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 · 의료
술에 취해 병원에 이송된 환자에게 뇌CT 검사를 위해 진정제를 투여한 후, 환자가 구토했으나 병원 의료진이 구토물 흡인 방지를 위한 적절한 조치와 면밀한 경과 관찰을 소홀히 하여 기도폐쇄와 저산소증으로 인한 심정지 및 뇌손상이 발생한 사건입니다. 법원은 의료기관의 과실을 인정하면서도, 환자의 알코올 과다 섭취와 구타로 인한 신체 손상 가능성을 고려하여 병원의 손해배상 책임을 40%로 제한하고 환자와 그 배우자에게 손해배상금 지급을 명했습니다.
원고 A은 2013년 8월 9일 새벽 술에 취한 상태에서 폭행을 당한 후 피고 병원 응급실로 이송되었습니다. 의료진은 뇌출혈 위험을 판단하여 뇌CT 검사를 계획했고, 원고 A이 불안정하고 비협조적이자 진정을 위해 미다졸람 2.5mg을 두 차례 정맥주사했습니다. CT 검사 도중 원고 A은 구토를 하였고, 응급실로 복귀한 후 침상정리 중 심박수가 급격히 떨어지며 심정지가 발생했습니다. 심폐소생술로 자발순환은 회복되었으나, 저산소성 뇌손상으로 인해 원고 A은 현재 지속적 식물 상태 또는 최소 의식 상태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원고들은 피고 병원 의료진이 진정제 투여 후 구토 시 적절한 기도흡인 예방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경과 관찰을 소홀히 하여 이와 같은 심각한 결과를 초래했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법원은 피고 병원의 의료진이 진정 상태에서 구토한 원고 A에 대해 기도흡인을 막기 위한 적절한 조치(흡인기 사용, 기도 확보 등)를 소홀히 하고, 구토 이후 환자의 경과를 면밀히 관찰하지 않아 저산소성 뇌손상을 유발한 과실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원고 A이 내원 전 알코올을 과다 섭취했고 구타당한 상태였으며, 병원 의료진이 심정지 발생 후 심폐소생술 및 저체온 치료를 시행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음을 고려하여, 피고의 손해배상 책임을 40%로 제한했습니다. 이에 따라 피고 학교법인 C는 원고 A에게 300,414,405원(재산상 손해액 270,414,405원 + 위자료 30,000,000원)을, 원고 B에게 5,000,000원의 위자료를 지급하고, 각 금액에 대해 2013. 8. 9.부터 2018. 8. 16.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5%의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병원 의료진이 진정 상태 환자의 구토 시 기도흡인 예방 및 경과 관찰 의무를 소홀히 한 의료과실과 환자의 중증 뇌손상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했지만, 환자의 내원 전 상황(알코올 중독 및 폭행)을 고려하여 병원의 책임을 40%로 제한하여 손해배상액을 산정했습니다. 이는 의료기관의 주의의무를 강조하면서도, 복합적인 상황에서의 책임 분담 원칙을 적용한 판결입니다.
이 사건과 관련하여 적용된 주요 법령과 법리(법률 원칙)는 다음과 같습니다.
의사의 주의의무: 의사는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다루는 전문가로서, 환자의 구체적인 증상과 상황에 따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최선의 조치를 취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대법원 2005. 10. 28. 선고 2004다13045 판결 참조). 특히, 술에 취하고 진정제를 투여받은 환자는 기도 반사가 저하되어 구토 시 기도흡인 위험이 높으므로, 의료진은 구토 발생 시 즉시 기도를 확보하고 흡인기로 구토물을 제거하며, 산소포화도 및 생체활력징후를 지속적으로 감시해야 할 높은 수준의 주의의무를 부담합니다.
의료법상 진료기록부 작성 의무: 의료법은 의료인이 진료행위와 관련된 사항 및 소견을 진료기록부에 상세히 기록하도록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이는 환자 치료의 연속성을 보장하고, 의료행위의 적정성을 사후에 판단하는 중요한 증거 자료가 됩니다 (대법원 1998. 1. 23. 선고 97도2124 판결, 대법원 2014. 9. 4. 선고 2012도16119 판결 참조). 이 판결에서 법원은 구토 이후 흡인 조치나 환자 상태 변화에 대한 기록이 진료기록부에 없다는 점을 의료과실의 중요한 근거로 삼았습니다.
의료과실과 인과관계 추정: 진정 상태의 환자에게 뇌로 공급되는 산소의 전반적인 감소로 인한 저산소성 뇌손상이 발생했으나, 당시 진료기록에 이에 관한 아무런 기재가 없는 경우, 의료기관이 다른 원인으로 그러한 결과가 발생했음을 입증하지 못하는 한, 의료진이 임상 상태를 제대로 발견하지 못했거나 기록하지 않아 적절한 치료가 이루어지지 못했다고 추정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 2008. 7. 24. 선고 2007다80657 판결 참조).
손해배상 책임의 제한 (과실상계 유추 적용): 손해가 발생하거나 확대된 원인에 가해자의 행위뿐만 아니라 피해자 측의 요인(예: 체질적 소인, 질병 위험도 등 피해자에게 귀책사유가 없더라도)이 함께 작용한 경우, 법원은 공평의 원칙에 따라 손해배상액을 정할 때 피해자 측 요인을 참작하여 가해자의 책임을 제한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 2005. 6. 24. 선고 2005다16713 판결 참조). 이 사건에서는 원고 A이 내원 전 알코올을 과다 섭취했고 폭행으로 인한 신체 손상 가능성이 있었던 점 등이 피해자 측 요인으로 고려되어 피고 병원의 책임이 40%로 제한되었습니다.
유사한 문제 상황에 처했을 때 다음과 같은 점들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