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 · 기타 금전문제 · 노동
원고(설계사)가 피고들(건축주)을 상대로 미지급 설계용역비 지급을 청구하고 피고들은 설계도면 하자, 계약 해제, 이행기 미도래 등을 이유로 지급을 거부하며 반소를 제기한 사건으로, 항소심에서 원고의 일부 청구를 인용하고 피고들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 판결입니다.
원고 A는 부산 강서구 D 부지에 근린생활 및 숙박시설 신축을 위해 피고 B와 2012년 8월 3일 설계 용역대금 총 8,250만 원(부가세 포함)에 설계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원고는 설계도면을 완성하여 피고 B가 2012년 12월 31일 건축허가를 받게 했으나, 피고 B는 신축공사를 하지 않고 2014년 8월 D 부지를 매각했습니다. 피고 B는 원고에게 용역대금 중 5,775만 원만 지급하고 나머지 2,475만 원의 지급을 거부했는데, 그 이유는 D 설계도면이 인접 건물과의 거리가 좁고 연약지반이라는 특성을 고려하지 않아 흙막이 공사(최대 지하 25.6미터 시트 파일 설치 필요)가 불가능한 하자가 있으며, 이에 대한 수정 요구를 원고가 거부했기 때문에 계약이 해제되었다고 주장했습니다. 한편 원고 A는 김해시 F동 부지에 근린생활시설 신축을 위해 피고 주식회사 C와 2013년 5월 22일 설계 용역대금 총 3,850만 원(부가세 포함)에 설계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원고는 F동 설계도면을 완성하여 피고 C가 2013년 7월 19일 건축허가를 받게 했으나, 피고 C는 2015년 8월 다른 설계사와 계약하여 기존 건축허가를 취소하고 새로 건축허가를 받아 건물을 완공했습니다. 피고 C는 원고에게 용역대금 중 2,200만 원만 지급하고 나머지 1,650만 원의 지급을 거부했는데, 그 이유는 원고가 피고 C의 수정 요구를 거절했고, '준공접수 시 지급'으로 약정된 잔대금은 아직 이행기가 도래하지 않았으며, 결국 F동 설계도면이 사용되지 않았으므로 용역대금이 감액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원고는 피고들을 상대로 미지급 용역대금을 청구하는 본소를 제기했으며, 피고들은 원고의 설계 하자와 계약 불이행 등을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반소를 제기했습니다.
본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D 건물 설계도면이 인접 건물과의 이격 거리, 연약지반 등을 고려할 때 흙막이 공사가 불가능하여 실제 시공이 어려운 하자가 있는지 여부, 그리고 그 하자가 계약 해제에 이를 정도로 중대한지 여부였습니다. 둘째, D 설계도면에 하자가 인정될 경우, 피고 B에게 지급할 용역대금을 감액하는 것이 적절한지 여부였습니다. 셋째, F동 설계계약과 관련하여 원고가 피고 C의 설계도면 수정 및 보완 요구를 거절하였는지, 그리고 이를 이유로 F동 설계계약이 해제될 수 있는지 여부였습니다. 넷째, F동 설계 용역대금 중 '준공접수 시 지급'으로 약정된 잔대금의 이행기가 실제로 도래했는지 (즉, 불확정기한의 해석 문제) 여부였습니다. 마지막으로, F동 설계도면이 결국 사용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용역대금을 감액하는 것이 정당한지 여부였습니다.
원고(반소피고)와 피고(반소원고)들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며, 항소비용은 본소와 반소를 합하여 각자 부담합니다.
법원은 D 설계계약과 관련하여 D 설계도면에 시공이 어려운 하자가 있다고 인정하였으나, 그 하자가 계약의 목적 달성을 불가능하게 할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피고 B의 용역대금 지급 책임을 85%로 감액하여 미지급 용역대금 12,375,000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원고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F동 설계계약과 관련해서는 F동 설계도면에 하자가 있다고 볼 증거가 없고, 피고 C의 수정 요구를 원고가 거절했다는 주장도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또한, '준공접수 시 지급' 약정은 불확정기한으로 보아 준공이 불가능해진 때 기한이 도래했다고 해석하여, 피고 C에게 미지급 용역대금 16,500,000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 전액을 지급하라고 결정했습니다. 피고들이 원고에게 제기한 반소 청구는 모두 기각되었습니다.
본 사건에는 다음과 같은 법령과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건축법 시행령 제91조의3 제3항 (토지 굴착 등 기술사의 협력): 깊이 10미터 이상의 토지 굴착공사를 수반하는 건축물의 설계자는 토목 분야 기술사의 협력을 받아야 합니다. 이는 설계의 전문성과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규정으로, 기술사의 협력을 받았다고 해서 설계자의 책임이 면제되는 것은 아닙니다. 건축법 제67조 제1항 (설계자의 업무 및 책임): 건축물을 설계하는 사람은 이 법에 따라 건축물의 안전, 기능 및 미관에 지장이 없도록 설계해야 하며, 그 책임은 설계자에게 있습니다. 본 사건에서는 D 설계도면의 하자로 인해 시공의 어려움이 예상되어 설계자의 책임이 일부 인정되었습니다. 건축법 제16조 (건축 허가 변경) 및 제26조 (건축물의 사용승인): 건축 허가를 받은 건축물을 건축법령이 정하는 경미한 사항 외에 설계 변경 등으로 인해 변경하려면 변경허가를 받거나 변경신고를 해야 합니다. 본 사건에서는 일부 설계 변경이 허용된 오차 범위 내이거나 경미한 변경사항으로 건축변경허가의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될 가능성도 언급되었습니다. 신의성실의 원칙: 계약 이행 시 상대방의 신뢰를 저버리지 않고 성실하게 이행해야 한다는 법의 일반 원칙입니다. 설계도면에 하자가 있는 경우, 그 원인, 정도, 수정 비용 등을 고려하여 용역대금 전액을 지급하게 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판단될 경우 용역대금이 감액될 수 있습니다 (대법원 1993. 9. 24. 선고 93다33272 판결 등). 불확정기한의 도래: 특정 사실의 발생 여부가 불확실한 경우, 그 사실이 발생한 때뿐만 아니라 그 사실의 발생이 불가능하게 된 때에도 이행기한은 도래한 것으로 봅니다 (대법원 2003. 8. 19. 선고 2003다24215 판결 등). 본 사건에서 '준공접수 시 지급'이라는 조건은 건물의 준공이 불가능해진 때에 기한이 도래한 것으로 해석되었습니다.
유사한 문제 상황에 처했을 때 다음 사항들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첫째, 건축 설계 계약 시에는 설계의 범위, 책임, 대금 지급 조건 등을 명확하게 문서화해야 합니다. 특히 불확정 기한(예: 준공 시 지급)의 경우, 해당 조건이 달성되지 않더라도 언제 대금을 지급할지 명확히 명시하는 것이 장래의 분쟁을 예방하는 데 중요합니다. 둘째, 설계도면에 하자가 발생할 경우, 건축주는 즉시 설계자에게 하자 내용을 구체적으로 알리고 합리적인 기간을 정하여 수정 및 보완을 요구해야 합니다. 이러한 최고 없이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제하거나 대금 지급을 거부하는 것은 법적 효력이 없을 수 있습니다. 셋째, 설계자는 건축법규 및 현장 여건(지질, 인접 건물 상황 등)을 면밀히 검토하여 실제 시공 가능성이 높은 설계를 제공할 책임이 있습니다. 건축주의 특정 요구사항(예: 용적률 최대화)을 반영하더라도 시공 현실성과 안정성을 확보해야 합니다. 넷째, 설계도면의 하자가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정도로 중대한지, 아니면 수정 및 보완이 가능한 정도인지에 따라 법적 판단과 용역대금 감액 여부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만약 설계가 완료되어 건축허가까지 받았음에도 건축주의 사정으로 건물이 착공되지 않거나 다른 설계로 변경되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설계 용역대금은 지급해야 할 의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