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험
정보통신 단말기 유통업체인 SK네트웍스가 내비게이션 유통업체인 단성일렉트론 및 베컴과 물품공급 대리점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들 대리점은 외상거래를 위해 서울보증보험의 이행(상품판매대금)보증보험증권을 SK네트웍스에 담보로 제공했습니다. 그러나 단성일렉트론과 베컴은 물품을 실제로 공급받지 않았음에도 허위 인수증을 작성하고 세금계산서를 승인하여 물품대금을 유용한 후 변제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SK네트웍스는 서울보증보험에 보험금을 청구했습니다. 서울보증보험은 물품이 실제 인도되지 않았으므로 보험사고가 아니며, 주채무자에게 동시이행항변권이 있고, 손해가 SK네트웍스의 책임 있는 사유로 발생했다고 주장하며 보험금 지급을 거부했습니다. 법원은 물품의 실제 인도 여부와 관계없이 보험사고가 발생했고, 주채무자들의 기망행위로 인해 동시이행항변권을 행사할 수 없으며, SK네트웍스의 책임 있는 사유로도 볼 수 없다고 판단하여 서울보증보험에 보험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원고인 SK네트웍스는 단성일렉트론 및 베컴과 각각 내비게이션 등의 물품공급 대리점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들 대리점은 보증보험증권을 담보로 제공하여 주문 당일 선 현금결제 없이 외상거래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단성일렉트론은 자회사인 베컴과, 베컴은 붕주와 미리 공모하여 물품을 실제로 공급받지 않았음에도 마치 공급받은 것처럼 허위 인수증을 작성하여 SK네트웍스에 전송하고 전자세금계산서까지 승인했습니다. 이러한 가장거래의 사정을 알지 못했던 SK네트웍스는 이를 신뢰하여 베컴과 붕주에 물품대금을 지급했습니다. 단성일렉트론과 베컴은 이렇게 지급된 물품대금을 유용하고 약정된 대금 지급일까지 변제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SK네트웍스는 이들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보증보험회사인 피고 서울보증보험에 보험금을 청구했으나, 서울보증보험은 물품이 실제 인도되지 않았으므로 보험사고가 아니라는 등 여러 주장을 하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여 소송이 제기되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물품이 실제로 인도되지 않은 경우에도 보증보험계약상 보험사고가 발생했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둘째, 주채무자(단성일렉트론, 베컴)의 기망행위로 물품을 실제 인도받지 않았음에도 대금지급의무가 발생하고, 보증인(서울보증보험)도 주채무자들의 동시이행항변권 주장이 배제되는 경우에 항변할 수 없는지 여부입니다. 셋째, 원고(SK네트웍스)의 손해가 '피보험자의 책임 있는 사유로 생긴 손해'에 해당하여 피고(서울보증보험)가 면책될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은 제1심판결을 변경하여 피고인 서울보증보험이 원고인 SK네트웍스에 1,779,201,000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1,383,883,000원에 대하여는 2009년 8월 12일부터, 395,318,000원에 대하여는 2009년 6월 3일부터 2011년 5월 11일까지는 연 6%, 그 다음날부터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이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도록 했습니다.
법원은 물품 공급계약에서 발주자가 현금 선결제 없이 주문한 물품의 대금을 지급하지 않은 경우를 보험사고로 보아야 하며, 물품의 실제 인도가 반드시 전제될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단성일렉트론과 베컴이 가장매매를 통해 물품대금을 유용하기로 공모하고 허위 인수증을 작성한 기망행위로 인해, 이들이 물품을 실제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동시이행의 항변권을 행사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허용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보증인인 서울보증보험은 민법 제433조 제2항에 따라 주채무자의 항변 포기가 보증인에게 효력이 없다고 주장했으나, 이는 주채무자가 항변권을 행사할 수 있음에도 포기한 경우가 아니라 기망행위로 인해 처음부터 항변권을 행사할 수 없었던 경우에 해당하므로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마지막으로, SK네트웍스가 일반적인 거래관행에 따라 물품대금을 지급했고, 단성일렉트론과 베컴의 계획적인 기망행위를 알지 못했던 상황이었으므로, SK네트웍스의 책임 있는 사유로 손해가 발생했다고 볼 수 없다고 하여 서울보증보험의 면책 주장을 배척했습니다.
보증보험을 통해 외상거래를 진행하는 경우, 계약 당사자들은 보증보험계약의 구체적인 내용과 약관을 철저히 확인하여 보험사고의 범위와 보상 기준을 명확히 이해해야 합니다. 특히, '외상물품 판매대금'과 같은 용어의 해석이 실제 거래의 내용과 부합하는지 주의 깊게 살펴야 합니다. 거래 상대방이 물품을 실제로 받지 않고도 허위 인수증을 작성하거나 비정상적인 방식으로 서류를 처리하는 등 기망행위가 의심되는 정황이 발견될 경우, 물품의 실제 인도 여부를 철저히 확인하고 거래 내역을 꼼꼼히 검토해야 합니다. 만약 주채무자가 기망과 같은 불법행위로 인해 동시이행의 항변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된 경우, 보증인도 이를 근거로 항변권을 주장하기 어려울 수 있으므로, 보증보험회사 역시 주채무자의 거래 행위를 면밀히 관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피보험자로서 정상적인 거래 관행에 따라 행동했고 상대방의 기망행위를 알지 못했다면, 보증보험의 면책 조항(피보험자의 책임 있는 사유)이 적용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