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권/채무 · 행정
원고 A는 E에게 12억 원을 빌려주었다고 주장하며, E가 재정적으로 어려워지자 유일한 재산인 부동산에 피고들에게 근저당권을 설정해준 행위가 사해행위이므로 이를 취소하고 근저당권 등기를 말소해달라고 법원에 청구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원고 A가 E에게 지급한 12억 원이 대여금이 아니라 투자금으로 보인다고 판단했습니다. 원고가 제출한 차용증은 근저당권 설정 계약 이후에 소급하여 작성된 것으로 확인되었고, 투자 계약서에 따르면 투자금 반환 조건이 명확하게 대여금과 달랐습니다. 따라서 원고의 채권(피보전채권)이 근저당권 설정 계약 이전에 존재했음이 증명되지 않아 법원은 원고의 모든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원고 A는 2019년 9월 E와 E가 사내이사로 재직하는 F 주식회사에 총 12억 원을 송금했습니다. 이후 E는 자신의 부동산에 피고 B, C, 주식회사 D에게 2019년 12월 26일과 2020년 10월 20일자로 근저당권을 설정해주었습니다. 원고 A는 E가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상태에서 유일한 재산인 부동산에 근저당권을 설정해준 것이 자신의 채권을 해치는 사해행위라고 주장하며, 피고들과 E 사이의 근저당권설정계약 취소 및 등기 말소를 요구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원고가 E에게 지급한 12억 원이 대여금에 해당하는지, 아니면 투자금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었습니다. 이는 원고가 주장하는 근저당권 설정 계약 취소를 위한 '피보전채권'이 사해행위로 주장되는 근저당권 설정 이전에 발생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데 결정적인 요소였습니다.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모든 청구를 기각하며, 소송 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법원은 원고가 E에게 지급한 12억 원이 대여금이 아닌 투자금으로 보인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원고가 제출한 차용증은 근저당권 설정 계약이 이루어진 이후에 작성된 것으로 확인되었으므로, 사해행위 취소를 주장하기 위한 필수 요건인 '피보전채권'이 근저당권 설정 계약 이전에 존재했다는 증명이 부족하다고 보아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본 사건에서 적용된 주요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민법 제406조 (채권자취소권): 채무자가 채권자를 해칠 목적으로 자신의 재산을 처분하는 법률행위(사해행위)를 한 경우, 채권자는 그 행위를 취소하고 재산을 원상회복시킬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권리를 행사하기 위해서는 특정 기간(사해행위임을 안 날로부터 1년, 사해행위가 있은 날로부터 5년) 내에 청구해야 합니다.
채권자취소권의 피보전채권: 채권자취소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피보전채권', 즉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채권이 존재해야 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이 피보전채권은 원칙적으로 채무자의 사해행위라고 주장되는 법률행위가 이루어지기 이전에 발생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사건에서는 원고의 대여금 채권이 피고들에 대한 근저당권설정계약 이전에 성립했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이었습니다.
증명책임의 원칙: 민사소송에서는 어떤 권리를 주장하는 사람이 그 권리 발생의 핵심적인 사실을 증명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따라서 원고는 자신의 피보전채권(대여금 채권)이 근저당권 설정 계약 이전에 존재했음을 스스로 입증해야 했습니다. 법원은 원고가 이를 충분히 증명하지 못했다고 판단했습니다.
투자금과 대여금의 구분: 이 사건은 지급된 12억 원이 대여금인지 투자금인지에 따라 법적 성격이 달라지는 사례입니다. 대여금은 원금을 돌려받고 이자를 받는 것이 목적이지만, 투자금은 사업의 성공 여부에 따라 이익이나 손실을 함께 부담하는 성격을 가집니다. 법원은 원고가 지급한 돈이 특정 회사에 대한 '투자금'이며, 원금 반환 조건 또한 사업이 불가능해지거나 일정 기간(4년)이 지난 후에 가능하다고 보아, 대여금 채권이 근저당권 설정 계약 이전에 즉시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금전 거래를 할 때는 해당 자금이 대여금인지 투자금인지를 계약서에 명확히 기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특히, 차용증이나 투자 약정서 등 중요한 서류는 실제 자금 거래가 이루어지는 시점에 정확한 내용으로 작성하고, 작성일자를 소급해서 기재하지 않아야 합니다. 사해행위 취소 소송을 제기하려면, 채무자의 재산 처분 행위가 있기 이전에 채권이 이미 존재했음을 명확히 증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만약 자금 지급 목적이 사업에 참여하거나 지분을 취득하는 것이라면 투자로, 원금 반환과 이자 지급이 약정된 것이라면 대여로 해석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인지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