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정
주상복합아파트 신축사업 시행사의 기존 주주이자 이사였던 신청인이, 시공사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금을 대위변제한 후 주식 근질권을 실행하여 주식을 제3자에게 양도하고 새로 선임된 임원들의 직무집행 정지를 신청한 사건입니다. 신청인은 주식 양도가 통정허위표시이거나 신의성실의 원칙 및 근질권 실행 절차를 위반한 무효의 행위이며, 주식 매각가액이 현저히 낮게 평가되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주식 양도가 통정허위표시로 보이지 않고, 시공사의 대위변제 및 근질권 실행이 적법하다고 판단하여 신청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직무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했습니다.
신청인 A와 F가 50%씩 주식을 보유한 주식회사 E(구 G 주식회사)는 주상복합아파트 신축사업의 시행사로서, 2010년 4월 L로부터 250억 원의 PF 대출을 받았습니다. 이 대출에 대해 신청인 A와 F는 주식에 근질권을 설정하고 연대보증을 했으며, 시공사인 I은 책임준공 확약 및 이자지급채무에 대한 연대보증을 했습니다. 그러나 부동산 경기 침체와 시행사 내부의 경영권 분쟁, I과의 분양가 할인 협상 난항 등으로 분양률이 매우 저조해졌고, 2011년 4월 대출 만기가 도래했습니다. 이에 I은 2011년 5월 2일 대출금 전액을 L에 대위변제하고, 선순위 근질권자의 지위를 취득한 후 2011년 5월 4일 근질권을 실행하여 신청인과 F가 보유한 E사의 주식 70,000주를 700만 원에 피신청인들에게 양도했습니다. 같은 날 E사는 주주총회를 개최하여 기존 임원들을 해임하고 피신청인 B, C, D를 새로운 임원으로 선임했으며 상호도 변경했습니다. 이에 신청인 A는 이 주식 양도가 무효임을 주장하며 새로운 임원들의 직무집행 정지 및 직무대행자 선임을 요구하는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시공사인 I이 기존 주주의 주식을 피신청인들에게 양도한 행위가 민법상 통정허위표시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둘째, I의 주식 근질권 실행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되거나 근질권 설정 계약상의 절차를 위반한 것인지 여부입니다. 셋째, 주식 매각가액이 터무니없이 낮게 평가되어 근질권 실행 자체를 무효로 볼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넷째, 이러한 주식 양도가 무효라면 새로 선임된 임원들의 직무집행을 정지하고 직무대행자를 선임할 필요성이 있는지 여부입니다.
신청인의 항고를 기각하고 항고비용은 신청인이 부담합니다. 이는 제1심 결정과 동일하게 신청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한 것입니다.
법원은 먼저 주식 양수도 대금이 실제로 지급된 점 등을 들어 이 사건 주식 양도가 통정허위표시라는 신청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또한, I이 PF대출 만기 시 연체이자 등의 의무를 부담하게 되므로 대출금을 대위변제할 정당한 이익이 있다고 보았고, 근질권 설정 계약에서 근질권자가 적절하다고 판단하는 조건으로 담보물을 처분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하여 I의 근질권 실행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되거나 절차상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주식 매각가액이 과소하게 산정되었더라도, 계약상 근질권자에게 처분조건 설정의 자유가 부여된 이상 그 자체로 근질권 실행이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며, 이는 별도의 손해배상책임이나 잔여액 정산 문제로 다루어질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결론적으로 신청인의 직무집행정지를 구할 피보전권리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신청을 기각했습니다.
이 사건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법률과 법리가 적용됩니다.
통정허위표시 (민법 제108조): 상대방과 짜고서 진의가 아닌 허위의 의사표시를 한 경우 그 의사표시는 무효가 됩니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주식 양수도 대금이 실제로 오간 점 등이 소명되어 주식 양도가 통정허위표시로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즉, 실제 매수 의사가 없으면서 형식적으로만 주식을 양도받은 것처럼 꾸몄다는 신청인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신의성실의 원칙 (민법 제2조): 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은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하여야 하며 권리는 남용하지 못한다는 원칙입니다. 법원은 시공사 I이 대출 만기 시 연체료 부담 등 대위변제의 정당한 이익이 있었고, 근질권 설정 계약상 '자신이 적절하다고 판단하는 시기에 적절한 방법으로 담보물을 처분할 수 있는 권리'가 명시되어 있었으므로, I의 근질권 실행이 이 원칙에 위배되거나 권리 남용에 해당한다고 보지 않았습니다.
변제자 대위 (민법 제480조 등): 채무자를 위하여 변제한 자는 변제와 동시에 채권자를 대위하여 채권자의 채권에 관한 일체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시공사 I은 PF대출의 이자지급채무에 대한 연대보증인으로서 대출금을 대위변제했고, 이로써 기존 대출기관 L이 가지고 있던 선순위 근질권자의 지위를 적법하게 승계했습니다. 변제할 정당한 이익이 있는 자가 대위변제한 경우에 해당합니다.
질권 실행의 방식 (상법 제340조의2, 민법 제338조 등): 주식은 민법상 동산질권의 대상이 되며, 상법에서는 주식에 대한 질권 실행 방식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당사자 간의 합의로 질권 실행 조건을 정할 수 있는데, 이 사건 근질권 설정 계약에서는 근질권자가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조건에 따라 담보물을 제3자에게 양도하거나 기타 처분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되어 있었습니다.
질권 실행 시 매각 가액의 적정성: 질권 실행을 통해 담보물을 처분할 때 매각 가액이 부당하게 낮게 책정된 경우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매각 가액이 과소하게 평가되었더라도, 계약상 근질권자에게 처분 조건 설정의 자유가 부여된 이상 그 자체로 근질권 실행 행위가 무효가 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는 손해배상책임을 추궁하거나 잔여액의 정산을 청구할 별도의 문제로 보았습니다.
유사한 사업 구조나 주식 담보 대출 상황에 처해있다면 다음 사항들을 주의 깊게 살펴보세요.
주식 근질권 설정 계약의 내용 확인: 주식 근질권 설정 계약서에 질권 실행 조건, 담보물 처분 방법, 매각 가액 산정 기준 등이 어떻게 명시되어 있는지 정확히 이해해야 합니다. 근질권자에게 담보물 처분 조건 설정의 자유가 폭넓게 부여될 수 있으니 계약 시 신중하게 검토해야 합니다.
채무 불이행 시 주식 처분 가능성 인지: 대출금 상환이 지연되거나 불가능할 경우, 담보로 제공된 주식이 처분되어 경영권이 상실될 수 있음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채무 불이행 발생 시 주주로서 취할 수 있는 대응 방안을 미리 강구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대위변제자의 정당한 이익 판단: 보증인이 채무를 대신 갚는 대위변제는 정당한 이익이 있을 경우 적법하게 인정됩니다. 대출 만기 시 연체이자 등의 추가 부담이 발생하는 상황이라면 보증인에게 대위변제의 정당한 이익이 있다고 판단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주식 가치 평가 및 매각 대금 적정성: 주식 매각 가액이 현저히 낮게 평가되었다고 판단되더라도, 그 자체로 근질권 실행이 무효가 되기보다는 손해배상 청구 또는 피담보채무액 충당 후 잔여액에 대한 정산 요구의 문제로 해결될 가능성이 큽니다. 따라서 주식 가치 평가가 부당하다고 여겨진다면, 추후 별도의 소송을 통해 손해배상이나 정산을 요구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경영권 분쟁의 위험성: 사업 진행 과정에서의 내부 경영권 분쟁은 대외적인 신뢰도 하락과 함께 사업 추진에 큰 난항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이는 대출 만기 연장이나 대환 대출 등의 협상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분쟁 발생 시 신속하고 원만한 해결을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