성되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재판부는 '단일하고 계속된 범의' 하에 이루어진 행위이므로 '포괄일죄'에 해당하여 공소시효가 정지되었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피고인 B의 AD청 재임기간 범행과 AH청 재임기간 범행은 직권의 동일성 및 범행 내용의 질적 변화를 인정하기 어려워 실체적 경합관계로 보았습니다.
2.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성립 여부:
   • 공범 관계 인정 여부: 피고인 A, C, D, E이 전 경찰청장 AW와 공모하여 댓글 작업을 지시했는지가 쟁점이었습니다. 재판부는 증거를 통해 AW와의 공모 관계를 인정했습니다.
   • 일반적 직무권한 범위에 속하는지 여부: 피고인들의 댓글 작업 지시가 각자의 직위(AI국장, 정보심의관 등)의 일반적인 직무권한 범위 내에 속하는지 여부가 다루어졌습니다. 재판부는 치안 및 공공 질서 유지를 명목으로 한 여론 대응 조치라는 외관을 갖추었기에 일반적 직무권한에 속한다고 보았습니다.
   • 직권 남용 및 '의무 없는 일'에 해당하는지 여부: 경찰관 신분을 숨긴 채 정부나 경찰 옹호 댓글을 조직적으로 작성하게 한 행위가 직권 남용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경찰관들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것인지가 핵심 쟁점이었습니다. 재판부는 국민의 의사 형성을 왜곡하고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법 부당한 행위로서 직권남용이며 경찰관들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 개별 댓글별 위법성 판단: 일부 댓글은 경찰관임을 드러내거나 특정 입장을 옹호하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보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3.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 피고인 B은 형법 제123조의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조항이 명확성의 원칙에 반하여 위헌이라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해당 조항의 '의무'는 법규범이 규정하는 의무를 의미하며 명확성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신청을 기각했습니다.

법원의 판단

재판부는 원심 판결 중 공소시효 및 개별 댓글 판단에 대한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가 인정되어 원심 판결을 파기했습니다. 최종적인 판결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 피고인 A: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 피고인 B: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 피고인 C, D: 각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습니다.
• 피고인 E: 징역 6월의 형을 선고유예했습니다.
•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 기각했습니다.

결론

재판부는 경찰 고위 간부들이 사이버 여론 대응팀을 조직하여 경찰관 신분을 숨긴 채 정부 및 경찰에 우호적인 댓글을 조직적, 계획적으로 작성하게 한 행위는 국민의 자유로운 의사 형성을 왜곡하고 헌법 질서에 반하는 직권남용으로서 명백한 위법 행위라고 최종적으로 판단했습니다. 다만 피고인들의 양형에는 경찰 조직의 엄격한 상명하복 위계질서, 댓글 작업의 규모 그리고 일부 경찰 관련 이슈 대응 동기 등이 참작되었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이 사건에 적용된 주요 법령 및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 형법 제123조 (직권남용)​: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하여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 이 사건에서 피고인들은 경찰청장 AW와 공모하여 각자의 직위를 이용해 직권을 남용했습니다. 이들의 직무권한(정보, 보안, 홍보 기능 관련)은 국민의 의사형성과정을 감시하고 질서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것이었지만 국민의 신분으로 위장하여 여론을 조작하는 데 지시를 내린 것은 '일반적 직무권한' 범위에 속하더라도 그 행위 자체가 위법·부당하여 '직권 남용'으로 보았습니다.
  • 댓글 작업에 동원된 경찰관들에게는 신분을 숨기고 특정 입장을 옹호하는 댓글을 작성할 법적 '의무'가 없으므로 피고인들의 지시는 이들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것으로 판단되었습니다.
• 대한민국 헌법 제7조 제1항 (공무원)​: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
  • 경찰 고위 간부들이 국민의 의사형성과정에 개입하여 여론을 왜곡한 행위는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의 공무원의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보았습니다.
• 경찰법 제4조 (경찰의 직무수행 원칙)​: (사건 당시) 경찰은 직무를 수행할 때 헌법과 법률에 따라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존중하고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공정·중립을 지켜야 하며 부여된 권한을 남용해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 이 원칙에 따라 경찰관들이 신분을 숨긴 채 정부 정책이나 경찰 입장을 옹호하는 댓글을 달도록 지시한 것은 '공정·중립' 의무와 '권한 남용 금지' 원칙을 명백히 위반한 것으로 해석되었습니다. 국민의 의사 형성 과정에 국가가 개입하는 것은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다원적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행위로 판단했습니다.
• 형법 제30조 (공동정범)​: 2인 이상이 공동하여 죄를 범한 때에는 각자를 그 죄의 정범으로 처벌합니다.
  • AW와 피고인들이 사이버 여론 대응팀 조직 및 운영을 공모하여 함께 실행했으므로 이들은 공동정범으로 인정되었습니다.
• 형법 제37조 (경합범)​: 판결이 확정되지 아니한 수개의 죄 또는 금고 이상의 형에 처한 판결이 확정된 죄와 그 판결확정 전에 범한 죄를 경합범으로 합니다.
  • 피고인 B의 AD청 범행과 AH청 범행처럼 직권의 동일성을 인정하기 어렵고 구체적인 범행 내용 및 방법에 질적 변화가 있을 경우 이를 '실체적 경합범'으로 보아 각 죄에 대해 형을 정하고 가중하는 방식으로 처벌했습니다. 반면 동일한 범의 하에 계속된 댓글 작업은 '포괄일죄'로 보아 하나의 죄로 취급했습니다.
• 형법 제59조 (선고유예)​: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선고할 경우 개전의 정상이 현저한 때에는 그 선고를 유예할 수 있습니다.
  • 피고인 E의 경우 다른 피고인들보다 낮은 직급이었고 직접적인 지시를 받은 경우가 드물었다는 점 등이 참작되어 형의 선고유예가 결정되었습니다.
• 형법 제62조 (집행유예)​: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선고할 경우 일정한 기간 그 형의 집행을 유예할 수 있습니다.
  • 다른 피고인들에게는 징역형이 선고되었지만 초범인 점, 조직 내 상명하복 관계 등을 고려하여 형의 집행을 유예했습니다.

참고 사항

유사한 상황에 처했을 때 참고할 수 있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 공무원의 중립성 유지 의무: 공무원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공정하고 중립적인 직무를 수행해야 하며 부여된 권한을 남용해서는 안 됩니다. 정부 정책이나 특정 사안에 대한 여론 형성에 개입하여 국민의 자유로운 의사 형성을 왜곡하는 행위는 직권남용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 조직적인 여론 조작의 위법성: 국가기관이 신분을 숨긴 채 조직적이고 계획적으로 인터넷 댓글 등을 통해 여론을 조작하거나 특정 방향으로 유도하는 행위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훼손하는 심각한 범죄입니다. 댓글의 규모나 여론 조작의 성공 여부와 관계없이 행위 자체로 위법하다고 판단될 수 있습니다.
• 상명하복 관계에서의 직무 집행: 엄격한 상명하복 관계에 있는 공무원 조직 내에서도 부당하거나 위법한 상사의 지시는 거부할 수 있는 권리이자 의무가 있을 수 있습니다. 비록 상사의 지시를 따르기 어려운 상황이라 할지라도 그 지시가 명백히 위법하거나 헌법적 가치에 반하는 경우 무조건적인 복종이 면책 사유가 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 포괄일죄와 공소시효: 유사한 범행이 단일하고 계속적인 범의 하에 일정 기간 계속하여 이루어진 경우 여러 개의 행위가 하나의 범죄(포괄일죄)로 인정되어 공소시효 계산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이는 개별 행위가 아닌 전체 범행의 종료 시점을 기준으로 판단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