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도/재물손괴 · 사기 · 금융
피고인 A는 보이스피싱 조직의 지시에 따라 타인 명의 체크카드를 보관하고 피해금을 인출, 송금하는 역할을 수행하여 사기방조, 금융실명거래법 및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또한 피해자의 현금이 든 쇼핑백을 절취했다는 혐의도 받았습니다. 1심에서는 보이스피싱 관련 혐의에 대해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으나 절도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피고인과 검사 모두 항소했고, 항소심 법원은 절도 혐의에 대한 무죄 판단을 유지하면서, 보이스피싱 관련 범행에 대해서는 피고인의 반성, 피해자와의 합의, 초범인 점 등을 고려하여 원심 형량을 파기하고 징역 10개월로 감형했습니다.
피고인 A는 보이스피싱 조직의 지시를 받아 다른 사람 명의의 체크카드 총 32장을 건네받아 보관했습니다. 이 카드들을 이용해 12명의 보이스피싱 피해자들로부터 약 8,000만 원 이상의 피해금을 인출하고 조직에 송금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이와 별개로 A는 한 피해자의 현금이 든 쇼핑백을 훔쳤다는 절도 혐의로도 기소되었습니다. 1심 법원은 보이스피싱 관련 혐의에 대해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으나, 절도 혐의에 대해서는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이에 피고인은 자신의 형량이 너무 무겁다며, 검사는 절도 혐의의 무죄 판단은 잘못되었고 보이스피싱 관련 형량이 너무 가볍다며 각각 항소했습니다.
피고인이 피해자의 현금이 든 쇼핑백을 절취한 사실이 증거로 충분히 인정될 수 있는지 여부와 보이스피싱 가담 행위에 대한 원심의 양형(형벌의 정도)이 적절했는지 여부가 주된 쟁점이었습니다.
항소심 법원은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사기방조, 금융실명거래법 위반,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을 파기하고 피고인에게 징역 10개월을 선고했습니다. 또한 원심에서 무죄로 판단된 절도 혐의에 대한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여 무죄를 유지했습니다.
항소심 법원은 피고인의 절도 혐의에 대한 무죄를 확정하고, 보이스피싱 관련 범행에 대해서는 피고인의 양형부당 주장을 받아들여 징역 1년 6개월이었던 원심 형량을 징역 10개월로 감형했습니다.
이 사건은 다양한 법률 위반 행위와 항소심의 판단 원칙이 적용되었습니다. 첫째, 형법 제347조 제1항(사기) 및 제32조 제1항, 제2항(종범)은 사람을 속여 재산상 이득을 취하는 사기죄와 그 범행을 돕는 방조범에 대해 규정합니다. 피고인 A는 보이스피싱 조직의 사기 범행에 필수적인 인출 및 송금 역할을 수행했으므로 사기방조에 해당하며, 방조범은 정범보다 형이 감경될 수 있습니다. 둘째, 전자금융거래법 제49조 제4항 제2호, 제6조 제3항 제3호는 접근매체(체크카드 등)를 대가를 받고 양도, 대여하거나 보관하는 행위를 금지합니다. 피고인이 타인 명의 체크카드 32장을 보관한 행위는 이에 해당합니다. 셋째,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 제6조 제1항, 제3조 제3항은 본인 실명으로 금융거래를 하도록 의무화하며, 탈법적인 목적으로 타인 명의 금융거래를 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피고인이 타인 명의 체크카드를 이용해 피해금을 인출한 것은 이 법률에 위배됩니다. 넷째,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 및 제6항은 항소심 법원이 1심 판결에 대한 항소(불복)를 심리하여, 항소가 이유 없을 때 기각하고(제4항), 항소가 이유 있을 때 1심 판결을 파기하고 다시 판결하는(제6항) 절차를 규정합니다. 마지막으로, 대법원 2016. 2. 18. 선고 2015도11428 판결은 1심에서 증거 부족으로 무죄가 선고된 경우, 항소심에서 일부 반대되는 사실의 개연성이 제기되더라도 1심이 일으킨 합리적인 의심을 충분히 해소할 정도가 아니라면 1심의 무죄 판단에 사실오인이 있다고 단정하여 유죄로 인정해서는 안 된다는, 무죄 추정 및 증명 책임의 원칙을 강조합니다.
보이스피싱 범죄는 사회적 해악이 매우 크다고 판단되므로, 조직에 단순 가담하여 체크카드를 보관하거나 피해금을 인출, 송금하는 역할만 수행했더라도 중한 처벌을 받을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합니다. 그러나 범행을 진심으로 반성하고, 피해자들과 합의하려는 적극적인 노력(이 사건에서는 12명 중 7명의 피해자와 합의, 약 5,700만 원 상당의 피해액 변제)이 있었다면 양형에 긍정적으로 고려될 수 있습니다. 특히 초범인 경우 이러한 노력이 더욱 중요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법원은 피고인에게 유죄를 선고하기 위해서는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어야 합니다. 1심에서 증거 부족으로 무죄가 선고된 경우, 항소심에서 새로운 강력한 증거가 제시되지 않는 한 1심의 무죄 판단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어떤 대가를 받더라도 타인의 체크카드나 통장을 양도받거나 보관하는 행위는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이나 금융실명거래법 위반으로 처벌받을 수 있는 명백한 불법 행위이므로 절대 해서는 안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