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해배상
매수인이 건물 매수 후 기존 임차인이 임대차계약에 따른 원상복구 의무를 이행하며 건물 내부 인테리어를 철거하자, 매도인이 '현 시설, 현 상태'로 건물을 매도했음에도 인테리어 시설 인도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입니다. 대법원은 매도인이 매매계약 당시의 상태로 소유권 이전등기를 마쳤다면 인도 의무를 이행한 것이고, 임차인의 인테리어 철거는 매수인과 임차인 사이의 문제라고 판단하여 매도인의 손해배상 책임을 부정했습니다.
원고 A는 2016년 11월 25일 피고 C 주식회사로부터 성남시 소재 다세대주택 2층의 두 호실을 각 1억 9,850만원씩 총 3억 9,700만원에 매수했습니다. 매매계약서에는 '본 계약은 현 시설, 현 상태에서의 계약임'이라는 특약사항이 명시되었습니다. 2016년 12월 20일 원고는 잔금을 지급하고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습니다. 당시 건물에는 임차인 I이 보습학원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I은 차임을 연체했습니다. 원고는 2017년 4월 7일 I을 상대로 건물 인도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여 2017년 7월 19일 승소했습니다. 이후 임차인 I이 원고에게 건물을 인도하는 과정에서, 피고와 I 사이에 체결된 임대차계약서상의 '계약 만료 시 준공상태로 원상복구하기로 한다'는 특약을 근거로 원고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건물 내부 인테리어 시설 일체를 철거했습니다. 이에 원고는 피고가 임차인과의 임대차계약 특약을 명확히 하여 인테리어 시설이 그대로 인도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었음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아 손해를 입었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건물 매도인이 '현 시설, 현 상태'로 목적물을 매도하고 소유권 이전등기를 마친 경우, 기존 임차인이 임대차계약상 원상복구 의무에 따라 내부 인테리어를 철거한 것에 대해 매도인에게 인테리어 인도의무 불이행이나 손해배상 책임이 있는지 여부가 주요 쟁점입니다.
대법원은 원심판결 중 본소(손해배상 청구)에 관한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수원지방법원에 환송했습니다. 이는 매도인에게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는 취지입니다. 반소(부당이득금)에 대한 피고의 상고는 기각되었습니다.
대법원은 매도인이 매매계약 당시 '현 시설, 현 상태'로 소유권 이전등기를 마침으로써 건물의 인도 의무를 이행했다고 보았습니다. 임차인이 인테리어를 철거한 것은 매수인과 임차인 사이의 문제에 불과하며, 매도인에게 추가적인 조치를 취해야 할 의무가 없다고 판단하여 매도인의 손해배상 책임은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처분문서의 해석 원칙과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상 매도인의 지위 승계가 주요하게 적용되었습니다.
처분문서의 해석 원칙은 계약서와 같은 문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기재된 문언 그대로 당사자의 의사표시가 있었던 것으로 객관적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계약 해석에 대한 이견이 있을 경우 문언의 내용, 약정이 이루어진 동기 및 경위, 약정을 통해 달성하려는 목적,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논리와 경험칙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해야 합니다(대법원 2021다220666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서는 매매계약서의 '본 계약은 현 시설, 현 상태에서의 계약임'이라는 특약이 매도인의 인도 의무 범위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근거가 되었습니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상 매도인의 지위 승계는 상가건물이 매매되어 소유권이 변경되면, 새로운 건물주(매수인)가 기존 임대차계약의 임대인 지위를 법적으로 승계한다는 내용입니다. 이는 매수인이 기존 임차인과의 임대차 관계를 그대로 이어받게 되며, 임차인에 대한 건물 인도 및 원상복구 의무 이행 등은 새로운 건물주와 임차인 사이의 문제로 보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대법원은 이러한 법리에 따라 피고가 원고에게 건물을 매도하면서 매매계약 당시의 '현 시설, 현 상태'로 소유권 이전등기를 마쳐 목적물에 대한 인도 의무를 다했으므로, 그 이후 임차인이 원상복구 의무를 이행하며 시설을 철거한 것은 매도인의 인도 의무 불이행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매도인은 계약 당시의 상태를 인도하면 그 의무를 다한 것으로 보았습니다.
부동산을 매매할 때 기존 임차인이 있는 경우, 임차인의 임대차계약 내용을 면밀히 확인해야 합니다. 특히 임차인의 원상복구 의무가 있다면 그 범위와 내용이 어떻게 되는지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현 시설, 현 상태'로 계약한다는 특약이 있다면 매도인은 매매 당시의 물리적인 상태를 인도할 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만약 임차인의 원상복구 의무로 인해 시설 철거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면, 매매계약 체결 시 매도인과 임차인 사이의 원상복구 합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확인하고, 필요한 경우 매매대금 조정 또는 특약에 명확한 추가 조항을 포함시키는 것을 고려해야 합니다. 소유권이 이전된 후 임차인이 시설을 철거하는 행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매도인의 책임이 아닌 매수인과 임차인 간의 문제로 다루어질 수 있으므로, 매수인은 임차인과의 관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분쟁에 대비해야 합니다.